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반응

면역반응

[ Immune Response ]

 

무악동물인 칠성장어나 연골어류부터 양서류, 파충류, 조류, 그리고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까지 동물 개체의 몸에는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과는 다른 모양이나 크기, 화학적 구조를 갖는 매우 다양한 외래(foreign) 또는 비자기(non-self) 물질을 배제시키려는 시스템이 진화되어 왔으며 이를 면역계(immune system)라고 한다. 면역반응이란 한 개체의 면역계가 여러가지 다양한 외래 침입자 또는 비자기로 오해된 물질, 즉 항원(antigen)을 몰아내려고 시도하는 모든 형태의 방어적 움직임을 말한다.

항체를 분비하는 형질세포들 (출처: GettyImages-689663726)

목차

바탕 개념

라틴어가 어원인 면역(immunis)은 "~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즉 특정 감염질환에서 일단 회복하면 같은 질환에 다시 걸리지 않게 된다는 관찰결과에서 유래한 특정 상태를 말한다. 이와 같은 기록은 B.C. 430년 펠로폰네시아 전쟁을 기록한 역사학자 투시니데스(Tucydides)까지 거슬러 오르지만 알레르기, 종양면역, 이식면역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과학에서 면역이란 단순히 감염성 병원체에 의한 공격이나 그에 대한 방어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물마다 발달수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면역계는 수많은 기관, 조직, 세포, 그리고 분자들이 망상의 네트워크를 이룬 매우 역동적인 체계로서 면역반응의 양대 줄기인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의 물리적 토대가 되어 항미생물펩티드와 같은 여러 종류의 면역단백질 및 항체(antibody) 성분들이 중심이 된 체액성(humoral) 면역반응과 다양한 포식세포(phagocyte) 및 T세포들이 중심이 된 세포성(cellular) 면역반응을 이끈다.

면역반응의 대상

전통적으로 면역 개념의 인식과 연구의 가장 큰 동기를 제공한 것은 사람의 몸에 감염하여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병원체들이다. 면역에 관한 첫 인식 이후로 많은 연구를 통해 확장된 면역 반응의 표적은 더 이상 병원체에 국한되지 않고 병원체가 생성하는 여러 파생 독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기원(allergen), 장기이식으로 도입된 동종 또는 이종의 생체물질, 종양(암)세포들에서 발현되는 특정 유전자산물,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몸에 상존하는 특정 핵산이나 단백질에 대한 자가면역원(self-antigen)까지 포함된다. 감염성 병원체들은 크게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원생생물 등의 네 그룹으로 나뉘며 면역계는 병원체들만의 공통된 분자적 특징(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 PAMP)을 인식하는 여러 수용체들을 항원인식의 시발점으로 하여 병원체의 종류, 침투가 발생한 해부 및 생리학적 미세환경에 따라 선천면역, 적응면역, 그리고 면역학적 관용(immunological tolerance)까지 다양한 면역반응을 생성한다. 

침입병원체를 포식하는 대식세포 (출처: GettyImages-172594305)

선천면역

세포들 사이사이는 밀착연접으로 튼튼하게 이어져 있고 정단표면은 땀, 위산, 질 분비물 등 다양한 생화학적 물질로 덮인 동물의 피부와 점막은 병원체들이 쉽게 뚫기 어려운 해부학적 장벽이다. 면역반응은 병원체가 이와 같은 신체의 물리적 장벽을 훼손하고 침입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개나 야생동물에게 물려 광견병 바이러스나 파상풍균이, 또는 모기나 진드기에 물려 말라리아나 STFS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되지만 어떤 병원체들은 이와 같은 해부학적 장벽이 온전한 상태에서도 진화과정에서 다양한 우회경로를 획득하여 감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침투가 성공한다고 할 지라도 해부학적 장벽의 바로 이면에는 감염 병원체들에 맞서 즉각적으로 퇴치 반응을 시작하는 면역 구성원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들의 방어를 선천면역계가 맡게 된다. 선천면역의 주요 구성세포 및 인자로는 대식세포, 호중구, 호산구, 자연살해세포 등 여러가지 식세포들과 보체(complement), 항미생물펩티드 등 다양한 단백질이 있으며 이들은 갓 침투한 병원체들을 삼키거나 분쇄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은 분자적 정보를 인근의 림프구에게 전달하여 적절한 적응면역 반응을 구축하는 척후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한다. 선천면역은 진화를 거치는 동안 획득한 분자세포생물학적 체계가 반응하는 것으로서 특정 병원체에 대한 사전 경험 없이 병원체-연관 분자양식(PAMP)를 인식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세밀하게 구분하여 대처하는 특이성이 떨어지고 적응면역에 비해 기억능력도 낮다. 

적응면역

적응면역계는 핵심 림프구인 B세포와 T세포가 주축이 되는 2차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다. 침입한 병원체에 맞선 1차 방어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반응이 진행되기 때문에 침입자 또는 항원 별로 미세한 분자적 차이까지 구분하여 대응하는 특이성이 뛰어나지만 반응 개시까지는 최소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림프구 표면에는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세포 당 한 종류가 발현되기 때문에 체내의 순환하는 수 많은 림프구(1.5~3.0 x 103/mm2) 중 극소수만이 특정 항원을 감지한다. 이처럼 특정 항원에 감작된 림프구는 클론선택(clonal selection) 과정을 거쳐 한 종류의 림프구가 수 일만에 엄청난 숫자로 늘어나고 B세포는 T세포의 도움을 받아 형질세포로 분화하여 특정 항원을 붙들어 매는 방어항체를 다량 생산하여 분비하며 T세포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조합적으로 분비하여 세포독성T세포(CTL)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선천면역에서 활동하는 여러가지의 포식세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세포성 면역반응을 지휘한다. 더욱이 적응면역은 침투한 병원체에 대하여 현재적 경험을 쌓으며 실시간으로 적응해나가는 방어반응을 이끌어갈 뿐만 아니라 클론선택된 B세포와 T세포 모두 기억세포를 생성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한번 맞닥뜨린 병원체는 회복 후에도 매우 오랜 기간 기억하여 그 이후로 다시 침투해오면 처음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 내에 훨씬 강화된 방어 반응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예방접종(vaccination) 또는 면역화(immunization)란 이와 같은 적응면역반응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자연살해세포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는 여러가지 백혈구 종류 중 T세포 및 B세포가 속한 림프계 세포이지만 특정 항원에 대한 특이 수용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클론선택 과정도 겪지 않기 때문에 선천면역계로 간주된다. NK세포의 방어기능은 주로 MHC 1형 분자에 대한 수용체(NK수용체)를 통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되는 세포들 또는 세포 표면에 특이 항체가 결합해 있는 세포들을 찾아내어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러한 NK세포들도 한번 맞닥뜨린 항원에 대해서는 이후 반응에서 더 활발한 방어능력을 나타내는 현상이 밝혀져 선천면역에서도 얼마간의 기억능력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밝혀진 NKT세포에는 최소 2 종류 이상이 있으며 이들은 NK세포의 속성과 T세포의 속성을 함께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세포들은 주로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와 달리 MHC 1형의 유사분자인 CD1이 제시하는 지질 또는 당지질 성분을 인식하여 표적세포의 세포자살을 유도하거나 사이토카인 분비를 통해 국소 면역반응의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관련용어

진화, 항원, 병원균,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원생생물, 파상풍균, 말라리아, 면역화, 항체, 병원체 관련 분자 패턴(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 PAMP), 자연살해세포, B세포

집필

정용석/경희대학교

감수

윤상선/연세대학교

동의어

면역반응, Immune response, immune response, 면역반응(Immune response), Immune Response, immune reaction, Immune Re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