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그리스도

적그리스도

[ Antichrist ]

요약 종말에 나타나 그리스도를 대적할 것으로 예언된 통치자.

적그리스도 개념의 배경은 유대교 종말론이다. 구약성서 중 다니엘의 예언은 종말에 있을 하느님과 마귀 사이의 결정적 전투를 묘사한다. 다니엘은 그리스도, 곧 하느님께 위임받아 그의 백성을 다스릴 대표를 ‘인자 같은 이’(다니 7:13 이하)로 지칭한다. 그가 한 적대자에 의해 박해와 모욕을 당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 박해자는 안티오쿠스 4세, 자칭 현인신(現人神=에피파네스)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예언적 변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후대에는 폭군 네로가 하느님의 원수, 적그리스도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적그리스도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신약성서 요한서신이다(요한Ⅰ 2:18,22, 4:3, 요한Ⅱ 7절). 그러나 바울로는 적그리스도라는 명시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 다만 ‘저 불법의 사람’ 같은 암시적 표현을 쓴다.

어떤 이는 거짓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를 구별한다. 적그리스도는 표적과 기사를 행하여 사람들을 미혹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노려 도전하는 자로 규정한다. 반면에 거짓그리스도는 적극적인 적대의사나 반역의지가 없는, 그리스도를 사칭하는 자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 구별은 옳지 않다. 적그리스도는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고자 얼마든지, 언제 어디서도 그 모습을 바꾸어 그리스도로 가장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적그리스도와 거짓그리스도는 본질상 다르지 않다. 이 적그리스도가 오기에 앞서 일어나는 표적들, 즉 천재지변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은 종말론자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여 설교하여온 문제들이다. M.루터는 타락한 성직자들을 적그리스도의 지체(몸)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과격논리는 종교개혁 후기에 이르러 점차 누그러졌다. 아직도 몇몇 개혁파교회 신학자들은 신격화된 종교 또는 국가 권력을 그리스도의 절대주권에 항거하는 적그리스도로 해석한다.

신약성서 《요한의 묵시록》 13장은 두 마리 짐승을 등장시켜, 정치적인 적그리스도와 종교적인 거짓 예언자를 형상화한다(묵시 16:13). 또한 당시의 로마제국을 반(反)하느님 내지 적그리스도의 전형으로 그려낸다(묵시 17장). 로마의 황제숭배는 그리스도 신앙을 근본으로부터 위협하는, 국가권력을 앞세운 사교(邪敎)였다. 그러나 신약성서 기자들은 어떤 특정시대의 특정인물을 꼬집어서 적그리스도로 규정해 놓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재림 날짜가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는 것같이 종말론적 적그리스도의 출현 역시 하느님의 섭리에 달려 있으며, 역사 속의 크고 작은 그리스도를 적대하거나 가장한 인물들은 그 모형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