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

젤은 19세기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그레이엄(Thomas Graham, 1805-1869)¹⁾이 젤라틴(gelatine)을 줄여서 만든 단어이다. 젤은 젤리와 같은 고체 물질을 가리키는데, 부드러운 것부터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까지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젤이 이용되고 있다.

헤어젤.()

면도용 젤.()

목차

젤은 정류 상태(steady state)에서는 전혀 흐르지 않는다. 젤은 유체 상태 분산 매질 내부에 존재하는 3차원 가교 결합 네트워크(cross-linked network)로 인해 거의 고체와 같다. 이 가교 결합으로 인해 젤은 비교적 견고한 구조와 점착성(adhesive stick (tack))을 보인다. 내부 가교 결합은 공유 결합과 같은 화학 결합, 반데르발스 힘 등을 통한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유체 내부에서 손상되지 않은 미소결정(crystallite)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젤은 고체 내부에 액체 분자들이 분산된 것과 같기 때문에 고체는 연속으로 연결된 상(continuous phase)을, 액체는 단절된 상(discontinuous phase)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젤은 보통은 흐르지 않지만 흔들거나 압력이 가해져 변형이 일어나면 흐르고, 다시 가만히 놓아두면 흐르지 않게 된다. 이런 성질을 요변성(搖變性) 혹은 틱소트로피(thixotropy)라고 부른다.

친수성(親水性 hydrophilic) 고분자 사슬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분산 매질이 물인 젤이다. 물을 90% 이상 포함할 수 있으며, 높은 수분 함량으로 인해 천연 조직과 유사하게 유연성이 뛰어나다.

비결정 비유리질 열가소성 고체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고, 분산 매질이 유기 용매, 석유, 식물성 기름과 같은 유기 물질인 젤이다. 네트워크를 이루는 물질의 입자 크기와 분산 매질에 대한 용해도가 탄성(elasticity), 견고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젤을 건조해 제한 없이 수축하는 상태로 만든 고체를 말한다. 1~10 nm 크기의 미세한 구멍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15~50%의 높은 다공성을 갖는다. 다공성 젤은 높은 온도에서 열처리하면 미세하게 흐르며, 수축하면 고밀도의 유리질이 된다.

젤의 분산 매질을 초임계(supercritical) 조건에서 제거하면 젤의 네트워크는 수축하지 않기 때문에 고도의 다공성을 가진 저밀도 물질인 에어로젤이 된다. 에어로젤은 특별한 조건에서 만들어진 건조젤이다.

고도로 수화된 고분자 네트워크가 서로 물리적 결합이나 공유 결합을 통해 연결된 것으로, 혼성 수화젤(hybrid hydrogel)이라고도 한다. 다공성으로 인해 구조, 미소환경(microenvironment), 특성 등이 천연 조직과 유사하다. 나노입자나 나노 구조와 연결해 사용하기도 한다.

생물들은 스스로 젤을 만들어 이용한다. 눈의 유리체, 연골, 힘줄, 응고된 혈액 등은 수화젤이다. 참거두고래(long-finned pilot whale)는 살갗에 효소로 이루어진 젤을 분비하여 기생충이 군생(colony)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일회용 기저귀는 대표적인 수화젤이다. 성형 수술에서 사용되는 보형물들도 수화젤이며, 약이나 콘택트렌즈를 만들 때 수화젤을 이용하기도 한다. 비행기에 탑승할 때 큰 용량의 젤을 제한하는 것은 물-젤 폭약(water-gel explosive) 때문이다. 유기젤은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에 널리 이용될 가능성을 보이며, 여러 가지 나노물질과 결합한 나노복합제 수화젤은 특별한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물질과학 분야에서 금속 산화물을 제조하는 방법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이 솔-젤 과정(sol-gel process)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분자들로 고체 물질을 만드는데, 단위체(monomer)를 콜로이드 용액으로 만들어 고체인 젤을 만드는 선구물질(precursor)로 작용하도록 한다. 솔은 액체 매질에 작은 고체 입자들이 떠 있는 콜로이드 부유물(colloidal suspension)이다. 콜로이드 부유물을 현탁액이라고도 부른다.

1. 기체의 확산에 관한 연구로 그의 이름을 딴 기체의 확산 법칙, 그레이엄의 법칙이 알려져 있으며, 콜로이드(colloid)의 아버지라고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