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학

광화학

[ photochemistry , 光化學 ]

요약 빛과 화학반응의 관련을 연구하는 물리화학의 한 분야로서 빛을 흡수한 물질의 화학반응, 또는 화학반응의 결과 일어나는 발광현상 등을 연구한다.

빛에 의하여 물질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예를 들면 햇빛에 의한 물감의 퇴색과 같이 예전부터 관찰되고 있었으며, 탄소동화작용 등 널리 알려진 것도 많았으나, 오늘날의 광화학의 기초가 확립된 것은 빛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진 20세기에 들어와서부터이다.

광화학의 기본법칙으로는 제1법칙(그로투스-드레이퍼의 법칙)과 제2법칙(광화학당량의 법칙)이 있는데 광화학 제1법칙은 ‘물질에 의하여 흡수된 빛만이 광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광화학 제2법칙은 ‘빛의 흡수는 언제나 광량자(光量子)를 단위로 하여 이루어지며, 흡수는 항상 분자나 원자가 한 번에 단 하나의 광량자를 둘러싸는 꼴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2법칙은 아인슈타인의 광량자설에 입각하여 빛을 E=hν(h는 플랑크상수, ν는 빛의 진동수)의 에너지를 가지며, P=h/λ(λ는 빛의 파장)인 운동량을 가진 하나의 입자(광량자)로 생각하여 분자나 원자가 한 번에 하나의 광량자를 둘러싼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시광선은 800∼400nm(1nm=10-9m)라고 하는데, 광량자설에 의하면 800nm의 광량자가 아보가드로수(6.02×1023개)만큼 모인 것의 에너지(1아인슈타인)는 36kcal/mol이지만 400nm의 에너지는 72kcal/mol에 해당한다.

400∼200nm의 빛을 자외선이라고 하는데, 이 영역의 에너지는 72∼143kcal/mol에 해당한다. 분자의 결합에너지가 수십∼백 수십 kcal/mol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자외선의 화학작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0nm보다 짧은 파장의 빛은 진공자외선이라고 하는데 이 빛의 화학작용은 더 뚜렷하다. 태양광선 중에는 이 영역의 빛도 포함되어 있지만, 산소 분자가 흡수하기 때문에 지표까지 도달하지 못하므로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상층대기에서는 이 영역의 빛에 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질에 빛이 들어왔을 때, 빛이 반드시 흡수되는 것은 아니며, 분자 모양의 대칭성 등에 의해 일정한 선택규칙이 있어서 원자 또는 분자에 따라 특정한 파장의 빛 또는 특정한 파장 영역의 빛만을 흡수한다.

다음에 빛을 흡수하여 높은 에너지 상태(들뜬상태)가 된 분자는 그 에너지 상태에 따라 분해한다, 이성질체화한다, 빛[螢光]을 내어 환원된다, 다른 분자와 충돌한다, 이온화한다는 등의 과정을 밟는데, 분해나 다른 분자와의 충돌과 같은 경우는 다시 복잡한 후속반응을 거쳐 최종적으로 안정한 분자로 정착한다. 예를 들면, 아이오딘 분자 I2의 증기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지만, 이 가운데서 499.5nm보다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분해하여 2개의 아이오딘 원자가 된다. 그보다 에너지가 낮은 장파장의 빛에서는 형광(螢光)을 낼 뿐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이성질체화의 예로는 푸마르산이나 말레산에 207.0nm, 253.0nm, 282.0nm 등의 빛을 쬐면 둘의 혼합물이 생긴다. 이 반응은 원래 탄소-탄소 이중결합 때문에 스스로 회전하지 못하지만, 광흡수에 의해서 이중결합성이 약화하여, 회전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수은증기와 시스의 중수소화에틸렌 CHD=CHD을 혼합한 기체에 수은등(水銀燈)을 쪼여 주면 시스 → 트랜스의 이성질체화가 일어난다.

이 경우, 수은등의 빛은 수은에 의하여 흡수되고, 들뜬 수은이 에틸렌에 충돌하여 에틸렌이 이성질체화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빛을 흡수한 원자(또는 분자)가 직접 반응하지 않고, 충돌하여 다른 분자를 반응시키는 것을 광증감화반응(光增感化反應)이라고 한다.

광화학을 응용한 예로서는 나일론-6의 원료가 되는 카프로락탐의 제조에 쓰이는 사이클로헥사논옥심을 광화학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사진도 광화학반응의 하나의 예이다. 젤라틴 속에 할로젠화은 결정을 분산시키고, 거기에 빛을 쬐면 빛이 닿은 부분의 할로젠화은이 불안정하게 되므로, 여기에 하이드로퀴논·메톨 등의 환원제를 작용시켜 은 입자를 석출한다. 이것이 현상이다.

실제 사진의 경우에는 빛의 양이 적어도 될 수 있게 빛을 쬔 할로젠화은을 함유한 결정 전체가 흑화(黑化)하도록 되어 있다. 1949년 영국의 G. 포터에 의해 섬광을 이용한 광분해 방법이 개발되었고, 1960년대에 레이저 기술이 개발되면서 광화학 분야의 연구는 양과 질면에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실험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예전에는 그 반응속도들이 너무 빨라 규명하기 어려웠던 들뜬상태의 분자내 또는 분자간에 이루어지는 에너지 전달, 전자 전달 또는 양성자 전달 등과 같은 새로운 광화학적 현상이 발견되고 그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용이해져 빛과 물질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에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광이온화, 광이성질체화 또는 광증감화와 같은 종래의 광화학반응들의 반응동역학과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한편, 종래에는 빛과 물질의 1차적인 선형(線形) 상호작용에 의한 광화학현상이 주된 연구영역이었던 반면에 최근에는 레이저의 출현으로 인해 2차 및 3차 비선형(非線形)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도 크게 활성화되었다.

일반적으로 빛은 일정 주파수를 갖는 일종의 전자기파이므로 물질에 빛을 쬐면 물질 중의 전자가 빛의 세기에 대해 1차로 비례하는 선형분극(線形分極)뿐만 아니라 2차, 3차로 비례하는 비선형분극(非線形分極)현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비선형분극현상은 강한 광전장을 형성하는 레이저에 의하여 관측되는데, 쬐 준 빛의 2배수, 3배수의 주파수를 갖는 새로운 빛의 생성, 굴절률의 변화 등과 같은 2차 및 3차 비선형 광학성을 유발하므로, 여러 새로운 광학 소재의 개발에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