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에톤

파에톤

신화 속 인물

[ Phaethon ]

요약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다. 태양신의 마차를 함부로 몰다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추락하여 죽는다.
파에톤의 추락

파에톤의 추락

외국어 표기 Φαέθων(그리스어)
구분 신화 속 인물
상징 추락, 만용
어원 빛나는, 눈부신
관련 사건, 인물 파에톤의 추락

파에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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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톤 인물관계도
히페리온테이아헬리오스클리메네에오스셀레네
파에톤 인물관계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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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서 파에톤은 케팔로스와 태양신 헬리오스의 누이인 새벽의 여신 에오스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나중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오케아니스(오케아노스의 딸) 클리메네 사이에서 난 아들로 여겨졌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파에톤을 태양신의 아들로 언급하였다. 후대의 설에서는 태양신 헬리오스가 종종 아폴론으로 바뀌기도 한다.

신화 이야기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들이 사춘기가 되자 아버지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파에톤은 이 사실을 친구 에파포스에게 말했다가 거짓말쟁이라고 놀림을 당하고는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파에톤의 추락

파에톤의 추락 시모네 모스카, 16세기, 베를린 보데박물관

오랜 여행 끝에 해가 떠오르는 동방의 헬리오스 궁전에 도착한 파에톤은 드디어 아버지 헬리오스를 만나 자신이 태양신의 아들임을 인정받는다. 헬리오스는 그동안 아들을 돌보지 않은 미안함에 파에톤에게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고, 파에톤은 아버지의 태양마차를 하루만 직접 몰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헬리오스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한 약속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헬리오스가 아침마다 몰고서 너른 하늘을 지나 다시 오케아노스 속으로 뛰어드는 태양마차는 네 마리의 날개 달린 거친 천마들이 끄는 거대한 마차로 파에톤이 몰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헬리오스는 무엇이든 다른 소원을 말해 보라고 했지만 파에톤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헬리오스는 아들에게 마차를 내주며 절대로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파에톤의 힘으로는 거친 천마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었다. 마차가 궤도를 벗어나 너무 하늘 높이 올라가자 대지는 온기를 잃고 꽁꽁 얼어 버렸고 반대로 대지에 너무 가까워지자 너무 뜨거워져 불이 붙을 지경이 되었다. 세상은 재앙에 휩싸였다.

“대지는 가장 높은 곳부터 화염에 휩싸이며 습기를 모두 빼앗겨 쩍쩍 갈라져 터지기 시작했다. 풀밭은 잿빛으로 변했고, 나무는 잎과 더불어 불탔고, 마른 곡식은 제 파멸을 위해 땔감을 대 주었다. (···중략···) 대도시들이 성벽과 더불어 파괴되고, 화재는 전 민족들을 그들의 부족들과 함께 잿더미로 바꿔 놓았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북아프리카에 사막이 생기고 에티오피아 인들의 피부가 까맣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파에톤의 추락

파에톤의 추락 요제프 하인츠, 1595년,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박물관

파에톤의 추락

파에톤의 추락 미켈란젤로 부나로티, 1533년, 윈저 왕립도서관

보다 못한 제우스는 벼락을 내려 파에톤이 초래한 혼돈을 끝낸다. 제우스의 벼락을 맞은 마차는 산산조각이 나고 파에톤은 새카맣게 그을린 채 추락하여 에리다노스 강으로 떨어졌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파에톤의 누이인 헬리아데스(헬리오스의 딸)들은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포플러 나무로 변했고, 그들이 흘린 눈물은 호박(보석의 일종)이 되었다고 한다. 히기누스는 헬리아데스가 포플러 나무로 변한 것은 아버지 헬리오스의 허락 없이 파에톤을 위해 전차에 멍에를 씌운 짓 때문이라고 했다.

신화 해설

파에톤은 흔히 자신의 분에 넘치는 만용을 부리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인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아버지 헬리오스 신이 걱정하며 생각을 바꾸도록 권했을 때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 모습은 보는 이의 답답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파에톤의 비석에 이런 문구를 새겨 넣었다. “여기 파에톤이 잠들다. 아버지의 마차를 몰던 그는 비록 그것을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큰일을 감행하다 떨어졌도다.” 겁 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을 보다 높은 영역으로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설사 그 과정에서 새카맣게 탄 시체가 되어 강물에 추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맺은 행위도 타락이 아닌 위대한 도약의 시도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에서 2007년에 새로 선보인 고급 승용차에 ‘파에톤’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파에톤의 신화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아이러니하다. 물론 에오스 여신이 모는 전차의 말 이름도 파에톤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자신이 모는 마차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키고 추락하고 마는 이 신화의 파에톤일 테니까.

참고자료

  • 헤시오도스, 『신들의 계보』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