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 질소

웃음 기체라고도 알려진 아산화 질소는 상온에서 안정한 무색무취의 비휘발성 기체지만, 고온에서는 산소 기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산화제로 작용한다. 아산화 질소는 마취 진통 효과가 있어 수술이나 치과 치료 시 흔하게 쓰이며, 이 화합물을 흡입하였을 때 취한 효과 때문에 해리성 마취제로 오용되기도 한다. 아산화 질소는 로켓 추진체의 산화제로 사용되며, 엔진의 출력을 증강하기 위해 자동차 경주에도 쓰인다. 아산화 질소는 대기 중에 소량 존재하는데, 성층권 오존을 파괴하는 주범 중의 하나이다.

목차

아산화 질소는 로켓 모터, 내연 기관, 에어로솔(aerosol), 의료, 레크리에이션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아산화 질소 캡슐 ()

아산화 질소는 다른 산화제들에 비교하여 무독성이며 상온에서 안정하므로 로켓 모터의 추진체(propellant)로 사용한다. 또한, 밀도가 크고 저온에서 낮은 저장 압력을 유지하므로 저장용 고압 기체 시스템보다 경쟁력이 있다.

1914년 미국 로켓의 선구자인 고다드(R. Goddard)가 액체 연료 로켓에 사용 가능한 추진체로 아산화 질소와 휘발유를 제안한 이래, 몇몇 하이브리드 로켓 디자인에서 산화제로 아산화 질소를 사용한 바 있다.

아산화 질소는 21기압, 600 도 정도에서 발화한다고 알려져 단일 추진 로켓에도 사용할 수 있는데, 가열한 촉매 존재 하에서 질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발열 반응에서 엄청난 열을 방출하므로, 자체 촉매 작용에 의한 추진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격한 연소 과정이 필요한 자동차 경주에서 아산화 질소는 공기 중의 산소보다 더 많은 산소를 제공할 수 있기에, 엔진이 더 많은 연료를 태우게 하여, 더욱 강력한 연소를 유발할 수 있다. 저온 저압에서 가연성이 없지만, 높은 온도에서는 분해되어 대기보다 더 많은 산소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산화 질소는 과산화 수소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산화제이다.

아산화 질소는 보통 압축 액체로 저장하였다가 자동차의 흡기 다기관(intake manifold)에서 이 액체가 증발하고 팽창하면서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면 밀도가 커져서 엔진 실린더에 더 많은 공기/연료 혼합물이 들어가게 한다. 따라서 아산화 질소를 흡기 다기관에 미리 주입하거나 힘을 내기 바로 직전에 직접 주입한다. 그러나 엔진의 왕복 운동 과정에서 아산화 질소를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엔진에 손상이 갈 정도의 힘을 생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의 엔진에서 아산화 질소를 이용할 때는 적절한 온도와 연료 수위가 유지되어야 조기 점화나 노킹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아산화 질소가 엔진 실린더 속 압력을 증가시켜 피스톤이나 밸브에 손상을 주고 불균일 가열로 인한 조기 점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성능 강화를 위해 장착하는 NOS (Niorous Oxide System) 가스통 ()

아산화 질소는 지방에 매우 잘 녹으므로 휘핑크림을 내기 전까지 크림의 지방에 잘 녹아 있어 크림으로 나올 때 4배의 부피를 가질 수 있기에, 음식 첨가제로도 승인받아 휘핑크림 통이나 쿠킹 스프레이에 에어로솔 추진체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산화 질소와 함께 배출된 휘핑 크림은 불안정하여 1시간 이내에 액체 상태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즉석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장식에만 사용한다. 쿠킹 스프레이는 레시틴(lecithin, 유화제의 일종)을 섞은 다양한 기름으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아산화 질소를 추진체로 사용한다. 감자 칩과 같은 과자의 포장 시 박테리아 성장을 막기 위하여 산소를 대체할 비활성 기체로도 사용한다.

1844년 이후 치과나 외과 수술 시 아산화 질소가 마취제로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단순한 고무 백을 통해 투여하였다가, 현재는 병원에서 아산화 질소와 산소의 비율을 2: 1로 조절한 자동화 마취 기계를 이용하여 투여한다. 그런데 마취 시 아산화 질소를 사용하면 구역질이나 구토를 유발할 위험이 증가한다.

치과 치료 시에는 더 단순한 아산화 질소와 산소의 혼합물을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흡입시켜, 치료할 때에도 의식이 깨어 있으며 의사가 하는 질문이나 지시에 반응하는 정신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출산, 수술, 심장 발작 시에 고통을 줄이기 위하여 아산화 질소를 흡입하기도 하는데, 분만할 때 산모에게 이 화합물을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통제임이 입증된 바 있다.

1840년대 유럽에서 마취용으로 사용되던 아산화 질소 보관용 실린더 ()

행복감과 환각을 느끼기 위해 아산화 질소를 흡입하는 '웃음 기체 파티'가 1799년 영국의 상류 사회에서 알려졌다. 19세기에 이르러 아산화 질소가 의료 및 요리 분야에서 폭넓게 시용되면서 레크리에이션 용도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아산화 질소 사용에 대한 법적 문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아산화 질소는 액화된 압축 기체이며 질식 가능성이 있고 해리성 마취 효과가 있어,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비교적 무독성으로 취급되지만 흡입하거나 액체가 직접 피부나 눈에 닿을 경우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과 의사, 치과 의사 및 간호사에게 심각한 작업 유해성을 가지며, 아산화 질소는 인체에서 0.004%의 소량씩 대사를 하므로 환자가 방 안에서 내뿜은 양이나 환기가 잘 안 되는 방에서의 지속된 노출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권장 노출 한계는 25 ppm(46 g/m³)으로 정해져 있다.

아산화 질소는 250 °C에서 용융 질산 암모늄의 분해반응으로부터 생성된다. 이때 폭발 위험이 있으므로 서서히 온도를 올려야 한다.

NH₄NO₃(l) → N₂O(g) + 2H₂O(g)

무색이며 약간의 단 냄새를 가지는 아산화 질소는 비록 상온에서는 반응성이 없지만, 온도를 올리면 반응성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187 °C에서 아산화 질소와 소듐 아마이드(NaNH₂)가 반응하면 소듐 아자이드(NaN₃)가 얻어진다.

2NaNH₂ + N₂O → NaN₃ + NaOH + NH₃

이 반응은 기폭 장치로 사용되는 아자이드 염을 생산하는 화학 공정 반응이다.

아산화 질소는 온실 기체(greenhouse gases) 중 하나로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데, 분자 당 100년간 이산화 탄소의 298배에 해당하는 온실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 농도가 이산화 탄소의 1/1000 미만으로 낮기에, 1/3 이하의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산업 혁명 이전보다 38% 더 많은 아산화 질소가 대기 중에 유입되어서, 이 화합물의 온실 효과를 유의해야 한다. 2008년 노벨상 수상자인 크루첸(P. Crutzen)은 질산 비료에 기인한 아산화 질소의 발생량이 지금까지 과소평가되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도별 온실 기체 추세 ()

아산화 질소는 오존층을 얇게 만든다고 알려졌지만, 가장 중대한 오존 파괴 물질(ozone-depleting substance, ODS)이고 21세기에도 계속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한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1. . Space Propulsion Group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