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정의

대부분 이란·이라크·튀르키예 인접지역인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의 땅'이라는 뜻) 및 이란 북동부의 호라산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 쿠르드족은 파르시어·파슈토어와 관련이 있는 서부 이란어를 쓴다(쿠르드어). 인구는 아르메니아·레바논·시리아에 사는 부족들까지 포함해 3,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종족학적 특징, 종교, 언어 등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때마다 숫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통계 결과가 조작되기도 한다. 단일 민족으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가장 큰 종족이다.

역사

쿠르드라는 이름의 유래는 7세기경 이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쿠르드족의 유사 이전 시대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의 선조는 1,000년 동안 현재의 거주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메소포타미아 제국 초기의 기록들을 보면 '쿠르드'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산악부족들이 자주 언급된다. BC 401년 지금의 튀르키예 국경 바로 남쪽 이라크 자후 근처에서 크세노폰과 텐사우전드를 공격했던 카르두초이족은 쿠르드족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학자들은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전통적으로 쿠르드족은 메소포타미아 평원과 튀르키예와 이란의 고지대에서 양과 염소를 치는 유목생활을 해왔고, 농사는 최소한으로 이루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각 나라의 국경강화조치로 계절적인 유목생활이 가로막혀 대부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포기하고 부락을 이루어 정착농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쿠르드족은 대부분 수니파 이슬람교도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수피교도도 많으며, 나머지는 신비주의적·이단적인 종파를 믿는다. 이들은 오랫동안 특정 지역에서 살아왔지만 민족국가를 이룬 적은 없다. 이들의 군사적인 용맹성은 널리 알려져 많은 군대에서 용병으로 활약했다. 서구에 가장 널리 알려진 쿠르드족 출신의 전사인 살라딘은 쿠르드족의 군사적인 명성을 상징한다.

생활 문화

전통적인 쿠르드족 사회의 기본 단위는 부족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강한 통치권을 가진 부족장인 아가의 지배를 받았다. 부족의 귀족의식과 아가의 권위는 약화되었지만 아직도 찾아볼 수 있다. 도시화의 영향을 받고 적어도 명목상 몇몇 국가에 동화되면서 부족의 형태는 급속히 소멸되었다.

쿠르드족은 전통적으로 족내혼을 행했다. 도시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남자들은 보통 20세 , 여자들은 12세에 결혼을 한다. 가족은 전형적으로 아버지·어머니·자녀로 구성된다. 일부다처제는 법률상 금지되어 있으나 이슬람 율법에 따라 행해지기도 한다. 확대가족과 부족의 결합력은 생활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튀르키예나 이란의 여자들보다 공공생활에서 더욱 활동적이었던 쿠르드족의 여자들은 남자들과 함께 특히 혁명 이전의 이란에서 도시의 교육과 고용의 기회를 이용해왔다.

쿠르드족 민족주의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쿠르드족의 민족주의는 다양한 요인들이 혼합되어 일어났는데, 그 예로 영국인들에 의한 사유권 개념의 도입, 인접 국가들에 의한 쿠르드족의 분할정책, 걸프 지역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영국·미국 등의 영향력 행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과 그밖의 다른 예로 인해 도시에 사는 소수의 지적인 쿠르드족간에 민족주의 운동이 활발해졌다.

1897년 최초의 쿠르드족 신문이 창간되어 1902년까지 가끔씩 발행되었다. 이 신문은 최초의 쿠르드족 정치 클럽이 결성된 때인 1908년에는 이스탄불에서,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카이로에서 복간되었다. 1920년에 체결된 세브르 조약은 쿠르디스탄 지역의 자치를 허용했지만 비준되지 않았다. 세브르 조약을 대신해 체결된 로잔 조약(1923)에서는 쿠르디스탄 지역이나 쿠르드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각국의 쿠르드족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쿠르디스탄 지역은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되었고, 쿠르드족 사이에 다양한 분리주의 운동이 전개되었다. 속해 있는 나라에서 여러 차례의 무장봉기가 일어났지만 쉽게 진압되었다. 그에 따라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쿠르디스탄이 속한 여러 나라에서 민족적인 차별을 받았다. 쿠르드족은 쿠르디스탄 외에도 서유럽과 러시아 등에 거주하고 있다.

튀르키예

쿠르드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는 튀르키예이며 튀르키예 인구의 약 20%인 약 1,500만 명이 살고 있다. 튀르키예의 쿠르드족은 특히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냉대를 받았는데, 튀르키예 정부는 쿠르드족을 '산악 튀르크인'으로 부르거나 쿠르드족의 언어 사용을 불법화(또는 쿠르드어를 튀르크어의 방언으로 규정)하고, 주요행정도시 내 또는 그 주변에서 쿠르드족의 고유의상을 입는 것을 금하여 쿠르드족의 민족의식을 말살하려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동부지역에서 일어난 쿠르드족의 정치운동을 탄압하고 서부 도시지역으로의 이주를 조장하여 고지대에 사는 쿠르드족을 분산시켰다.

이란

이란에는 약 80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한다. 이란의 쿠르드족들도 이란에 동화시키려는 이란 정부의 강한 압력에 시달렸으며, 이란의 다수파 이슬람교도인 시아파교도들에 의해 종교적인 박해를 받았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문화적인 탄압을 비교적 덜 받았다. 그러나 1958년 이라크 군주제가 타도된 뒤에도 새로운 정부 아래 행정적인 자치를 위임받고, 자신들의 언어의 지위가 향상되며 사회보장 혜택과 개발정책이 보다 공정하게 베풀어지기를 기대했던 쿠르드족의 소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라크

이라크에 거주하는 쿠르드족들은 오랫동안 많은 박해를 받았다. 1931~32, 1944~45년에는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내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1970년 새로운 바트당 정부는 이라크의 쿠르드족에게 한정된 자치권을 부여했지만 쿠르드족의 지도자들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1988년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게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를 떠나야만 했다. 이라크에는 약 50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리아

시리아에는 약 20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한다. 시리아의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시리아 내전 기간 동안 시리아민주군(SDF)의 일원으로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여 싸웠다. 2017년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IS를 물리치고 락카를 해방시키는 데 공을 세우면서 세력이 급성장하여 민족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쿠르드족의 독립을 반대하는 튀르키예에서 쿠르드족의 견제에 나선 가운데, 2019년 10월 9일 튀르키예 군이 시리아 북동부를 침공,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인민수비대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