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엽산제

항엽산제(antifolates)는 엽산(비타민 B₉)의 작용을 길항하는 항대사체 약물이다. 체내에서 엽산은 주로 세린, 메티오닌, 티미딘과 퓨린 생합성에 관여하는 다양한 금속 전이 효소(methyltransferase)에 대한 보조인자로 작용한다. 항엽산제는 엽산의 작용을 차단하여 결과적으로 세포분열, DNA/RNA 합성 및 수선, 단백질 합성을 억제한다.

항엽산제에 속하는 약물은 항균제부터 항원충제, 항말라리아제, 항암제까지 다양한 작용을 가진다. 이들은 모두 엽산의 작용을 차단한다는 공통된 개념의 작용 메커니즘을 가지면서 작용하는 타겟이 다르므로 원하는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목차

항암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methotrexate는 포유류의 DHFR(dihydrofolate reductase) 작용을 저해하여 신생경로(de novo pathway)를 통한 DNA 및 RNA 합성과정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므로 세포주기의 S기에서 세포독성을 보인다. 따라서 정상세포보다 DNA를 더 자주 복제하는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골수세포 및 위장관, 구강점막 같은 증식이 빠른 비종양세포의 증식도 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엽산은 정상적인 태아발달에 필수적인 물질이므로 임신중인 경우 태아 기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임부에게 methotrexate는 금기약물이다.

사람과 미생물은 뉴클레오티드를 합성하는 신생경로에 필요한 물질인 tetrahydrofolate(THF)를 공급하는 과정이 전혀 다르다. 사람은 THF의 전구체로 사용되는 엽산을 섭취한 뒤, DHFR 효소로 환원시켜 THF를 공급하는데 비해, 세균이나 원충은 THF를 pteridine 화합물과 p-aminobenzoic acid(PABA)로부터 새롭게 합성한다. 이러한 과정의 차이를 이용하여 세균이나 원충의 엽산 합성과정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항엽산제는 인체의 엽산대사와는 무관하게 선택적인 항균작용을 가질 수 있으며 인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균제로서의 항엽산제는 크게 설파제와 DHFR 저해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설파제는 세균이나 일부 원충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DHPS(dihydropteroate synthetase)를 저해하는 항엽산제이고, DHFR 저해제는 인체에도 존재하지만 구조적 특성의 차이를 기반으로 감염체의 DHFR만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항엽산제이다.

프론토질(prontosil)은 엽산의 구성성분인 p-aminobenzoic acid(PABA)의 구조 유사체인 sulfanilamide의 prodrug으로 설파제의 효시가 되었다. 설파제는 정균형 항균제로 PABA와 경쟁적으로 DHPS(dihydropteroate synthase)에 결합하여 효소활성을 억제한다. 이 계열 약물로는 sulfamethoxazole, sulfadiazine 등이 있다.

DHFR은 인체를 비롯하여 진균, 원충, 세균에 모두 존재하는 효소이나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DHFR 저해제 중 trimethoprim은 세균의 DHFR에 대한 선택적 저해효과를 보이는 정균형 항생제이다. Trimethoprim은 설파제와 병용하면 상승작용을 가지는데, sulfamethoxazole과 1: 5 복합제제인 cotrimoxazole은 상승작용에 의해 살균형 항생효과를 보이고 내성획득 가능성을 감소시키므로 널리 쓰인다. Cotrimoxazole은 여러 장내세균에 의한 재발성 요로감염증과 수인성 병원균에 의한 장염에 사용되며 AIDS 환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PCP(Pneumocystis jirovecii pneumonia) 진균성 폐렴에도 효과가 있다.

그림 1. Trimethoprim (출처:Wikimedia Commons)

그림 2. Sulfamethoxazole (출처: Wikimedia Commons)

항원충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항엽산제는 DHFR 저해제인 pyrimethamine과 proguanil이며 소량의 항엽산제를 다른 기전을 가지는 항원충제와 병용한다.

DHF의 pteridine 부위와 유사한 구조를 통해 DHFR을 경쟁적으로 저해하는 DHF 유사체로, Fansidar (pyrimethamine+sulfadoxine) 또는 Maloprim(pyrimethamine+dapsone)과 같이 DHPS 저해제와의 복합제제 형태로 말라리아 치료제 및 예방제로 사용된다.

체내에서 대사된 대사산물이 DHF의 pteridine 부위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dihydrotriazine을 생성하여 DHFR을 경쟁적으로 저해한다. Atovaquone과의 복합제제(Malarone)가 말라리아의 치료제 및 예방제로 사용된다.

조유희/차의과학대학교  

이창로/명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