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중앙은행

다른 표기 언어 central bank , 中央銀行

요약 한 나라의 화폐 금융의 중심에 위치하는 은행.

잉글랜드은행·미국연방준비제도·프랑스은행·일본은행·한국은행 등과 같이 국가의 통화공급량, 신용의 이용가능성과 비용, 자국통화의 외국환가치 등을 규제하는 일을 담당한다.

영국은행 (Bank of England)
영국은행 (Bank of England)
한국은행
한국은행

신용의 이용가능성과 비용에 대한 규제는 비선택적으로 행해질 수도 있고, 여러 경쟁적 용도에 대한 신용배분에 영향을 주도록 계획될 수도 있다. 오늘날 중앙은행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목적은 주로 고용과 생산을 늘리며, 안정적인 국내 물가수준과 적정수준의 외환준비고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량과 신용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그밖에 다소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중요한 기능들도 있다. 정부의 은행으로서의 기능, 상업은행의 거래 및 경영상태 감독, 어음 청산, 환(換)관리체계 운영, 외국 중앙은행과의 거래은행이자 국제금융기관으로서의 업무수행 등을 포함한다.

특히 주요산업국가의 중앙은행일 경우, 국제통화협정에 참여하여 환율의 안정과 규제를 도모한다.

중앙은행은 영리가 아닌 공공복지를 위해 운영된다. 1694년 설립된 잉글랜드은행으로부터 오늘날의 중앙은행이 형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권위, 독립성, 기능, 정책수단상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국내 경제성장과 안정을 촉진하고 통화의 대외가치를 안정시키는 중앙은행의 책임은 모든 나라에서 크게 확대되어왔다.

또한 통화정책과 다른 경제정책의 상호의존성, 특히 재정정책과 부채관리정책 사이의 상호의존이 강조되었다. 마찬가지로 국제통화협력의 필요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증대되었으며, 중앙은행은 협력에 필요한 제도적 협정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중앙은행의 책임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중앙은행의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은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제한하기 위해 제도와 형식상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실제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중앙은행에 자율을 부여하거나 업무수행에 대한 재량권을 제한하는 어떤 법적 조항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중앙은행의 업무수행능력과 지도원칙의 객관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정도에 더욱 의존한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주로 자산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통화공급을 규제한다(→ 색인:통화량). 중앙은행자산을 늘리면 예금부채(또는 어음)가 증가하며, 이것은 곧 상업은행의 현금지불준비금으로 공급된다. 지불준비금(支拂準備金)이란 법이나 관습에 의해 상업은행이 그들의 예금부채에 대해 일정한 비율만큼을 보유해야 하는 준비금을 말한다.

중앙은행에 예치한 현금잔고가 커질수록 은행은 신용대부와 예금부채를 확장할 수 있으며, 신용대부와 예금부채의 확장은 늘어난 현금지불준비금이 법이나 관습으로 정한 최소한의 지불준비율을 넘지 않는 점까지 가능하다. 중앙은행이 자산과 부채의 크기를 줄일 때는 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중앙은행이 자산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전형적인 조작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개시장조작'(公開市場操作)은 주로 정부증권을 사고 파는 과정이 대부분이지만 은행인수어음 및 기타 특정 형태의 어음에 대한 조작 등도 허용된다. 공개시장조작은 증권시장이 잘 발달한 나라에 한해서 유효한 통화량 규제 수단이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매각을 하면 상업은행의 현금지불준비금이 유출된다. 이로 인해 일부 은행들은 일시적으로나마 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된다.

높은 할인율에 따른 비용부담과 중앙은행이 은행의 대출정책에 대해 개입할 가능성 때문에 은행들은 대체로 신용확장을 전보다 제한적이며 선택적으로 하게 된다. 은행의 신용확장능력을 줄이며 동시에 증권의 판매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공개시장매각은 또한 은행의 여수신(與受信)금리를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 정부증권의 수익률과 은행의 여수신 금리의 상승은 다른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자신의 증권수익률을 높여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은행신용의 이용가능성이 감소함에 따라 대부금에도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공개시장매각의 효과는 은행업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확산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매입을 하면 금융기관은 신용을 확장할 수 있으며 이자율은 낮아진다. 그러나 만약 물가상승이 지속적이어서 신용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크다면 이자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색인:금융정책).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조작 결과에 따른 국내 이자율의 변화는 국내외 이자율 격차를 변화시켜 단기적인 자본이동을 가져오기도 한다.

둘째, 할인 또는 재할인으로 불리는 은행에 대한 대출은 상업어음이나 정부증권을 할인대상으로 하는 단기 대출금으로, 은행이 계절적 요인이나 다른 일시적 이유로 대부자금이 필요하거나 또는 예금의 감소로 인해 지불준비를 보충할 자금이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잉글랜드은행은 일반 은행들과 직접 거래하기보다는 주로 할인상사(discount houses)를 이용한다. 그렇지만 은행의 지불준비에 대한 영향은 은행과 거래를 할 경우와 비슷하다. 은행에 대한 대출은 중앙은행의 기능 중 가장 전통적이고 오래된 것이다. 그때 부과하는 이자율은 '할인율' 또는 '재할인율'이라 부른다.

중앙은행은 이것을 올리거나 낮춤으로써 은행의 차입비용을 규제할 수 있다.

또한 재할인율의 수준과 변동은 중앙은행이 신용상태를 완화할 것인지 긴축시킬 것인지를 알려준다. 일부 중앙은행, 특히 자본시장이 협소한 국가의 중앙은행은 은행과 국가발전을 담당하는 법인체에게 중기 및 장기신용을 확장하여 경제개발비용의 재원조달을 촉진하고 부족한 재정저축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대부는 바람직한 중앙은행의 활동이 아니며, 나아가 물가상승의 압박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셋째,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차입하는 것은 보통 정부의 재정적 무책임을 조장하는 것으로 지적되며, 흔히 법의 제한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정부가 대규모 신용을 제공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널리 이용된다. 나머지 여러 나라들은 간접적으로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통화량에 미치는 영향은 중앙은행이 같은 액수를 직접 정부에 빌려줄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넷째, 중앙은행은 자국통화의 대외가치 안정을 위해 외환을 사고 판다.

소련을 제외한 주요산업국가의 중앙은행은 이른바 '스왑 협정'(currency swaps)을 맺고 있다.

스왑 협정이란 환율의 안정을 위해 두 나라의 중앙은행이 자국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상호예치시키는 협정을 말한다. 193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늘리는 권한이 법에 의해 제한을 받았다. 즉 통화발행과 드물게는 예금부채발생을 중앙은행의 국제지불준비금 규모만큼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다음의 2가지 이유 때문에 그러한 제한은 완화 내지 제거되었다. 하나는 통화공급의 확장이 국내 경제발전 목표에 필요한 때도 통화공급이 제한을 받기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외거래에 필요한 금 또는 외환이 이용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다섯째,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이 자신의 예금부채에 대해 보유해야 하는 최소한도의 현금지불준비를 일정 범위 내에서 결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색인:지불준비금). 몇몇 국가는 예금에 대한 지불준비조건에 현금뿐만 아니라 특정한 자산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들을 포함하는 목적은 은행이 그러한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하여 다른 용도에 신용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농업·주택공급·영세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한 형태의 신용을 제공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할인율을 낮추기도 한다.

여섯째, 극심한 물가상승압력과 공급부족의 상황에서 특히 전쟁중이나 그 직후에 많은 나라에서는 내구소비재, 주택, 그리고 불필요한 수입품 등의 구매를 위한 신용의 이용가능성을 직접 규제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종종 중앙은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통제는 전형적으로 구매가격에 대한 대부가치의 최대비율과 최대만기일의 설정에 의해 수행된다.

이것은 은행은 물론 비은행기관에도 종종 적용되며, 특히 규제대상이 되는 신용이 주로 비은행기관으로부터 제공될 때 유효하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신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전반적으로 신용상태가 아주 나쁘지 않는 한 그러한 규제를 회피하기는 아주 쉽고, 따라서 불균등한 규제효과가 정치사회적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은행에 선별적 신용통제권을 부여한 가운데 1934년 미국연방준비위원회의 증권시장 신용에 대한 증거금률제(證據金率制) 실시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잘 운영된 초기의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