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유전자 전사

세균 유전자 전사

[ bacterial transcription ]

전사(轉寫; transcription)는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의 첫 단계로서 세균의 경우, 전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조절이 가해진다. 세균의 유전자 전사는 시그마인자를 포함한 RNA중합효소 완전체효소(holoenzyme)가 유전자 상위의 프로모터에 결합하면서 시작된다. 유전자 전사의 시작(개시; initiation)부터 끝(종료; termination)까지 한 싸이클을 거치면서 생겨난 전사체(transcript)의 종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mRNA, 리보좀의 구성성분인 rRNA, tRNA와 같은 구조 RNA,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조절 RNA등이 있다. 세균의 mRNA중 상당수는 오페론구조를 가진 유전자로부터 전사가 됨으로써, 2가지 이상의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multi-cistronic mRNA인 경우가 많다.

목차

전사의 단계들

유전자의 전사는 RNA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여 전사를 시작하는 개시단계(initiation), RNA사슬을 길게 합성하는 연장(elongation)단계를 거쳐 RNA합성을 끝내는 종결(termination)단계로 크게 나누어 볼수 있다. 각각의 단계 내에도 다양한 세부 절차와 조절 요소들이 작용하며, 1990년대 이후 전사의 여러 단계에 에 해당하는 복합체 구조들이 밝혀지고, 각종 분자결합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전사의 기작이 분자적 수준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 졌다. 이를 통해, 전사를 조절하거나 방해하는 약물이나 항생제를 찾고 작용기작을 밝히는 일들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그림 1. 전사의 단계. RNA중합효소 holoenzyme(R)이 프로모터(P)를 인지하여 프로모터 닫힌복합체(promoter closed complex; RPc)를 형성하고, promoter의 –10부위에서 melting이 시작되는 중간체 단계(I, intermediate)를 거쳐 전사개시점을 포함한 12-13 염기쌍 정도의 DNA가 풀려서 안정한 프로모터 열린복합체(promoter open complex; RPo)를 만든다. 이후 rNTP가 활성자리에서 중합반응에 의해 짧은 RNA사슬을 만드는 개시복합체(initiation complex; RPi)를 이루고, RNA의 길이가 6 뉴클레오티드를 넘어 9개 정도까지 되는 동안에는 중합효소와 프로모터 부위를 벗어나지 않고 DNA를 우겨싼 듯한 scrunched complex형태(RPscrunched)을 유지하다 프로모터 부위를 벗어나면서 연장복합체(elongation complex; EC)로 전환된다. 연장복합체는 유전자 염기서열 또는 RNA 이차구조 때문에 연장속도가 느려지는 지체(pausing)현상을 겪게 되며, 그중 종료신호가 있는 곳에서 스스로 종료가 되거나, 종결인자 (termination factor; 예, rho인자)의 도움을 받아 RNA가 release되며 전사가 종료된다.

전사의 개시

그림 1에서 요약된 바와 같이 RNA중합효소가 프로모터 복합체를 형성하고 RNA사슬의 합성을 시작하는 단계를 개시단계로 정의한다. 그림1의 요약에 따르면 연장복합체가 형성되기 전까지, 즉 ①부터 ⑥까지의 단계를 포함한다. 프로모터 닫힌 복합체는 아직 프로모터의 이중나선이 풀리기 전이며, 프로모터 –35 box 상위의 DNA가 bending이나 wrapping을 통해 RNA중합효소상에 여러 방식으로 배치될 수 있다. 아래 그림2는 그림1의 전사단계중 ①②③의 과정을 구조를 반영한 모식도로 좀더 상세히 표시한 것임.

그림 2. RNA중합효소 holoenzyme이 프로모터와 결합하여 닫힌복합체를 형성하고 이어서 열린복합체를 형성하는 단계의 모식도. 중합효소 core enzyme을 회색의 clamp모양으로 표시. 시그마 인자의 여러 도메인을 분홍, 노랑, 오렌지, 빨강으로 표시. 알파단위체의 C-말단 도메인을 하늘색으로 표시하고, 효소활성자리는 녹색점으로 나타내었음. 닫힌 복합체에서 프로모터 부위가 열리는 과정이 속도결정단계로 대장균 λPR 프로모터의 경우 양방향 모두 37℃에서 약 1 per sec 정도로 추정됨 이후 clamp/jaw가 좁혀지며 안정한 열린 복합체가 형성됨. (그림출처. Ruff등, 2015).

프로모터 DNA에서 melting이 시작되는 단계는 –11 위치의 A 염기가 DNA사슬에서 삐져나와(base flipping) 시그마인자의 단백질 포켓안에 위치하는 구조로 부터 유추된다. 이후에 DNA가 melting되고 최종적으로 안정된 열린복합체를 이루는 과정은 12-15 bp(보통 –11부터 +2~+4 사이)의 사슬이 풀리고, 시그마의 1.1 도메인이 활성부위로 이어지는 틈(cleft)에서 밖으로 이동하여 전사개시점이 활성부위에 제대로 위치하고, clamp의 틈이 좁혀지는 형태변화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열린복합체는 12-15 뉴클레오티드 만큼 풀린 전사방울(transcription bubble)을 품고있는 구조이다.

rNTP가 존재하면 프로모터 열린복합체는 빠르게 개시복합체로 전환한다. 두 개의 rNTP가 +1과 +2 위치에 자리잡고, 연결된 dinucleotide가 생긴 이후에 DNA의 하위부분(+2부터 +15까지)은 전사를 개시한 효소의 안으로 밀려 들어와 전사방울의 크기가 최대 25 nt까지 증가한 "구겨진"(scrunched) 복합체형태로 존재한다. 이 상태에서 새로 합성된 RNA가 6개 nt이상으로 길어지면 RNA출구 채널의 시그마 finger부위(도메인 3-4 사이)와 부딪혀 공간적 충돌이 생긴다. 따라서 DNA 구겨짐과 RNA출구 채널에서의 물리적 충돌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RNA중합효소는 짧은 RNA을 방출해 버리고, RNA를 새로 만드는 비생산적 과정(abortive initiation) 반복하면서, 유산된 전사체를 만들게 된다. RNA의 길이가 11-15 nt정도에 이르고 출구 채널의 봉쇄를 극복할 수 있으면, 드디어 중합효소 복합체는 프로모터를 벗어나(promoter clearance) 성공적인 연장복합체를 이룰 수 있다(그림 1의 과정 ⑥). 이 과정에서 RNA중합효소는 광범위한 형태변화를 겪으면서 프로모터 부위와의 접촉(결합력)을 잃게 되고, 시그마 인자가 점차 유리되고, 매우 안정적이고 processivity가 높은 연장복합체가 된다.

전사의 연장

연장단계에서 연장복합체 안의 전사방울은 12+/- 1nt의 일정한 크기를 가지며, 이중 RNA/DNA hybrid는 9-10 nt 정도이다. 연장복합체는 긴 유전자의 경우 10 kb이상의 길이를 안정적으로 전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사 연장의 속도는 일정하지는 않고, DNA염기서열, 3차구조, 손상된 염기, RNA 2차구조, DNA 결합단백질, 복제와 회복 복합체, 리보좀, RNA중합효소에 결합하는 여러 단백질과 저분자 물질(예, ppGpp)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시그마 인자의 경우, 복합체에서 떨어져 나갔다가 중간에 프로모터 유사서열에서 다시 결합한다는 보고도 있다.

연장단계에서 전사가 지체(pause)될 경우, RNA중합효소가 진행방향에서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며(backtracking), 그 결과 합성되던 RNA의 3‘ 끝 부분이 활성자리를 벗어나 rNTP가 들어오는 통로(secondary channel)로 방출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사는 멈추게 되고, 지체된 복합체는 그 자리에 정체(arrested)되어 리보좀의 진행과 DNA의 복제등을 모두 막게 된다. 대장균의 경우 GreA나 GreB같은 전사연장인자가 자리를 잘못잡은 RNA 3’ 끝 부분을 가수분해하여 RNA중합효소의 활성자리에 3’끝이 다시 자리잡도록 하여 전사가 재개되도록 한다. 세균은 전사가 진행되는 동안 번역도 진행이 되는데, 이 경우 RNA중합효소를 바짝 뒤따라오는 리보좀이 전사연장 복합체의 후진(backtracking)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Santangelo 와 Artsimovitch, 2011; Mustaeve 등, 2017)

전사의 종료

전사종료는 크게 내재적 종결신호(intrinsic terminator)에 의하거나, Rho의존적 종결과정에 의해 일어난다. 유전자의 전사가 종료되는 위치에 DNA상의 염기서열이 RNA hairpin을 이룰 수 있는 구조가 있으면, 그 자체가 전자종결신호(intrinsic terminator)로 작용한다. 내재적 종결신호는 통상 GC-염기가 많은 hairpin과 이어지는 우라실(U)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RNA중합효소가 U-tract에서 지체되고, RNA hairpin이 RNA-DNA hybrid의 윗부분을 망가뜨리면서 RNA가 복합체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RNA방출 채널부위에 결합된 전사연장인자 NusA가 종료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내재적 종결과 달리, 종결인자 Rho가 작용하는 종결자리에는 DNA상에 특별한 염기서열이 없고, 피리미딘염기가 많고 RNA 이중나선 구조가 없는 정도의 특징만 갖고 있어 생물정보학적 예측이 어렵다. Rho인자가 rut자리라고 불리는 30 nt 길이의 자리를 인지하여 ribosome이 없는 free RNA에 결합하면, ATP를 분해하며 RNA를 따라 이동하고, 전사연장복합체를 만나게 되면 ATP-의존적인 translocase활성을 이용하여 RNA중합효소를 밀거나 RNA가닥을 끌어내거나, 또는 helicase활성을 이용하여 RNA-DNA hybrid로부터 RNA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사를 종결한다(Santangelo 와 Artsmovitch, 2011; Ray-Soni 등, 2016; Mitra 등, 2017).

그림 3. 전사종결의 2가지 형태. RNA hairpin을 형성할 수 있는 내재적 전사종결과 ATP-의존적 translocase이며 helicase인 Rho인자에 의한 종결.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전사와 번역의 연계(transcription-translation coupling)

세균의 경우, 전사가 진행되면서 노출된 mRNA에 리보좀이 결합하여 번역이 동시에 진행된다. 리보좀은 RNA중합효소 바로 뒤를 따라가며, 전사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단백질 합성이 일어난다. 번역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우, 여러개의 리보좀이 RNA에 붙어 번역을 진행한다. 가장 앞서가는 리보좀은 RNA중합효소와 NusG(진핵생물의 Spt5)와 S10단백질을 통해 접촉을 한다. S10은 복합 기능을 가진 단백질(moonlighting protein)로서 리보좀과 독립된 상태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다. 리보좀은 항상 한방향으로만 진행하므로, 전사연장복합체가 후진하는 것을 막는 기능도 한다. 또한 리보좀이 RNA중합효소를 따라오지 못할 경우, 노출된 RNA에 전사종결인자인 Rho가 결합하게 되면, 전사가 종결되고 RNA가 방출된다. 따라서 전사와 번역의 연계는 RNA전사가 사전에 종결되는 것을 막는 기능도 있다(MaGary 와 Nudler, 2013).

전사를 조절하는 단백질들(transcription regulators)

세균의 전사를 조절하는 단백질중 억제자(repressor)들은 물리적으로 RNA중합효소의 결합과 열린복합체 형성을 방해한다. 따라서 이들 억제자들의 결합자리는 대부분 프로모터 부위와 중첩되어 있다. 전사를 촉진시키는 활성화인자(activator)들은 대부분 프로모터 상위에 결합하는데, SoxR/MerR처럼 –10과 –35부위 사이에 결합하여 열린복합체 형성을 촉진하는 경우도 있다(Lee 등, 2012). 상위에 결합하는 활성화인자중 class I은 –35부위와 비교적 멀리 떨어진 위치에 결합하여 RNA중합효소의 알파 단위체 C-말단 도메인과 상호작용하여 전사를 촉진한다. Class II는 –35부위 바로 위쪽에 결합하여 시그마인자의 도메인(domain 4)와 상호작용하여 전사를 촉진한다. 대장균에서 가장 잘 알려진 활성화인자 CAP(catabolite activator protein 또는 CRP, cAMP receptor protein)은 유전자에 따라서 Class I 방식이거나(lac promoter) Class II 방식을 활용하여(gal promoter) 전사를 촉진한다.

Sigma-54를 가진 RNA중합효소는 ATP분해효소 활성을 가진 활성화인자를 필요로 한다. ATP가수분해로 방출되는 에너지를 프로모터 열린복합체형성에 활용한다. 활성화인자들의 결합자리는 프로모터 상위 80-150 염기쌍 부위에 존재하며, 상위활성화자리(UAS; upstream activating sequence)라 불린다. 따라서 시그마-54의 활성화인자들은 진핵생물의 enhancer결합인자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bacterial enhancer binding protein(bEBP)로 불리기도 한다(Ghosh 등, 2010).

전사의 연장단계에서 지체된 전사연장 복합체가 후진(backtracking)을 하여 정지된 상태가 될 경우, GreA와 GreB(진핵생물의 전사연장인자 TFIIS와 homologue)가 잘못 놓여진 RNA의 3‘말단을 끊어내어, 전사가 재개되도록 한다(Santangelo 와 Artsimovitch, 2011). 전사연장복합체가 후진하는 것을 막는 인자중에는 Mfd(mutation frequency decline)라는 단백질도 있는데, Mfd는 DNA염기손상부위에서 정체되어 후진한 RNA중합효소에 결합하여 ATP를 소모면서 RNA중합효소를 전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손상된 DNA염기부위에 excision repair를 담당하는 복구효소들이 자리잡는 것을 도와준다. DNA단선 가닥에 붙어서 3’-->5‘방향으로 이동하는 UvrD란 translocase도 RNA중합효소 베타 단위체에 붙어서 주형이 아닌 DNA가닥(non-template strand)을 따라 이동하는데, 이에 의해 오히려 RNA중합효소의 후진이 촉진되고, DNA손상부위가 드러나 excision repair가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전사종결인자 Rho는 mRNA의 종결뿐 아니라, anti-sense RNA들 및 외부에서 유입된 유전자의 전사체 형성을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리보좀이 따라오지 못하는 전사연장복합체가 후진할 가능성을 미리 막아서, DNA상에서 장애물로 작용하여 genome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을 낮추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집필

노정혜/서울대학교

감수

하남출/서울대학교

참고문헌

  1. Mustaev A, Roberts J, and M. Gottesman, 2017, Transcription 8: 150-161.
  2. Ghosh T, Bose D, and Zhang X, 2010, FEMS Microbiology Reviews, 34: 611-627.
  3. Lee DJ, Minchin SD, and Busby SJ. 2012, Annu Rev Microbiol. 66: 125-52.
  4. Santangelo, TJ and Artsimovitch I, 2011, Nat. Rev. Microbiol., 9: 319-329.
  5. Ray-Soni et al., 2016, Annu. Rev. Biochem. 85: 319-47;
  6. Mitra P, Ghosh G, Hafeezunnisa M, and Ranjan Sen, 2017, Annu. Rev. Microbiol. 71: 687-709.
  7. McGary K, Nudler E. 2013, Curr Opin Microbiol. 16(2):112-7.
  8. Ruff EF, Record MT Jr, Artsimovitch I, 2015, Biomolecules 5(2):1035-62.
  9. Decker KB and Hinton DM, 2013, Annu. Rev. Microb. 67: 113-39.

동의어

전사, transcription, 전사(transcription), 세균 유전자 전사, bacterial tran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