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흡착

화학 흡착

[ chemisorption ]

원자나 분자가 고체 표면에 달라붙는 과정을 흡착이라고 하며, 그 과정에서 고체 표면과 흡착하는 물질 사이에 화학 결합이 만들어지면 화학 흡착 (chemisorption)이라고 한다.

목차

화학 흡착의 화학적 정의

분자의 원자가 전자 (valence electron)의 분포와 관련 있는 분자 오비탈이 고체 표면의 전자 밀도와 겹치면 그 모양이 크게 변하고, 화학 결합에 해당하는 새로운 오비탈이 만들어진다. 이때 흡착하는 물질과 고체 표면 사이에 전자 밀도를 주고받는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화학 흡착을 화학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흔히 불균일 촉매라고 부르는 다양한 종류의 고체 표면에서 반응이 일어날 때, 반응 기체 분자는 반드시 촉매 표면과 화학 흡착을 거친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고체 표면의 전자 구조 및 분자의 결합 구조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화학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물리 흡착은 흡착 과정에서 화학 결합이 만들어지지 않고, 단지 분자 간 인력에 의해 흡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분자 화학 흡착과 해리 화학 흡착

분자가 화학 흡착할 때, 원래 결합 구조를 잃지 않고 흡착하기도 하지만 (분자 화학 흡착, molecular chemisorption), 분자 내의 결합이 끊어져 해리(dissociation)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해리 화학 흡착 (dissociative chemisorption)이라고 부른다.

해리 화학 흡착과 분자 흡착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실험적으로 해리 화학 흡착을 확인할 방법으로 동위원소 뒤섞임 (isotope scrambling) 확인 방법이 있다. 예컨대, 수소의 동위 원소 (예를 들면, @@NAMATH_INLINE@@\ce{ H2 }@@NAMATH_INLINE@@와 @@NAMATH_INLINE@@\ce{ D2 }@@NAMATH_INLINE@@) 혼합 가스를 반응기에 주입하고 반응기를 빠져나온 수소 기체의 질량을 확인하여 동위원소 뒤섞임이 일어난 분자 (이 경우 @@NAMATH_INLINE@@\ce{ HD }@@NAMATH_INLINE@@ 분자)가 검출되면 해리 화학 흡착의 직접적인 실험 증거가 된다. 이 경우 @@NAMATH_INLINE@@\ce{ HD }@@NAMATH_INLINE@@ 분자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촉매 표면에서 @@NAMATH_INLINE@@\ce{ H-H }@@NAMATH_INLINE@@, (@@NAMATH_INLINE@@\ce{ D-D }@@NAMATH_INLINE@@) 결합이 끊어져야 한다.

화학 흡착의 열역학적 특징과 활성화 에너지

화학 흡착은 화학 반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약 수백 @@NAMATH_INLINE@@kJ/mol@@NAMATH_INLINE@@의 큰 흡착 엔탈피를 보인다. 화학 반응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존 화학 결합을 끊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므로, 화학 흡착은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화학 흡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산소 분자를 이산화 타이타늄(@@NAMATH_INLINE@@\ce{ TiO2 }@@NAMATH_INLINE@@)과같은 산화물 표면에 흡착시키는 경우 고체의 온도를 수십 @@NAMATH_INLINE@@\ce{ K }@@NAMATH_INLINE@@ 정도로 매우 낮게 유지하면 산소 분자가 분자 상태로 물리 흡착을 한다. 이때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대부분 분자들은 분자 상태로 탈착하지,만 분자가 탈착하기 시작할 만한 온도 (약 @@NAMATH_INLINE@@\ce{ 50 - 100 K }@@NAMATH_INLINE@@ 정도)에서 천천히 온도를 올리거나 그 온도에서 산소 가스를 노출시키면 일부 산소 분자들은 탈착하지 않고 화학 흡착을 하거나 해리하여 산소 원자 형태로 해리 화학 흡착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산소 분자의 화학 흡착에 활성화 에너지가 존재하며, 그러한 에너지를 극복하기 위한 고체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활성화 에너지가 무시할 정도로 작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수소가 금속 표면에서 해리 화학 흡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즉 수소가 백금 또는 텅스텐과 같은 금속 표면에 흡착할 경우 그 활성화 에너지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 매우 빨리 진행된다.

화학 흡착에서의 흡착량

화학 흡착은 물리 흡착과는 달리, 다양한 형태의 화학 결합이 가능하고 또 해리 화학 흡착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흡착량 등 흡착 특성이 분자와 고체 표면의 결합 구조에 따라, 흡착 형태에 따라, 또 반응 온도나 압력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며, 이는 표면 화학 또는 계면 화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화학 흡착은 고체 표면과 분자가 화학 결합을 만들어야 하므로 흡착량이 표면의 반응 자릿수보다 클 수 없다. 즉, 화학 흡착은 단분자층 흡착을 하므로 덮임률이 최대 1이며, 주로 분자 화학 흡착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화학 흡착을 하면서도 흡착량이 매우 큰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수소 분자가 금속 (팔라듐 또는 니켈) 표면에 해리 화학 흡착을 하는 경우, 해리된 수소 원자가 고체 내부로 확산하면서 표면에 추가로 수소 분자가 해리 흡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면서 흡착량이 많이 증가한다. 즉 금속 내부로의 흡수가 일어나 금속이 수소화 팔라듐(@@NAMATH_INLINE@@\ce{ PdH }@@NAMATH_INLINE@@) 또는 이수소화 팔라듐(@@NAMATH_INLINE@@\ce{ PdH2 }@@NAMATH_INLINE@@) 형태의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경우 흡착량은 금속 몰수와 반응 계수의 곱만큼 증가할 수 있다.

화학 흡착의 선택성

화학 흡착은 기본적으로 분자와 고체 표면 사이의 화학 결합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분자와 고체 표면에 따라 매우 선택적으로 일어난다. 고체 표면의 독특한 구조가 기체 분자와 특정한 화학 결합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독특한 촉매 반응을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화학 흡착의 선택성은 표면 화학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다.

수소 분자가 산화 아연(@@NAMATH_INLINE@@\ce{ ZnO }@@NAMATH_INLINE@@) 산화물 고체 표면에서 해리되어 수소 원자 형태로 아연 또는 산소와 화학 결합을 만드는 과정은 화학 흡착의 한 예인데, 물리 흡착에 비하면 매우 느리게 비가역적으로 일어난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에서의 화학 흡착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불완전 연소한 질소 산화물, 일산화 탄소, 유기 화합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화합물은 대기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이산화 탄소로 변환시켜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촉매이다. 일반적으로 백금과 같은 전이 금속의 다공성 분자체에 담지된 구조를 하는 촉매는 일산화 탄소와 유기 화합물을 완전히 산화시키고, 질소 산화물은 질소로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때 일어나는 촉매 반응은 모두 반응 가스가 촉매 표면에 화학 결합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자동차 배기구의 모습. 배기가스 내 대기 오염 물질은 방출되기 전 화학 흡착을 통한 촉매 작용으로 모두 질소, 이산화 탄소, 물로 전환된다. (출처: pixabay)

관련 참고 문헌

  1. Chemisorption :
  2.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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