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보르헤스

호르헤 보르헤스

[ Jorge Borges ]

요약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 평론가로서 환상적 사실주의에 기반한 단편들로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출생-사망 1899.8.24 ~ 1986.6.14
본명 Jorge Luis Borges
국적 아르헨티나
활동분야 문학
주요저서 <불한당들의 세계사>(1935) <픽션들>(1944) <알렙> (1949)

본래의 이름은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이며 1899년 8월 24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Jorge Guillermo Borges)는 변호사이자 심리학 교수로서 문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머니(Leonor Acevedo Suárez)는 우루과이(Uruguay)계의 군인 집안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집안은 영국계인 할머니 때문에 영국 문화의 영향이 강했고, 보르헤스도 어려서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익혔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는 대신에 가정교사에게 배웠으며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등의 문학 작품을 폭넓게 접하며 자랐다. 그리고 10살 때인 1909년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The Happy Prince)>를 스페인어로 옮겨 신문에 발표하여 일찍부터 문학적 재능을 드러냈다.

보르헤스의 가족은 1914년 아버지의 눈 치료를 위해 스위스의 제네바(Geneva)로 이주하였다. 보르헤스는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익혔다. 그리고 1918년 제네바 대학의 입학 자격을 취득했지만, 진학하지는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인 1919년 보르헤스는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바르셀로나, 마조르카, 세빌랴, 마드리드 등에서 거주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문예운동인 ‘울트라이즘(Ultraism)’에 참여하고, 시를 써서 <그레시아(Grecia)> 등의 잡지에 발표하는 등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다. 잡지 <울트라(Ultra)>를 중심으로 길레르모 드 토레(Guillermo de Torre, 1900~1971) 등의 주도로 전개된 ‘울트라이즘(Ultraism)’은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전개된 미래주의(futurism), 다다이즘(dadaism), 초현실주의(surrealism)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모더니즘(Modernism)을 비판하며 이성(理性)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인간의 감성과 감각, 상상의 세계를 중시하였다.

1921년, 보르헤스는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고, 잡지 <프리스마(Prisma)>, <마틴 피에로(Martín Fierro)>. <프로아(Proa)> 등을 통해 아르헨티나 문단에 울트라이즘(Ultraism)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향토적 특성과 감성, 어휘 등을 강조한 시를 발표하며 ‘울트라이즘(Ultraism)’과 ‘향토주의(criollismo)’의 결합을 추구하였다. 1923년 첫 시집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정(Fervor de Buenos Aires)>을 발간했으며, 이후 <정면의 달(Luna de enfrente)>(1925), <산 마르틴의 일지(Cuaderno San Martín)>(1929) 등의 시집과 <심문(Inquisiciones)>(1925), <내 희망의 크기(El tamaño de mi esperanza)>(1926) 등의 산문집을 잇따라 펴냈다. 이 시기 그의 작품들은 아르헨티나의 지역적 민족적 특성을 강조한 ‘향토주의(criollismo)’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1931년, 보르헤스는 카사레스(Adolfo Bioy Casares, 1914~1999) 등과 함께 빅토리아 오캄포(Victoria Ocampo, 1890~1979)가 만든 문예지 <수르(Sur)>에 참여하였다. <수르(Sur)>는 아르헨티나 민족주의의 배타성을 비판하며 서구적인 것과 토속적인 것의 조화를 지향하였다. 보르헤스도 ‘울트라이즘(Ultraism)’과 ‘향토주의(criollismo)’의 결합을 통해, ‘향토주의(criollismo)’의 지역성 극복과 세계주의(universalism)의 획득을 주장하였다. 1935년에는 첫 소설집인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를 발간하였다.

1938년, 보르헤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아버지가 죽었고, 잇따라 보르헤스도 사고로 머리에 부상을 입어 패혈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보르헤스는 치료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의 단편 소설들을 쓰기 시작하여 1939년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Pierre Menard, autor del Quijote)>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1941년에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ín de senderos que se bifurcan)>이라는 소설집을 발간하였고, 1944년에는 여기에 작품들을 추가해서 <픽션들(Ficciones)>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1949년에는 열일곱 개의 단편을 모은 <알렙(El Aleph)>이라는 소설집을 발간하였다.

<픽션들(Ficciones)>과 <알렙(El Aleph)>의 발간 이후 보르헤스는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점차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어 놓은 그의 작품은 라틴아메리카의 ‘환상적 사실주의’의 형성과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문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문학의 본질이나 신, 죽음, 시간 등의 형이상학적 주제들을 소설로 형상화하면서 나타난 ‘책에 대한 책쓰기’ 등의 독특한 형식적 구조들은 후기구조주의(Post-structuralism)와 현상학(phenomenology),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의 해체주의(deconstruction) 등의 현대 사상의 형성과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편, 보르헤스는 1937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 도서관에 근무하였는데, 1946년 대통령이 되어 집권한 후한 페론(Juan Domingo Perón, 1895~1974)을 비판하여 해고되었다. 그의 누이와 어머니도 페론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고 투옥과 가택 연금을 당했다. 그는 이 시기에 아르헨티나 작가 협회 의장(1950~1953) 등을 역임하였다.

1955년,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페론 정권이 무너지자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취임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보르헤스는 30대부터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약시(弱視)로 고통을 받아 왔는데, 이 시기에는 이미 시력을 거의 잃었다. 그는 이 상황을 “80만권의 책과 어둠을 동시에 가져다 준 신의 절묘한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다.

1961년, 보르헤스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와 공동으로 세계의 출판인들이 수여하는 포멘터상(Prix Formentor)을 받았다. 그리고 1967년에 어렸을 때의 친구(Elsa Astete Millan)와 결혼했지만 3년 만인 1970년에 이혼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소설집 <브로디의 보고서(El informe de Brodie)>(1970)와 시집 <타자, 그 자신(El otro, el mismo)(1969), <그림자의 엘러지(Elogio de la sombra)>(1969) 등을 출간하였다.

1973년, 페론 정부가 다시 들어서자 보르헤스는 도서관장 자리에서 물러나 유럽과 미국의 대학 등에 초빙되어 문학 강연 등을 하였다. 그리고 1980년 세르반테스 문학상(Cervantes Literary Award)을 받았다. 1985년, 보르헤스는 스위스의 제네바(Geneva)로 이주하였고, 1986년 4월 마리아 코다마(María Kodama)와 결혼을 하였다. 아버지가 일본인인 코다마는 개인 비서로서 오랜 기간 눈이 되어 보르헤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해 6월 14일 제네바에서 죽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1935), <픽션들(Ficciones)>(1944), <알렙(El Aleph)>(1949), <브로디의 보고서(El informe de Brodie)>(1970), <모래의 책(El libro de arena)>(1975), <꿈의 책(Libro De Suenos)>(1976), <셰익스피어의 기억(La memoria de shakewpeare)>(1983) 등의 소설집과 <부에노아이레스의 열정(Fervor de Buenos Aires)>(1923), <정면의 달(Luna de enfrente)>(1925), <산 마르틴의 일지(Cuaderno San Martín)>(1929), <영원한 장미(La rosa profunda)>(1975), <철의 화폐(La moneda de hierro)>(1976), <암호(La cifra)>(1981), <음모자들(Los conjurados)>(1985) 등의 시집, <창조자(El hacedor)(1960), <그림자들의 엘러지(Elogio de la sombra)>(1969), <호랑이들의 황금(El oro de los tigres)>(1972) 등의 시․산문집, <심문(Inquisiciones)>(1925), <영원의 역사(Historia de la eternidad)>(1936), <시간에 관한 새로운 반문(Nueva refutación del tiempo)(1947), <속 심문(Otras inquisiciones 1937-1952)>(1952) 등의 평론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