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효소

전이효소

[ transposase ]

전이효소는 트랜스포존(transposon)의 말단에 결합하여 게놈의 다른 위치로 트랜스포존을 이동시키는 것을 촉매하는 효소이다. 전이효소라는 말은 Tn3 트랜스포존이 전이(transposition)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클로닝 한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전이효소가 촉매 하는 트랜스포존의 전이는 게놈 내에 DNA를 이동시킴으로써 새로운 조합의 DNA를 만들 수 있으므로 전이효소는 종 내에서 유전적 다양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생명체가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전이효소는 역할을 한다.                                                    

목차

용어의 탄생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분교)의 생화학/생물리학과의 프레드 헤프론(Fred Heffron)과 브라이언 맥카씨(Brian J. McCarthy)는 1979년 Cell 학술지에 발표한 그들의 논문에서 트랜스포존 Tn3 (transposon Tn3)의 전체 염기 서열을 학계에 보고하였다. 4,957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이뤄진 Tn3 트랜스포존은 3개의 폴리펩티드를 암호화하고 있었다 (그림 1). 그들은 3개의 폴리펩티드 가운데 가장 큰 폴리펩티드인 tnpA(1,015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음)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이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들은 이  tnpA  단백질이 트랜스포존의 전이를 담당하는 효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전이효소(transposase)라고 명명하였다 (그림 2).

그림 1. Tn3 트랜스포존의 염기서열 지도와 Tn3가 암호화하고 있는 3개의 폴리펩티드 (tnpA, tnpR, bla) (출처:)

그림 2. 전이효소 (transposase)란 단어를 처음으로 제안한 논문의 해당 부분 (출처: )

전이효소의 존재 제안

염색체의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유전자가 이동한다는 생각은 바바라 맥클린톡 (Barbara McClintock)이 1948년에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그녀는 염색체 파손과 재조합에 대한 오랫동안의 연구 끝에 옥수수 종자에 색깔이 섞여 있는 현상은 유전자의 전이가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녀는 이런 유전적 불안정성이 단지 옥수수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움직일 수 있는' 유전자에 대한 생각은 처음에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게놈의 DNA는 영구불변하며 게놈 내에 유전자가 이동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속 연구들에 의해 이제는 트랜스포존은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고, 그녀는 유전적 불안정성 (게놈 내의 DNA는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업적을 인정받아서 1983년 노벨상을 받았다. 바바라 맥클린톡이 제안했던 ‘게놈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유전자가 이동하기 위해서는 전이효소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지게 되었다.

옥수수에서 전이효소

바바라 맥클린톡은 옥수수에서 두 가지 '움직일 수 있는' 요소에 관해 기술했다. 이들은 각각 Ac와 Ds이다. Ac는 활성자를 뜻하는 Activator에서 앞글자 두 개를 딴 것이고, Ds는 분리를 뜻하는 Dissociation에서 앞글자 두 개를 딴 것이다.  Ds의 특징은 Ds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으며 Ac가 있는 상태에서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Ac는 혼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Ac를 자율적인 요소라고 부르고, Ds는 비자율적인 요소라고 부른다. 두 요소 모두 게놈 내 다른 위치로 삽입될 수 있다. 이들은 종종 유전자 내로 삽입되기도 하며, 만약 유전자 내로 삽입되면 그 유전자는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된다. 후속 연구를 통해서 과학자들은 Ds와 Ac의 관련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Ds는 Ac가 가진 여러 서열 가운데 자신의 이동을 위해 필요한 서열이 사라진 결실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Ac의 크기는 4.5kb가 조금 넘고, 3.5kb의 길이를 갖는 mRNA를 암호화하고 있다. 이 mRNA는 번역 과정을 거쳐 전이효소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Ds는 이 3.5kb mRNA에서 부분적으로 결실 (deletion)이 일어나 있다. 전이효소는 특정한 서열을 인식한 후 트랜스포존이 게놈의 어느 위치에서 있거나 상관없이 트랜스포존을 잘라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Ac의 경우, 전이효소 유전자는 10bp의 역전된 반복 서열 (inverted repeat: IR)을 유전자의 양쪽 끝에 갖고 있다 (그림 3). 이 IR 서열은 전이에 필수적이다.  각 IR은 전이효소가 결합하는 서열로 작용하는 AAACGG 모티프를 갖고 있다. 만약 이 서열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트랜스포존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림 3. 전이효소 유전자 앞뒤에 있는 역전된 반복 서열 (inverted repeat: IR)

전이효소의 작용 기작

전이효소는 다음의 2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DNA를 이동시킨다

  1. 잘라내서 붙여넣기 (cut-and-paste)
  2. 복제적 전이 기작 (replicative transposition mechanism)

이 두 방법의 차이는 자신의 DNA를 남겨놓고 가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즉, 잘라내서 붙여넣기 방법은 트랜스포존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트랜스포존을 잘라내어 흔적을 전혀 혹은 거의 남기지 않고 새로운 자리로 이동해 가는 방법을 뜻한다. 반면 복제적 전이 기작은 원래 있던 자리에 트랜스포존을 남겨놓고 새로운 자리에 그 트랜스포존과 똑같은 서열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게놈에 있는 트랜스포존이 새로운 자리로 이동해 가는 현상은 전이효소만 있으면 일어난다. Tn5  트랜스포존의 경우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유전자와 전이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다. 구조 결정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포존의 양 끝에 두 개의 전이효소가 결합하고 그 두 끝을 서로 모은다 (그림 4). 그렇게 되면  트랜스포존은 하나의 큰 루프를 만들게 된다. 이후 전이효소가 DNA 양 끝을 절단하면 게놈으로부터 트랜스포존이 절단되어 나오게 된다. 원래 자리에서 절단되어 나온 트랜스포존을 삽입할 장소를 찾은 후 전이효소는 트랜스포존을 게놈에 다시 삽입한다.

전이효소에 따라서는 조금 더 복잡한 기작을 사용하기도 한다. 람다 인테그라아제는 Tn5 전이효소보다 좀 더 복잡한 기작을 사용한다. 이 경우 루프로 형성된 DNA는 람다 인테그라아제의 안을 관통하기도 하고 람다 인테그라아제의 주변을 감싸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람다 인테그라아제 효소 내부에 X자형 홀리데이 접합이 형성된다 (그림 5).

그림 4. Tn5 전이효소가 트랜스포존의 양쪽 끝에 결합한 구조. 전이효소가 트랜스포존의 양쪽 끝에 결합했기 때문에 트랜스포존의 DNA는 하나의 큰 루프를 형성하게 된다. Tn5의 경우 이 루프는 5.7 kb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지만 이 그림에서는 루프를 점선으로 요약해서 표시하였다. ()

그림 5. 박테리오파지의 람다 인테그라아제 (lambda integrase)가 DNA에 결합하고 있는 구조 (위 사진). 람다 인테그라아제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DNA에는 홀리데이 접합 (Holliday junction)이 형성된다 (아래 사진). ()

전이효소의 구조

많은 전이효소는 DDE 그룹으로 불리는 세 개의 산성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활성 부위를 가지고 있다. 그림 6는 Tn5 전이효소의 활성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전이효소가 결합하는 DNA는 그림 6에서 공간 채우기 (space filling) 모델 (그림 6에서 주황색, 노란색, 분홍색을 띤 구형들을 지칭함)로 표시되어 있다.  3 개의 산성 아미노산은 공과 막대기 (ball-and-stick)로 표시되어 있다. 이 3개의 산성 아미노산은 절단 및 재연결 반응을 돕는 두 개의 금속 이온 (녹색으로 표시)을 가지고 있다.

그림 6. 전이효소가 DNA와 결합해 있는 부위를 확대한 사진 ()

참고문헌

Heffron F, McCarthy BJ, Ohtsubo H, Ohtsubo E (December 1979). 'DNA sequence analysis of the transposon Tn3: three genes and three sites involved in transposition of Tn3'. Cell18 (4): 115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