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

피톤

괴물

[ Python ]

요약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뱀이다. 대지의 신 가이아가 홀로 낳은 자식으로, 파르나소스 남쪽 기슭을 지배하다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아폴론의 이 승리를 기념하여 델포이에서는 4년마다 피티아 제전이 열렸다.
아폴론과 피톤

아폴론과 피톤

외국어 표기 Πύθων(그리스어)
구분 괴물
상징 예언
어원 ‘썩다’란 뜻의 ‘피테인’에서 유래
별칭 파이선
관련 동식물
관련 사건, 인물 델포이의 신탁
가족관계 가이아의 아들

피톤 인물관계도

피톤 인물관계도

신화 이야기

피톤의 탄생

피톤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홀로 낳은 아들이다. 데우칼리온의 홍수가 지나가고 물이 빠지면서 대지에 남은 썩은 진흙과 수렁 속에서 기어 나왔다고 한다. 가이아는 그를 파르나소스 산기슭에 자리 잡은 피토(나중의 델포이)에서 살게 하였다.

피톤은 그곳 대지의 틈바구니에서 살면서 사람들을 괴롭혔고 또 가이아의 신탁을 전해주기도 했다. 피톤이 지배하던 이 신탁소는 그가 아폴론의 화살을 맞고 죽은 뒤 이곳이 델포이로 바뀌면서 아폴론을 모시는 유명한 델포이의 신탁소가 되었다. 피톤이 아폴론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 연유는 아폴론의 출생과 관계가 있다.

아폴론과 피톤

피톤은 어느 날 가이아로부터 다음에 태어나는 제우스의 자식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마침 레토 여신이 제우스의 자식을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 피톤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레토를 통째로 삼켜 버리기로 작정했다. 한편 레토가 남편 제우스와 정을 통하고 아이까지 임신한 것을 안 헤라 여신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레토가 태양이 비치는 곳에서는 절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였다. 헤라는 부부생활의 여신으로 결혼과 출산을 관장한다. 일설에는 헤라 여신이 남편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레토를 죽이라고 피톤을 보냈다고도 한다.

피톤에게 쫓기는 레토를 돌봐 준 것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었다. 포세이돈은 제우스의 은밀한 부탁을 받고 레토를 오르티기아 섬에 숨겨 주었고, 높은 파도로 햇볕을 가려 그녀가 아기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레토는 쌍둥이 남매 아폴론아르테미스를 낳았다.

피톤을 죽인 아폴론

피톤을 죽인 아폴론 비르길 졸리스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위해 그린 삽화, 1581년

피톤의 죽음

아폴론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화살을 쏘아 피톤을 죽였다고 한다. 이는 어머니를 괴롭힌 데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지만 제우스로부터 예언 능력을 부여받은 아폴론이 경쟁자를 제거한 사건이기도 했다. 피톤이 지배하고 있던 예언의 땅을 자신의 성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폴론은 가이아가 예언한 대로 피톤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신탁의 권리는 아폴론에게로 넘어갔고, 피톤의 썩은 땅 피토는 ‘대지의 자궁’을 뜻하는 델포이로 지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신탁을 전하는 여사제들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피티아라고 불렸다.

아폴론은 피톤의 시체에서 껍질을 벗긴 다음 몸통은 석관에 넣어 세계의 배꼽 옴팔로스 밑에 묻고, 껍질은 피티아가 신탁을 받는 다리 셋 달린 솥을 감싸게 하였다. 그리고 가이아 여신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 피톤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사를 8년마다 열게 하였다.

피톤을 죽이는 아폴론

피톤을 죽이는 아폴론 들라크루아, 1851년, 루브르 박물관

피톤을 무찌른 아폴론

피톤을 무찌른 아폴론 귀스타브 모로, 1885년, 캐나다 내셔널갤러리

신화 해설

아폴론이 피톤을 죽이고 자신이 신탁소의 새로운 지배자임을 선포하는 이 신화는 그리스 신들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이제 인간들은 태초의 자연 신인 가이아의 뜻이 아니라 올림포스 시대의 이성적인 신 제우스와 아폴론의 뜻에 따라 살게 된 것이다. 아폴론이 예언의 신이자 동시에 빛과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신이란 점은 앞으로 도래하게 될 세상의 성격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피톤에 대한 아폴론의 승리를 기념하여 델포이에서는 기원전 590년경부터 예술과 스포츠의 향연인 피티아 제전이 4년마다 거행되었는데, 이 무렵 그리스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이 활짝 꽃피는 고전시대로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참고자료

  • 작자 미상, 『호메로스 찬가』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히기누스, 『이야기』
  •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아르고나우티카』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