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상간

근친상간

다른 표기 언어 incest , 近親相姦

요약 혈연 관계에서 발생한 성관계. 주로 친족간 행해진 성관계를 가리킨다. 인류가 발전한 역사에 따라 근친상간을 인정하는 문화도 있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죄악으로 생각하며 금기시했다. 근친상간을 인정하는 경우는 예전 왕족 사회에서 있었던 것으로,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같은 혈족끼리 결혼해 가문을 이어 나갔다. 현재는 도덕적 문제를 포함해 유전학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런 문화를 잘 찾아볼 수 없고, 한국에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근친상간에 의한 강간을 금지한다.

문화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근친상간은 법률보다는 감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터부(taboo: 금기)라는 말을 더 일반적으로 쓴다. 근친상간에 대한 해석과 이에 대한 제재조치는 사회에 따라 다르지만 근친상간 금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족, 사회구조).

멜라네시아모계사회에서는 친형제·자매뿐만 아니라 모계혈통의 방계 형제·자매 사이의 성관계도 근친상간으로 본다. 발리 섬의 전통은 근친상간을 보는 시각이 여러 가지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즉 하층계급 출신의 부모가 남녀 쌍둥이를 낳으면 이들이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성관계를 갖게 된다고 해서 근친상간으로 규정하지만, 지배계급의 부모가 낳은 남녀 쌍둥이는 결혼을 해야 하는 사이로 정해진다.

근친상간에 대해 몇 가지 일반적인 설명을 끌어낸다면 다음과 같다. 근친상간은 거의 보편적으로 죄악으로 규정되며 혐오와 금기의 대상이 된다. 드물기는 하지만 근친상간이 문화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왕족 사이의 결혼이다. 생물학적 연관성(혈연관계)이 약해지면 성적인 접촉을 금지하는 금기의 관념도 느슨해지거나 없어진다.

인류학자들은 주로 근친상간 금기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고 그 기원을 추적하는 작업을 통해 근친상간 연구를 하고 있다. 인류학을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근친상간과 외혼제 및 내혼제에 관련된 질문은 무엇보다도 유전학적 문제가 된다. 근친혼의 경우 사산율이 높고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보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몇몇 학자들은 근친상간 금기가 성적인 질투심 때문에 생기는 불협화음에서 핵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기능론적인 설명을 하며 이 논리를 외혼제를 설명하는 데 적용한다.

진화론적인 이론가들은 근친상간금기와 외혼관습이 한 집단 안에서 통용될 때 남자들이 성행위와 결혼의 상대를 자기 집단 밖에서 찾게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런 맥락에서 남자들은 여자를 교환할 수 있는 다른 집단 남자들과 기능적 동맹관계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화를 강조하는 또다른 근친상간 금기가 어린이의 성적 충동을 규제해서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성숙하게 자기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자기 가족에 대한 반대감정 병존과, 이성 가족과의 성행위에 대한 금지된 욕망에서 근친상간 혐오가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근친상간 금기의 기원과 그 지속성을 설명하려는 오늘날의 학자들은 유전적·역사적·사회적 해석 가운데 어떤 것이든 그 해석에 대한 획일적인 설명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근친상간으로 한데 묶어 말할 수 있는 현상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형제-자매, 어머니-아들, 아버지-딸 간의 성적 관계를 따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