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

[ zeolite ]

미세 다공성 알루미늄 규산염 광물인 제올라이트는 주로 흡착제촉매로 활용된다. 이 물질은 1756년 스웨덴의 광물학자 크론스테트(A. F. Cronstedt)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그는 속비석(stilbite)을 빠르게 가열할 때, 그 광물에 흡착되어 있던 물이 대량의 증기로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근거로 그는 '끓여야 한다'는 뜻의 그리스어 'ζέω'와 '돌'이란 뜻의 'λίθος'라는 단어를 합쳐 제올라이트라는 명칭을 붙였다.

제올라이트는 자연적으로도 생성되지만,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되고, 2016년 9월까지 232가지의 각기 다른 결정 구조가 확인되었으며, 특히 여기에는 40가지가 넘는 천연 상태의 결정 구조들도 포함되어 있다. 새롭게 알려진 모든 제올라이트의 구조는 국제 제올라이트 협회 산하 구조위원회(International Zeolite Association, Structure Commission)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세 글자로 된 고유한 명칭이 부여된다.

천연 제올라이트 광석()

목차

제올라이트의 특성 및 발생

제올라이트는 Na+, K+, Ca2+, Mg2+ 와 같은 다양한 양이온을 수용할 수 있는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러한 이온들은 이 물질 내에 약하게 결합하고 있어 용액과 접촉 시 다른 양이온으로 쉽게 이온-교환할 수 있다. 천연에서 주로 발견되는 제올라이트 광물로는 항석(analcime), 능비석(chabazite), 클리노프틸로이트(clinoptilolite), 휘비석(heulandite), 소다비석(natrolite), 회십자비석(phillipsite), 속비석 등이 있다.

휘비석의 구조 ()

천연 제올라이트는 화산암과 화산재층이 알칼리 지하수와 만나는 곳에서 형성되거나, 얕은 해양분지의 퇴적층에서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에 걸쳐 결정화되기도 한다. 대부분 순수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광물, 금속, 석영과 섞여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이로 인해 균일성과 순도가 떨어져 대부분 상업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제올라이트는 주로 규소, 알루미늄, 산소로 이루어진 알루미노규산염으로써 타이타늄, 주석, 아연 등과 같은 금속을 소량 함께 포함하기도 하며, "분자체(molecular sieve)"로 쓰일 수 있는 미세다공성 고체물질(microporous solid) 중 하나이다. "분자체"란 제올라이트 고유의 특징 중 하나로써, 제올라이트 구조 내 존재하는 매우 규칙적으로 배열된 미세 기공들을 이용하여 작은 크기의 기체나 액체 분자들을 크기 및 모양에 따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특징을 말한다. 기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분자나 이온의 최대 크기는 제올라이트 내에 존재하는 통로(channel)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크기는 결국 결정 구조를 이루는 음이온 골격체 내의 고리(ring)의 크기에 의해 정의된다. 예를 들어 '8-고리'는 사면체 구조를 이루는 8개의 규소(또는 알루미늄) 원자와 같은 수의 산소 원자로 구성된 닫힌 고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고리들은 결정 구조 내 작용하는 화학 결합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완벽하게 대칭을 유지하지는 못하며, 따라서 제올라이트의 기공은 원통형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제올라이트의 생산

포우저사이트 구조: 빨간색-산소, 파란색-규소()

산업적 가치를 갖는 제올라이트는 대부분 합성을 통해 생산되는데, 대표적인 공정으로는 수산화 소듐과 함께 알루미나와 규소의 혼합 용액을 가열하여 얻는 방법이 있다. 이때 알루민산 소듐(sodium aluminate)과 규산 소듐(sodium silicate)을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합성 제올라이트인 제올라이트-X는 천연 제올라이트인 포우저사이트(faujasite)와 동일한 결정 구조를 갖는데, 그 합성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24-n)SiO2 + nNaAlO2 → NanSi24-nAlnO48

합성 제올라이트의 경우 천연의 그것에 비해 순도나 균일성이 뛰어나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구조를 합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상업적으로 매우 널리 활용되는 제올라이트 A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합성 제올라이트의 주원료는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원소 중 하나인 규소알루미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올라이트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천연 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를 가공하는 데는 전통적인 방법이 사용되는데, 우선 노천에서 채굴된 광석들은 특수한 파쇄, 수송 장치를 장착한 트랙터를 이용해 더욱 잘게 부순 후, 건조해 가루 형태로 만든다. 이러한 가루들은 몇 가지 공정을 거치고 알맞은 크기의 입자들만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 후, 그 형태로 포장되거나 펠릿 형태로 압축되어 새롭게 가공되기도 한다.

미국 지질 조사국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 제올라이트라고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천연의 제올라이트를 매우 소량 포함하며, 대부분은 화산 응회암 가루와 석재로 구성된 제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된 바 있다. 이들은 많은 경우 석재, 경량 골재, 포틀랜드 시멘트나 토양 개량제 등으로 이용되곤 한다.

합성 제올라이트

합성 제올라이트()

알칼리와 유기 구조체를 사용하여 실리카-알루미나 젤을 천천히 결정화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합성 제올라이트의 종류는 200가지가 넘으며, 이론적으로는 더 많은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구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원자들을 사용하여 제올라이트를 합성할 수 있기에 화학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물질이다. 예를 들어, 저마늄, , 갈륨, 붕소, 아연, 주석이나 타이타늄과 같은 원소들이 포함된 제올라이트들도 합성되어 발표되었다.

이러한 제올라이트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사용되는 중요한 공정 중 하나는 - 방식인데, 물질의 특성은 반응 혼합물 조성, 시스템의 pH, 작동 온도, 반응 시간 및 사용한 템플릿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솔-젤 공정 중 다른 원소들도 쉽게 혼합될 수 있으며 이렇게 합성된 규산염-솔은 매우 안정한 특징을 보이며, 또한 이 공정은 손쉽게 규모도 확장할 수도 있어서 제올라이트 합성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제올라이트의 활용

제올라이트는 다양한 수질 정화 공정, 연수화 과정 및 기타 여러 분야에서 이온-교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화학에서는 특정 크기와 모양을 갖는 분자들을 분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이를 이용한 분석법도 개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촉매나 흡착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여러 화학 반응에서 이들 물질의 잘 정렬된 기공-구조와 적절한 산성도를 활용하면 반응물들을 손쉽게 활성화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제올라이트는 낮은 품질의 천연가스로부터 물, 이산화 탄소, 이산화 황을 제거하는 것과 같이 가스를 보다 정밀하게 분리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활성 기체, 질소, 산소, 프레온, 폼알데하이드 등도 분리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의 이용

MCM-41과 같은 다공성 물질들과 마찬가지로, 합성 제올라이트도 석유화학 산업에서 촉매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제올라이트는 분자를 좁은 공간에 가두어 물질의 구조와 반응성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특히 산성을 띠면 알킬화 반응이나 크래킹과 같은 촉매 반응 작용의 호스트 역할을 담당한다.

제올라이트는 여러 미립자를 자유롭게 통과시키면서도 미세 이온을 포획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핵분열 생성물을 제거하고 영구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고급 재처리법에 사용된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네랄 특성을 보이는 것인데, 이들이 갖는 알루미노-규산염 구조는 내구성이 매우 강한 다공성 형태로써, 방사선에 대해서도 내성을 지닌다. 또한 일단 핵분열 생성물이 갇혀 저장되면 제올라이트는 기공이 막힌 상태로 고온에서 압축되어 내구성이 강한 세라믹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재처리 시스템보다 위험을 크게 줄이는 폐기물 처리 방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누출 관리에도 사용될 수 있으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재해에서는 발전소 근처의 해수에 제올라이트로 만든 샌드백을 떨어뜨려 방사성 세슘을 흡착시키기도 하였다.

상업적 사용

제올라이트는 태양열 집열기나 흡착 냉동고 등에도 사용될 수 있는데, 이는 높은 흡착열과 수화 및 탈수 능력, 그리고 일련의 과정 동안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탈수된 상태에서 다시 수화된 상태로 전환 시 일어나는 발열 반응과 고유의 흡습성을 이용하면 천연 제올라이트를 폐열이나 태양열 에너지를 얻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제올라이트는 저온 흡착식 진공 펌프에서 분자체의 역할로 사용되기도 한다.

제올라이트의 가장 큰 단일 용도는 세탁 세제로써 1992년 무수 제올라이트 A는 연간 144만 톤에 달하는 양이 사용되었고, 고양이 화장실의 모래도 제올라이트나 규조토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합성 제올라이트는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생산 공정에서 첨가제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활용은 1990년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이 물질들은 아스팔트의 제조나 설치 시 발생하는 열을 낮춰 주어, 이산화 탄소, 에어로솔 및 증기를 덜 방출하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고온 상태에서는 아스팔트가 더욱 촘촘하게 압축되어, 추운 날씨나 장시간 동안 도로포장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