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술
[ 柔術 ]
정의 및 이칭
유술(柔術)은 상체를 뒤로 굽히기(下腰), 물구나무 서기(倒立), 다리 쳐올리기(踢腿), 공중제비 넘기(跟斗)의 네 가지 기법을 기본으로 하는 '번금두(飜金斗)'에서 분화되어 독립적으로 발전한 잡기 종목이다. 이는 신체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불가능할 것 같은 형태를 만들고, 이를 유지·완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기예이다.
현대 서커스나 잡기단에서 유술은 유신술(柔身術), 연공(軟功), 연골공(軟骨功), 축골공(縮骨功)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데, '유(柔)' 또는 '연(軟)'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팔·다리와 몸(특히 허리)의 유연성을 극도로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기예를 보여주는 연희이다. 유술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은 물구나무를 서서 두 다리를 앞으로 넘기기, 정수리를 허리 뒤로 넘겨 다리 사이로 넣거나 앞 어깨까지 닿게 하기, 연체동물처럼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등 인체의 표준적인 운동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렇듯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작 때문에 유술의 연행은 강한 시각적인 인상을 남긴다.
유술은 하요(下腰), 절요(折腰), 탈구(脫臼), 반궁(反弓), 원보정(圓寶頂), 진면희(眞面戱), 도설면희(倒挈面戱), 두족입거(頭足入莒), 요요기(拗腰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하요와 절요는 허리를 뒤로 넘기거나 꺾는 유연성에 초점을 맞춘 명칭이라면, 탈구, 반궁, 원보정, 진면희, 도설면희, 두족입거, 요요기 등은 유술의 전문화가 심화되면서 만들어진 명칭이다.
유래 및 역사
유술은 중국 춘추전국시기 '번금두'라는 원시적인 형태의 재주넘기에서 비롯되었다. 『곡성산방필진(穀城山房筆塵)』에서는 "연희자가 머리를 땅에 지탱하고 몸을 뒤집어서 뛰어넘는 것을 금두(金斗)라 했다"라고 하여 번금두가 금두희(金斗戱), 즉 재주넘기 기예의 기원이 됨을 밝혔다. 『곡성산방필진』에서 보이는 기예는 상체를 한껏 뒤로 굽히기, 물구나무서기, 다리 쳐올리기, 공중제비 넘기의 네 가지 기술로 구성되어 있다. 이후 한대(漢代)에는 이러한 기교가 각각 분화되어 도립, 근두 및 유술 등의 독립적인 기예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근두, 즉 공중제비 넘기 동작이 위주가 되는 땅재주가 널리 연행되어 문헌 기록과 도상으로 남아 있다.
반면 유술의 경우에는 그 연행 양상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헌기록과 도상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땅재주와 유술이 모두 '번금두'라는 기예 동작에서 비롯되었고, 중국의 한대 화상석 및 고분벽화에서 보이는 연희종목과 고구려 고분벽화에 묘사된 연희종목들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국 및 서역과의 교류를 통해 유술 종목 역시 전래되어 연행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1843) 발(跋)의 "농환 놀이를 하고 탈춤을 추며, 허리를 젖혀 땅에 닿게 하는 것은 용맹스러운 지아비의 운취요"라는 기록을 통해 조선 후기 유술의 연행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유술의 연행 모습은 감로탱의 하단에 그려진 유랑예인집단의 연희 장면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지된 장면이기 때문에 땅재주 기예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땅재주 기예를 하기 위해서는 몸을 뒤집고 다리를 꺾는 유술 동작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유술의 존재 양상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다. 〈쌍계사 감로탱〉, 〈안국암 감로탱〉,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감로탱〉, 〈호국 지장사 감로탱〉에서는 유술 연희자가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허리를 뒤로 넘긴 후 손으로 땅을 짚는 기예를 연행하고 있다. 이 기예는 연희자가 뒤로 향하여 등허리를 반대로 활처럼 구부려서 손바닥과 발바닥으로써 땅을 짚어 활모양으로 만드는 것으로 '반궁'이라는 유술 동작이다.
현재 유술 종목은 동춘서커스를 비롯한 여러 서커스단에서 주요 종목으로 연행하고 있고, 비보이(Breakdancing boy)나 뮤지컬 공연의 아크로바틱 동작에 응용되어 새롭게 전승되고 있다.
감로탱에 그려져 있는 악사 및 솟대타기와 유술의 연희 장면 〈쌍계사 감로탱〉. 1728
내용 및 특성
유술은 '번금두'라는 재주넘기 기예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으나, 같은 원형에서 발전한 물구나무서기나 공중제비 넘기와는 연행 양상이 다르다. 우선 공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땅재주는 주로 땅에서 연행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유술은 땅에서 직접 연행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둥근 테이블이나 걸상, 양탄자 등의 특정 도구 위에서 연행된다. 테이블이나 걸상, 양탄자 등은 유술의 연행이 펼쳐지는 소무대로서 연행 내용에 좀 더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운동성의 측면에서 볼 때, 유술은 도립, 하요, 찬도 등을 통한 회전 기예와 공간 이동을 자유자재로 하는 공중제비 넘기와는 달리, 신체의 유연성을 극대화한 기예를 완성하는 것이 중심이다. 동일한 도립을 하더라도 땅재주에서의 도립은 다음 동작을 위한 예비 동작이다. 그러나 유술에서의 도립은 유연성을 요구하는 특정 형태를 만들고, 이를 지탱·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도립의 경우는 거꾸로 오랫동안 버텨야 하기 때문에 힘과 평형감각이 주로 요구된다. 또한 도립은 단순한 물구나무서기만 해서는 연행 내용이 지루할 수 있으므로, 다른 연희와 결합하여 공간적인 이동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바라문기(婆羅門技)'는 물구나무서기를 하여 두 발을 높이 든 채 발로 춤을 추듯이 움직이거나 위험스럽게 솟아 있는 칼 사이로 두 발을 통과하는 기예이다. 그리고 땅재주의 대표적 도립기예인 '팔걸음' 역시 물구나무를 서서 앞뒤 방향을 바꾸며 계속 움직여야 한다. 공중제비 넘기 같은 회전 기예만큼은 아니더라도 유술보다는 공간 이동을 전제한다. 따라서 비록 원형을 같이 하나, 공간적·운동성의 측면에서 유술은 땅재주와는 구분되는 연행 양상을 보인다.
유술은 허리를 뒤로 젖혀 구부리는 것에서부터 뒤로 젖힌 정수리가 몸의 전면부에 위치할 정도로 돌리거나 마치 뼈가 없는 듯 관절 운동을 하는 등 인체가 표현할 수 있는 운동성을 넘어서는 양상을 보인다. 이들 기예는 몸의 유연성을 기예의 관건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유연성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범주를 달리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로 신체를 지탱한 후 허리를 뒤로 젖혀 손이 땅에 닿게 하는 반궁이나 정수리가 땅에 닿게 하는 원보정류의 기예와 같이 신체만으로 유연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희가 있는가 하면, 뒤로 허리를 젖혀 그릇을 물어 옮기는 요요기와 같이 도구를 사용하여 유연성의 난이도를 높이는 연희도 있다. 또한 접시돌리기 등의 다른 연희 종목과 결합하여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한층 심화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희도 있다. 따라서 유술 종목은 유술 단독으로 연행되는 독립기예와 다른 기예와 결합하여 연행되는 결합기예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유술 단독으로 연행되는 독립기예는 신체만으로 유연성을 보여주는 종목과, 도구의 사용을 통해 유연성의 정도를 보여주는 종목으로 나눌 수 있다.
(1) 신체만으로 유연성을 보이는 종목으로는 탈구, 반궁, 원보정, 진면희, 도설면희 등이 있다. 허리를 휘거나 꺾는 하요와 절요 역시 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탈구는 마치 뼈가 없는 듯이 어깨 관절이나 팔 관절 등을 기묘하게 움직이는 기예의 일종이다. 반궁, 원보정, 진면희, 도설면희 등의 종목은 신체를 어떻게 지탱하여 자세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연행 양상을 달리한다. 손으로 신체를 지탱하면서 유연함을 보이는 유술 종목으로는 반궁이 있다. 허리를 굽혀 활처럼 휘게 한다고 하여 반궁이라고 하는데, 허리를 뒤로 젖혀 손을 짚고 유연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궁의 연희 장면 쓰촨성(四川省) 이빈(宜賓) 화상석. 동한
도설면희 동작을 연행하는 연희자의 모습 산둥성(山東省) 환대현 출토 도용. 한대
다음으로 발을 디디고 허리를 뒤로 젖혀 정수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유연함을 보여주는 유술 종목으로 원보정류의 기예를 들 수 있다. 원보정은 허리를 뒤로 젖혀 손으로 발목을 잡고 머리정수리를 발에 닿게 하는 연희이다. 진면희는 원보정에서 한층 더 나아가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수리가 바닥에 닿게 하는 연희이다. 가슴으로 신체를 지탱하며 유연함을 완성하는 기예로는 도설면희가 있는데, 이는 머리를 몸 뒤로 구부려 양다리 가운데에 놓은 다음, 가슴으로 온 몸을 지탱한 채 양손으로 정강이를 꽉 잡아 온 몸을 둥근 공모양이 되도록 만드는 연희이다. 도설면희는 원보정을 응용하여 한층 발전시킨 새로운 형태의 유술로서 난이도가 높은 종목이다. 또한 입으로 몸 전체를 지탱한 채 하요를 연희하는 유술은 현대 중국 잡기단에서 도화(叨花)라는 종목으로 연행되고 있으며, 현대 리듬체조에서 종종 보듯이 다리 전체를 땅에 닿게 한 다음,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히는 형태의 유술도 있다.
(2) 도구를 사용하여 유연성의 정도를 보여주는 종목으로 두족입거와 요요기 등이 있다. 두족입거는 몸을 최대한 구부리고 접어서 보통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기예이다. 신체의 유연성을 극도로 필요로 하는 이 기예는 중국 현대 잡기단의 공연에서 작고 좁은 상자나 목이 긴 항아리, 나무통 등에 들어가는 찬상자(鑽箱子), 찬담자(鑽壜子), 찬목통(鑽木桶) 등으로 전승되고 있다. 요요기는 몸을 뒤로 한껏 젖힌 하요 상태에 그치지 않고 그릇을 입으로 나르는 동작을 연행하는 기예이다. 천천히 몸을 뒤로 젖혔다가 일어나고 이를 반복하는 동작은 허리의 유연성을 극도로 요구하는데, 그릇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를 보여준다.
중국잡기단의 찬목통 공연 장면
요요기의 연희 장면 『삼재도회』. 〈농구도(弄甌圖)〉. 명대
둘째, 유술과 다른 종목이 함께 연행되는 결합기예로는 (1) 도립과 유술이 함께 연행되는 유형, (2) 안식오안(案息五案)과 결합된 유형, (3) 희거(戱車) 및 솟대타기와 결합하여 연행하는 유형, (4) 역기(力技) 종목과 결합하여 공중에서 이루어지는 유형, (5) 현대의 조립체조에 해당하는 첩치기(疊置技)와 결합하는 유형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안식오안은 페르시아로부터 중국에 유입된 종목으로 탁자 여러 개를 포개어 쌓아놓고 잡기 연희자가 그 위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탁자 위에서 연희자는 여러 가지 기예를 연행하는데,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하요 동작을 하거나, 팔꿈치로 몸을 지지하고 하요 동작을 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반궁의 자세를 취한 연희자 위로 다른 사람이 물구나무서기를 함께 연행하는 종목이 있다. 이는 유술과 도립이 결합된 것인데, 아래에 위치한 연희자에게는 한 사람의 중량을 감당할 정도의 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역기 종목과도 결합된 형태이다. 중국 한대에 집단적으로 공연하던 잡기의 경우 흔히 수레가 동원되었는데, 수레 가운데에 높은 장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허리를 뒤로 젖히는 공연이 연행되기도 했다. 달리는 수레 위에서 유술 기예를 하기 위해서는 유연성뿐만 아니라, 공기의 저항력을 가늠하여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이는 잡기 중 희거와 유술이 결합되어 펼쳐지는 유술 종목이다. 또한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뒤로 허리를 젖혀 반궁의 자세를 유지한 후 배 위에 장대를 세우고 다시 장대 위에 어린 아이를 올려 공연하는 기예도 보인다. 장대를 배로 받치고 있는 연희자는 허리를 뒤로 젖히고 버티는 유연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어린 아이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힘과 균형 감각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이는 유술과 역기 종목이 결합된 연희로 볼 수 있다.
장대 위에서 유술 기예를 연행하는 어린아이는 등을 장대에 의지한 채 몸을 뒤로 젖히는 기예를 보인다. 이는 솟대타기와 유술이 결합된 것이다. 한편 등기(蹬技, 발재주)의 연행 과정에서도 유술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등기는 역기적인 성격을 띤 잡기 종목으로서 한나라 때 이미 그 기예적인 형식이 나타났고, 명나라 때에는 독립적인 잡기 공연의 형식으로 완성되었다. 주로 동물이나 사람을 발 위에 올려 놀리거나 사람을 태운 항아리, 나무 사다리, 탁자 등의 도구를 발에 올려 놀리는 기예이다. 이 중 사다리를 발 위에 올려 놀리는 등제(蹬梯)의 경우, 연희자가 사다리를 발 위에 올려놓고 재주를 부리면서 끊임없이 허리를 뒤집는 기교(유술)를 함께 연행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의 조립식 체조에 해당하는 첩치기도 유술 종목과 결합되어 나타났다. 여러 사람이 함께 유술 종목을 연행하면서 일정한 형태를 완성하는데, 오늘날 중국의 잡기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희이다.
반궁과 도립의 연희 장면 〈이회진악연경비〉. 진대
희거 위 유술의 연희 장면 산둥성 이난(沂南) 화상석. 동한 말
유술과 역기의 연희 장면 돈황 막고굴 제156굴 벽화. 북위
중국 후난성(湖南省)잡기단의 사인유술 연희 장면
인접 국가 사례
중국의 유술은 하요, 절요, 탈구, 반궁, 원보정, 진면희, 도설면희, 두족입거, 요요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발전해 왔고, 여러 연희 종목과 결합하여 다채로운 공연 형식을 갖게 되었다.
유술은 춘추전국시대에 성립된 원시적 형태의 재주넘기인 번금두를 원형으로 한다. 또한 『습유기(拾遺記)』에는 전국시대 연나라 소왕(昭王) 2년에 광연국(廣延國)에서 바쳤다는 제모(提嫫)와 선연(旋娟)이라는 무용수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먼지나 새털처럼 몸을 가볍게 놀릴 수 있었고, 덩굴처럼 몸을 휘어지게 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신체의 유연성에 초점을 둔 기예가 싹트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진(秦)대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좁은 광주리에 집어넣는 두족입거가 궁정잡기로 연행되었다. 한대에 이르러 번금두가 여러 가지 형체기교로 분화됨으로써 유술은 비로소 독립된 기예로 확립되었고, 반궁, 원보정, 도설면희 등의 유술종목이 나타났다.
『서량잡기(西凉雜記)』에는 척부인이 교수절요무(翹袖折腰舞, 긴소매 허리꺾기 춤)라는 춤을 잘 추었고 시녀 수백 명에게 익히게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 교수절요무는 허리를 뒤로 꺾어 정수리를 땅에 닿을 듯한 자세로 추는 춤으로 사실상 유술의 기교가 무용에 접목된 것이다. 또한 한대의 유술 기예는 다른 백희잡기 종목과 자주 결합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안식오안과 결합한 형태였다. 이러한 형태의 연희는 오늘날 현대 잡기단에서 의자정(椅子頂)이나 등판등(蹬板凳)이라는 종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자정은 탁자 대신 여러 개의 의자를 쌓아놓고 그 위에서 여러 가지 기예를 연행하는 것이다. 등판등은 아래에 있는 연희자의 발 위에 허리 받침대가 없는 긴 걸상을 여러 개 쌓고 가장 위에 위치한 걸상에서 다른 연희자가 도립이나 유술을 연행하는 것이다. 한편 몸을 뒤로 젖힌 자세에서 입으로 그릇을 물어 옮기는 연희가 동한시대 벽화에서 보이는데, 이는 이후 송(宋)대 요요기로 이어져 연행되었다. 이외에도 희거, 솟대타기, 역기 등과 결합된 유술 종목이 다양하게 연행되었다.
중국 산둥(山東)잡기단의 등판등 연희 장면
몸을 뒤로 젖혀서 그릇을 물어 옮기는 연희 장면 내몽골 허린거얼 고분벽화. 동한
당(唐)대에는 전통적인 유술종목인 원보정이 진면희로 한층 발전했다. 당대의 진면희에 대해 『악서(樂書)』에서는 "유흘타의 노비가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발이 저절로 목에 닿았다"라고 기록하여 그 기예의 수준이 높았음을 전한다. 명청대에는 연극에 민간 잡기가 삽입되어 연행되었다. 청(靑)대의 경극 『귀비취주(貴妃醉酒)』에서 청의(靑衣, 양가 규수 역할의 여자 주인공으로 푸른 옷을 입고 등장하는 배역)가 부드러운 음악을 배경으로 허리를 꺾어 무대 위에 놓인 술잔을 입으로 물어 들어올리는 기예를 연행했는데, 이는 요요기의 종목이 연극 속에 삽입된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중국의 수많은 잡기단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유술종목을 새롭게 해석하여 현대화하거나, 유술 종목에 여타의 종목을 접목시켜 더욱 다채로운 유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의 유술 도구를 현대화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연희로 의자정, 등판등, 찬목통, 찬담자, 찬상자 등이 있다. 한대의 안식오안과 결합하여 연행되던 유술 종목은 의자정, 등판등의 기예에서 의자와 긴 걸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새롭게 연행되고 있다. 찬목통은 사람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좁고 가는 통 안에 몸을 반으로 접은 상태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묘기이다. 이 기예의 도구는 목이 긴 항아리나 작은 상자 등으로 바뀔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연희 명칭이 찬담자나 찬상자로 바뀌게 된다. 찬상자의 경우 연희자가 상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정한 자세를 취한다. 두 다리를 교차시키고 그 사이에 얼굴을 집어넣는 것이다.
진(秦)대의 두족입거를 계승한 이 기예는 축골술의 일종으로 오랜 연원을 갖고 있는 기예이다. 정태적인 유술 동작에 운동성을 가미하여 한층 역동적으로 개발한 종목으로 곤배(滾杯), 곤등(滾燈), 곤탑(滾塔) 등이 있다. 이러한 기예는 주로 여성 연희자들이 많이 하는데, 둥근 테이블 위에서 연행된다. 곤배는 여러 개의 유리잔을 쌓은 것을 이마와 손등, 입, 발등에 놓은 상태에서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다리를 길게 찢으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연희인데, 연희자는 공연을 마칠 때까지 유리잔 안에 있는 술 또는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한다. 유리잔 대신 등(燈)을 사용하는 종목은 곤등이라 불리는데, 도구상의 차이가 있을 뿐 연행되는 양상은 동일하다.
한편 현대의 잡기단에서 공연되는 유술종목은 여러 종목의 연희를 한꺼번에 연행함으로써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도화는 꽃이 달린 작고 얇은 고정물에 몸을 의지하여 하요의 자세를 취하는데, 둥근 방석류의 도구를 손이나 발로 돌리거나 접시류를 돌리는 기예와 결합되어 연행되기도 한다. 십여 개의 사발을 정수리에 포개어 쌓는 것을 공연 내용으로 하는 정완(頂碗)이 유술 및 역기 종목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고, 유술과 역기·접시돌리기가 함께 연행되기도 한다. 한편 현대 잡기에서는 첩치기 형태의 집단적인 공연양식이 많이 발견되는데, 유술 종목 역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집단적인 조형을 만들면서 연행되고 있다. 반궁이나 원보정 등 전통적인 유술 동작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의자정, 곤배, 곤등, 도화 등의 새로운 종목이 첩치기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완 연희 장면 중국잡기단
접시돌리기 연희 장면 중국 베이징잡기단
의의
유술은 팔, 다리, 허리 등 인체의 유연성을 적극 이용하여 여러 가지 기예를 보여주는 연희로 안식오안이나 솟대타기, 희거, 첩치기 등 다른 공연 종목과 결합하여 다양하게 연행되었다. 유술 종목에서 표현되는 유연성은 두 다리를 머리 위로 올리거나, 머리를 허리 뒤로 넘겨 다리 사이 혹은 어깨까지 닿게 하는 등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체기로 나타나기 때문에 관중들에게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또한 인체의 유연성을 이용한 다양한 체기는 단순히 볼거리 차원의 기예를 넘어서 예술적인 조형미까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유술의 연행은 주로 음악과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때문에 유술의 기예 동작은 신체의 유연성이 필수적인 무용, 리듬체조, 피겨 등 예술 및 체육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리듬체조에서는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히거나 다리를 들어 올려 넘기는 등의 유술 기예가 기본적으로 수행되는데, 공, 후프, 줄, 리본 등의 도구와 함께 사용되면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피겨 스케이팅의 주요 동작 중에서 뒤로 허리를 한껏 넘기고 미끄러지는 '이나 바우어(Ina Bauer)'나 허리를 반쯤 뒤로 젖히고 팔 동작을 바꾸면서 회전하는 '레이백 스핀(layback spin)' 등에서도 유술의 기본 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크로바틱 동작이 접목된 뮤지컬 공연이나 비보잉 댄스 등에서도 유술 기예가 주요 동작으로 활용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유술의 기예는 인체의 유연성과 균형감을 토대로 예술적인 조형미를 표현하므로, 전문적인 공연예술과 접목하여 새롭게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서지은, 「땅재주의 역사와 연행 양상」, 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 안상복, 『중국의 전통잡기』,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6.
- 전경욱, 『한국의 전통연희』, 학고재, 2004.
- 傅起鳳·傅騰龍, 『中国杂技史』, 上海人民出版社, 1994.
- 王嫣嫣·趙富强·趙海英 主編, 『雜技』, 吉林文史出版社, 2005.
- 崔樂泉 編著, 『圖說 中國古代百戱雜技』, 世界圖書出版西安公司, 2007.
- 夏菊花 主編, 『中國新文藝大系 : 1949-1982 : 雜技集』, 中國文聯出版公司, 1988.
참조어
도설면희, 두족입거, 반궁, 번금두, 요요기, 원보정, 절요, 진면희, 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