도석인물화

도석인물화

다른 표기 언어 道釋人物畵

요약 인물화의 한 종류.

도교불교관계 인물화를 총칭하는 말로 도석화(道釋畵)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불교·도교의 예배대상인 여러 존상(尊像)들, 교리나 종교적 설화의 도해, 도사(道士)나 불교 조사(祖師)들의 화상(畵像) 및 행적의 묘사 등이 포함된다.

도교인물화는 불로장생과 현세기복을 추구하는 신선사상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신선들의 모습과 그 행적을 묘사한 여러 가지 신선도(神仙圖)가 핵심을 이룬다. 자주 다루어진 화제로는 8명의 선인(仙人)을 표현한 팔선도(八仙圖),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노인(南極老人)을 묘사한 수성도(壽星圖), 복과 관록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록수삼성도(福祿壽三星圖), 노자가 함곡관의 관수(關守) 윤희(尹喜)에게 〈도덕경〉을 설한 후 외뿔소를 타고 출관(出關)하는 장면을 그린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어깨에 재물의 상징인 두꺼비를 올려놓고 파안대소하는 모습의 하마선인도(蝦蟆仙人圖), 철괴를 든 거지 형상의 철괴도(鐵拐圖), 당나라 때의 실존인물로서 칼을 찬 선비모습의 여동빈도(呂洞賓圖), 파초선을 든 기괴한 풍모의 종리권도(鐘離權圖), 위진시대의 혼란기에 국난을 피해 죽림에 모여 청담(淸談)을 일삼은 7명의 은사(隱士)를 그린 죽림칠현도(竹林七賢圖), 진시황제 때 국난을 피해 상산에 은거한 4명의 노고사(老高士)를 그린 상산사호도(商山四皓圖), 중국 고대신화의 전설적인 인물들인 서왕모·동왕공(東王公)·동방삭의 그림 등이 있다.

불교인물화는 전통적인 사찰예배용 불화가 갖는 엄격한 의궤형식에서 탈피하여, 주관적인 심성의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한 감상용 불화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 당나라 이후 성행한 선종의 영향으로 선화(禪畵)가 주요화제로 등장했는데 선승화가(禪僧畵家)·문인화가들이 여기(餘技)로 그린 수묵위주의 일격화풍(逸格畵風)적인 선화(禪畵)들은 도석인물화의 내용을 한층 풍부하게 해주었다. 즐겨 다루어진 화제로는 출산석가상(出山釋迦像)·달마도·유마도(維摩圖)·나한도·백의관음도(白衣觀音圖)·양류관음도·문수도(文殊圖)·보현도(普賢圖)·사수도(四睡圖)·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포대도(布袋圖)·선종조사도(禪宗祖師圖)·선회도(禪會圖)·선기도(禪機圖) 등이 있다.

그밖에 도교와 불교인물상을 복합시키거나 유·불·노(儒佛老) 3교의 교조인 공자·석가·노자를 함께 그린 삼교도(三敎圖:또는 三笑圖)가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도석인물화는 위진남북조 이래 종교화가 융성하면서 사원과 도관(道觀)의 벽화로 많이 제작되었으며 명가(名家)들에 의해 다양한 화풍이 전개되었다. 당나라 때에는 사실적인 화풍이 풍미했으나 당말오대(唐末五代)부터 사의(寫意)를 중시하는 수묵위주의 도석화가 유행하기 시작하여 송·원대(宋元代)에 전성기를 이루었으며 이후 여러 화가들에 의해 개성적인 화풍이 구사되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호방한 필치의 오대당풍(吳帶當風) 양식을 유행시킨 당나라의 오도현(吳道玄), 조방(粗放)한 필법을 구사한 오대의 석각(石恪), 서역적인 용모의 개성적인 나한을 창출해낸 오대의 선승 관휴(貫休), 문인화적인 백묘법(白描法)의 모범을 제시한 북송의 이공린(李公麟), 감필법(減筆法)을 완성시킨 남송의 양해(梁楷), 수묵의 뛰어난 질감묘사와 정신미가 돋보이는 남송의 선승화가 목계(牧谿) 및 원대의 인다라(因多羅)·안휘(顔輝)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석인물화는 고려시대부터 중요 회화 장르로 등장하여 달마도 등의 선화가 성행했으나 기록에만 전할 뿐 현존작품은 거의 없다.

조선초에는 성리학에 기반을 두고 불교와 도교를 이단시한 탓에 강희안(姜希顔)·이상좌(李上佐)의 몇몇 작품들 외에는 그 예가 많지 않으나, 조선 중기에는 대담하고 힘찬 감필법을 구사한 김명국(金明國)의 〈달마도〉, 한시각(韓時覺)의 〈포대도〉를 위시한 다수의 작품이 전한다. 조선 후기에는 불교의 부흥과 함께 도석인물화가 크게 유행하여 많은 도석인물화가가 배출됐는데 김홍도(金弘道)는 우리나라 도석인물화를 대표하는 〈군선도〉와 같은 명작을 남겼다.

19세기 이후 근대에도 도석인물화의 제작이 지속되어 장승업(張承業)·안중식(安中植)·조석진(趙錫晋)으로 그 맥이 이어졌다. 일본에서도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초기에 선승들에 의해 수준 높은 도석인물화가 많이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