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붙이

날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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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칼·면도칼·가위 등 물건을 자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의 총칭.

공업용·상업용·가정용 등으로 분류된다.

날붙이
날붙이

선사시대에는 물건을 자르거나 사냥 또는 방어용 도구를 만들 때 돌을 사용하였다.

특히 부싯돌같이 단단한 돌이나 흑요석·뼈·조개껍질 등이 많이 쓰였는데, 이들 재료로 도구를 만든 뒤 물건을 자르거나 베는 데 이용할 때에는 우묵한 돌에 갈아 날을 세웠다. 중앙브라질·오스트레일리아·뉴기니 등지의 원주민들은 아직도 이렇게 돌에 갈아 날을 세우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BC 1500년경부터는 영국 제도(諸島)로부터 중국에까지 청동제 날붙이가 사용되었다. 또한 이 무렵부터 가위도 쓰이기 시작했는데, 가위는 2개의 칼몸을 손잡이 끝에서 C자 모양 스프링으로 연결해서 만들었다.

여러 가지 금속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도·유럽 등지에서는 쇠를 달구고 두드려 칼몸을 단조하는 기술이 발달했다(엽편석기). 고대 로마와 중국·일본·한국에서는 손잡이와 칼몸 사이를 리벳 또는 나사로 연결하고 축을 붙여 만든 청동제 또는 철제 가위가 쓰였다.

이집트인들은 단단한 돌에 톱니 모양의 날을 만들고, 나무 손잡이에는 가늘고 긴 홈을 파 여기에 날을 끼우고 고정시켜 사용했다.

나무 손잡이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칼은 주로 사냥도구나 무기로 쓰였다. 그러나 부유층에서는 장식이 달린 조그만 식탁용 칼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스인들은 청동제 칼을 만들었고, 로마인들은 칼날 만드는 기술을 지중해와 유럽에 전파했다. 이집트에서처럼 그리스·로마의 부유층은 장식이 있는 조그만 식탁용 칼을 사용했는데, 로마 시대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철제 식탁용 칼이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제조술이 전파되면서 곳곳에 날붙이 제조업이 자리를 잡았는데, 그 지역들은 대부분 목재와 단물이 풍부하게 제공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날붙이 제조를 하려면 용광로를 가열하고 숯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목재가 있어야 하고, 강철의 담금질을 위해 단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세에는 때때로 손으로 돌리는 회전숫돌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밟아서 돌리는 바퀴 또는 수레바퀴를 이용할 때에는 흔히 가축이나 물의 힘을 빌렸다. 영국 런던과 셰필드, 프랑스 티에르와 파리, 독일 졸링겐, 그밖에 동업조합이 설립되었던 많은 지역에서 약 1,200여 개의 날붙이 제조업체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장인들은 금·은·상아·흑단·마노·호박 등의 좋은 재료에 정성들여 장식해 칼몸과 손잡이를 만들었다.

여인숙에서는 식탁용 날붙이를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부유한 사람들은 고급 여행용 식사도구를 가지고 다녔다. 보통 사람들은 뼈나 나무로 손잡이를 단 평범한 나이프를 썼으며, 납과 안티몬을 합금해서 만든 투박한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했다. 부유한 가정에서는 손님에게 나이프를 내놓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용 나이프를 가지고 다녔다.

또한 '프레장투아르'(présentoirs)라고 부르는 서빙나이프가 있었는데, 쌍으로 만든 이 나이프는 음식을 돌려 나눌 때에만 사용했었다. '예식용 나이프'(wedding knives)로 알려진 1쌍의 나이프는 칼집에 넣어 대개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로 주었다. 18세기에 사용된 식탁용 나이프에는 대부분 권총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있었고 칼몸은 초승달을 닮은 곡선 모양이었다.

18세기에 영국 셰필드는 날붙이 제조업의 국제적인 중심지가 되었다.

1700년대 초반 셰필드의 날붙이 대장장이들과 은장이들은 속이 빈 은제 손잡이를 달아 칼을 만들었다. 이들 손잡이는 원래 두 쪽으로 만들어져 양쪽에 모두 무늬를 넣은 뒤 땜질로 붙여졌다. 하나로 붙인 손잡이의 안쪽에는 수지를 채우고 그 속에 칼의 슴베, 즉 칼몸에서 삐죽 나와 있는 부분을 끼워 고정시켰다. 1761년부터는 축을 붙인 가위와 전지가위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역시 셰필드의 로버트 힌치리프는 최초로 주물(鑄物) 도가니강(鋼)을 사용해 대규모로 가위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19세기경부터 유럽에서는 정교한 모양의 가위를 만들어냈다. 손가락을 넣는 손잡이 부분과 자루는 공들여 손으로 다듬고 광택을 내서 만들어졌다.

강철제 면도칼은 손잡이에 장식을 넣고 칼몸을 하나하나 우묵하게 갈아서 자르는 날의 뒷면이 움푹 패이게 만들었다. 1828년에는 지금의 안전 면도칼에 앞선 형태로서, 한쪽 날에 안전장치를 한 면도칼이 선을 보였다. 또 1880년 미국에서는 괭이 모양의 안전 면도칼이 제조되었으며, 20세기 초반에는 킹 C. 질렛에 의해 사용 도중 칼몸을 바꿔 낄 수 있는 양날 면도기가 개발되었다.

날붙이 제조

날붙이의 원료는 강철로 철에 0.35~1%의 탄소를 합금한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벌겋게 달군 쇠막대기에 숯을 대고 망치로 두드려 탄소를 주입하는 방법을 썼다. 18세기 벤저민 헌츠먼은 셰필드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爐)를 만들어 도가니라고 하는 진흙 용기에서 매우 잘 정련된 강철을 만들었다. 그가 개발한 방법을 이용함에 따라 1차 산업혁명 기간 에 강철의 이용량이 크게 늘고 질도 매우 향상되었다. 20세기에는 많은 양의 날붙이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었다.

특히 식탁용 칼과 작업용 칼에는 마텐지틱 스테인리스강을 널리 사용했다(마텐지틱강). 마텐지틱 스테인리스강은 강철에 12~18%의 크롬을 첨가해 내식성(耐蝕性)이 강할 뿐 아니라, 0.12~1%의 탄소를 첨가하고 열처리를 해 경도 또한 매우 높다. 탄소 함유량을 늘릴수록 날이 잘 보존된다. 그러나 내식성은 크롬 함유량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반면, 탄소함유량이 많아지면 오히려 떨어진다. 1928년 무렵 탄소강으로 칼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사업용·조각용·사냥용·주머니용 칼만으로 한정되었다.

많은 종류의 날붙이가 있지만 각각의 용도는 모두 다르다.

용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칼몸이다. 칼날의 날카로움이 보존되는 정도는 재료로 쓰인 강철의 형태와 가공 기술에 따라 달라진다. 칼몸을 만드는 강철의 질과 세공 솜씨, 손잡이의 재료, 장식 등에 따라 원가가 정해진다.

식탁용 날붙이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의 5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원하는 모양의 칼몸 형틀에 강철을 넣어 단조한다. 둘째, 단조한 강철을 담금질해 알맞게 단련한다(뜨임). 셋째, 칼몸을 갈아 날을 세우고 단조와 열처리 과정에서 생긴 자국을 없앤다(제분). 넷째, 칼몸이 번쩍거리도록 광택을 낸다.

마지막으로, 손잡이를 만들어 칼몸에 끼우고 광택을 낸다. 이 과정을 커틀링(cutling)이라고 한다.

칼몸의 질을 좋게 하려면 기계식 해머로 강철봉을 단조해서 만든다. 봉에 열을 가한 뒤 단조대 사이에 놓고 빠르게 두드려 펴서 우선 대강 원하는 칼몸의 형태와 비슷하게 만든 다음, 단조한 것을 다듬질해서 최종적인 칼몸 형태를 만든다. 어떤 칼들은 커다란 낙하단조해머를 한번 내려쳐서 칼몸과 손잡이를 한꺼번에 만들기도 한다.

어떤 것은 강철판을 잘라서 만들기 때문에 슴베가 짧고 평평한 형태인 경우도 있다. 즉, 칼몸을 손잡이에 붙이도록 단조한 볼스터(bolster)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이다. 단조 공정을 끝낸 뒤에는 칼몸을 달구어 단련하고, 곧바로 차가운 액체에 담그거나 또는 안에 액체가 돌면서 차가워진 금속판 사이에 끼운다. 그 다음에는 다시 적절한 온도로 가열해 부드럽게 만들어서 유연성과 강도를 높인다.

연마작업은 칼몸의 원형을 빠르게 돌고 있는 연삭숫돌차의 가장자리에 대고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작업은 칼등에서 칼날 방향으로, 또 볼스터에서 칼끝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원하는 모양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렇게 칼몸형태가 완성된 뒤에는 물이나 절삭액(切削液)으로 냉각시켜 경도를 유지한다. 기계나 손을 이용해 연마공정을 마친 뒤에는 윤을 내고 마포로 문질러 칼몸의 표면을 더 예리하게 마무리한다(연삭기). 필요할 경우 거울광택이나 새틴 처리, 즉 광택 마무리 처리를 한다.

원하는 모양의 손잡이에 맞추기 위해 볼스터를 연마하고 광택을 낸다. 그리고나서 제조업자의 명칭을 산화처리나 전기처리를 통해 새겨넣는다.

손잡이에는 동물의 뿔이나 엄니, 여러 가지 목재, 자개, 뼈 등의 천연재료가 이용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손잡이들은 금·은·자기로부터 스테인리스강·은판·니켈 합금·압축한 나무·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그 재료가 다양하다. 어떤 재료는 기계로 가공하고 또 어떤 재료는 날붙이 장인이 직접 손으로 가공하기도 한다.

슴베를 손잡이 안에 끼워 고정시킬 때에는 섬유소 접착제나 시멘트, 송진 혼합물 등을 사용한다. 한편 속이 빈 금속 손잡이는 단단하게 납땜을 하거나 용접을 해서 고정시킨다.

가위를 만들 때에는 먼저 블랭크(blank)를 만든다. 블랭크란 마무리 하기 이전 상태의 부품으로, 벌겋게 달군 강철봉을 낙하 해머대 사이에 놓고 고속으로 단조해서 만든다. 일반용 가위에는 주로 0.55%의 탄소를 함유한 강철을 이용하지만, 재단 가위나 트리머(trimmers)처럼 질 좋은 작업용 가위를 만들 때는 주로 탄소 함유량이 0.75%인, 보다 단단한 강철을 사용한다(전단기). 자연섬유보다 강하고 굵은 인조섬유를 재단하는 가위의 칼몸은 때때로 복합재료를 써서 만든다.

복합재료를 사용할 때에는 특히 칼날 부분에 탄소 함유량 1.03%의 보다 단단한 강철을 사용하고 뒷면에 강도높은 철을 댄다. 외과용 수술가위를 포함해서 많은 가위들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다. 또 몇몇 특수 가위들은 비철합금으로 만들기 때문에 스파크가 일지 않고 자기(磁氣)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끈 모양의 무연화학이나 자기 테이프 등을 자르는 가위는 이러한 비철합금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값싼 일반가위들은 비교적 약한 강철줄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이러한 강철줄들은 냉간압연(冷間壓延) 방식을 써서 단련공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다.

가위가 잘 들려면 칼몸이 반드시 두 곳에서만 마주쳐야 한다.

그 하나는 이음축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칼몸상에서 물건이 갈라지는 부위이다. 칼몸은 서로를 향해서 비틀리거나 구부러지도록 만들며, 완전히 오무라들었을 때는 끝이 닿아야 한다. 2개의 칼몸은 알맞게 단련해 경도가 같도록 해야 한다. 질 좋은 가위는 2개의 블랭크와 나사, 그리고 큰 가위의 경우에는 너트까지도 제조공정 초기에 동일한 표시를 해 두어 각 부품들이 정확하게 1벌로 짝을 이루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