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벌

면벌

[ indulgence , 免罰 ]

요약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사제로부터 죄를 사면받은 후에도 이승과 연옥에서 치러야 하는 남아있는 형벌을 가톨릭 교회가 일련의 참회 행위를 통하여 면해주는 것을 말한다. 초기 교회에서 명하는 참회 행위는 고행의 측면이 강하였으나 중세 중반으로 가면서 자선, 기도, 선행 등으로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면벌은 십자군 전쟁에 이용되기도 했으며 중세 말에는 금전 수단으로 변질, 남용되어 많은 비난을 받았다.  
원어명 Indulgentia

중세시대 신자들이 죄로 인해 치러야 하는 속세나 연옥(煉獄, purgatory)에서의 형벌을 가톨릭교회가 일부분 혹은 전부를 면해주는 것이다. 면벌(免罰, indulgence)이라는 말은 ‘은혜’나 ‘관대함’를 뜻하는 라틴어 인둘젠시아(Indulgentia)에서 파생되었다. 로마법에서는 황제가 죄인의 형벌을 사면해줄 때 쓰이던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사(大赦), 은사(恩赦), 면죄(免罪) 등의 여러 단어로 혼용되어 불리는데 이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학계에서는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사나 은사라는 말은 그 의미가 너무 모호하며, 면죄라는 말은 ‘죄를 면해준다’는 뜻이므로 본래 면벌이 가진 의미인 ‘죄로 인해 치러야 하는 형벌을 면해준다’는 의미와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행한 면벌은 대개 다음과 같은 순서와 의미를 따랐다. 우선 신자는 가톨릭 교회의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이 저지를 죄를 고백했다. 이때 영적인 의미에서 사제 앞에서 고백한 죄는 사제의 기도로 없어지나 이승이나 연옥에서 치러야 하는 죄에 대한 벌, 즉 보속의 의무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사제는 신자의 죄를 사면하면서 필요할 경우 남아있는 죄의 형벌을 면해주기 위한 일련의 참회 행위들을 명했다. 그러면 신자들은 면벌을 조건으로 사제가 명한 금식, 순례, 기도, 고행, 자선 등의 다양한 일들을 정해준 기간 동안 계속 행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신자들은 이승과 연옥에서 받을 형벌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믿었다.  

가톨릭교회가 면벌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는 논리는 교회가 덕의 보고(寶庫)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성인들의 수많은 희생과 덕들이 쌓인 장소이다. 따라서 교회는 이런 공덕들을 교회 공동체의 신도들을 위해 사용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연대개념도 포함하고 있는데 한 신도의 선행이 다른 신도들의 참회 기간을 줄여준다는 믿음과 거꾸로 여러 신도들의 기도가 한 신도가 치러야 할 형벌을 면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이미 죽은 자를 위해 하는 산자들의 기도나 자선 행위가 죽은 자가 연옥에서 있어야 할 기간을 줄여준다고 믿었다.  

초기 교회의 면벌은 엄격한 참회 행위가 필요했다. 교회법은 죄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 혹 수백 년의 가혹한 참회 기간을 요구했다. 때에 따라서는 순교나 감금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6세기에 열린 에파온 공의회(Council of Epaon, 517)를 시작으로 교회는 중세 중반으로 갈수록 면벌의 조건을 좀 더 완화해 나갔다. 기부, 선행 등이 고행 대신 면벌의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면벌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오용되기도 했다. 11세기 교회 지도자들은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는 대가로 완전한 면벌을 제시했다. 14세기에는 교회 건축 기금이나 사적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용도로 면벌이 남용되었다. 1517년 루터(Luther, 1483~1546)는 ‘95개조의 반박문’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면벌 남용을 비난했고 이는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16세기 면벌 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에 대한 프로테스탄트와 로마 가톨릭교회 개혁가들의 비판이 심해지자 가톨릭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1545-1563)를 열어 교구로 감시관을 파견하고 면벌남용을 막을 개혁안들을 마련했다. 1567년 교황 피우스 5세(Pope Pius V, 1504~1572)는 돈을 지불하고 받은 면벌은 무효라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역참조항목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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