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진통제

[ analgesic ]

진통제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그 통증의 제거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투여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통증은 다치거나 손상된 체내 조직 및 기관으로부터 분비된 물질들이 통증 수용체를 자극하고, 척수를 통해 대뇌피질의 감각중추에 전달되어 생긴다. 통증은 체내 조직 손상에 대한 정상적인 보호 반응이므로 염증에서 유발된다고 할 수 있다. 간혹,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처럼 외상이 모두 치료되었음에도 통증이 계속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염증으로부터 대뇌 중추가 통증을 감지하기까지에는 다양한 체내 물질이 관여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다. 진통제는 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처럼 체내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여 통증을 경감하는 것들이 진통제의 첫 번째 분류에 해당한다. 진통제의 다른 분류는 중추신경계의 진통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뇌로 가는 통증 신호를 바로 차단하는 것으로 모르핀(morphine), 코데인(codeine), 헤로인(heroin) 등의 마약성 진통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중 모르핀과 코데인, 펜타닐(fentanyl) 등은 진통 효과가 매우 커서 병원에서 통증이 극심한 환자에 한하여 의사의 진단,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목차

아스피린(Aspirin)

1917년 뉴욕타임스지에 실린 아스피린 광고()

고대 이집트, 중국, 그리스 등 다양한 문명에서 말린 버드나무 껍질(Willow bark)을 달여 마시면, 진통 및 해열의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B.C. 377)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 전하였다. 그러나 버드나무 껍질 안에 어떤 화합물이 실제로 진통 및 해열의 기능을 갖는지는 당시에는 알 수 없었는데, 이러한 질문의 답은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2000년이 넘은 시점인 1800년대가 되어서야 독일의 약학자 뷰흐너(Johann Andreas Buchner, 1783~1852)와 프랑스 약학자 르루(Pierre-Joseph Leroux, 1795~1870)에 의해서 얻어졌다. 이 두 사람은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버드나무 껍질에서 진통 효과를 갖는 노란색의 물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를 살리신(salicin: 라틴어로 버드나무를 Salix라 함)이라 명명하였다. 살리신은 단당류 중 하나인 글루코스(glucose)와 벤젠 고리 화합물(salicyl alcohol)이 화학 결합한 구조로, 이탈리아 화학자 피리아(Raffaele Piria, 1814~1865)는 살리신으로부터 화학적 처리를 통하여 벤젠 고리를 갖는 유기산(organic acid)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의 유기산이 살리신과 비교하여 진통, 해열 성능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밝혔다. 피리아가 발견한 이 산이 바로 살리실산(salicylic acid)이다. 피리아는 살리신에서 화학 처리를 통해 살리실산을 얻었지만 이후 헤르만 콜베(Hermann Kolbe, 1818~1884)가 개발한 살리실산 제조법을 통해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Salicin의 구조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Salicin(출처: 대한화학회)

하지만 살리실산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에게 구강 투여를 해야하는데, 너무 써서 식도와 위에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점에 있었다. 독일의 염료∙제약회사 바이엘에서 근무하던 호프만(Felix Hoffmann, 1868~1946)의 아버지 또한 류머티즘을 앓고 있었고, 환자의 살리실산 복용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에스터화 반응을 통해 얻어진 아세틸 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이 살리실산과 거의 비슷한 약효(아세틸살리실산은 체내에 들어가면 살리실산으로 분해된다)를 가지며 복용하기 훨씬 쉽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아세트산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을 따서 아스피린(aspirin)이라는 상호명으로 1899년부터 판매하였다. 아세틸 살리실산의 최초 합성은 프랑스의 화학자 제르아르(Charles-Frédéric Gerhardt, 1816~1856)가 1853년 보고하였지만, 당시 그는 아세틸 살리실산의 의학적 활용에 대해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에스터화 반응을 통한 아세틸 살리실산의 합성(출처: 대한화학회)

그 밖의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198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베르크스트룀, 사무엘슨, 베인의 연구에 따르면 통증은 체내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는 물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모두 체내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를 통해 통증을 제거, 완화한다. 아스피린의 경우, 손상된 조직의 말초 조직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을 합성하는 사이클로옥시제네이스[cyclooxygenase(COX)]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여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반해, 현재 흔히 사용하고 있는 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펜잘큐, 게보린 등)은 중추신경계에서의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한다.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과 달리 항염증의 기능은 거의 없으며 오로지 진통제로서 그 역할을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구조(출처: 대한화학회)

약은 적절하게 사용하면 사람의 질병, 아픔을 치료해 주어 도움이 되는 물질이지만, 필요 이상의 양을 복용하거나 오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아스피린의 경우, 에스터화 반응을 통해 식도와 위장에 자극이 살리실산보다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식사 전 복용을 하거나 많은 양을 복용하면 위에 자극을 주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복용 시, 간과 신장에 매우 치명적이며 경우에 따라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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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출처: 생명과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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