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신화

창조신화

다른 표기 언어 creation myth , 創造神話 동의어 우주 신화

요약 특별한 전승이나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는 세계의 기원에 관한 상징적인 이야기.
우주 신화라고도 함.

창조신화 (creation myth)
창조신화 (creation myth)

창조신화는 세계에 대한 가치평가, 우주 내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 설정, 생활과 문화의 기본적인 유형 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창조신화는 가장 대표적인 신화로서 문화적 관행과 유물의 기원에 관한 모든 신화의 원형이 된다. 많은 제의들은 창조신화를 극화한 것으로, 한 문화와 그 생활방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보호하는 신화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한 문화의 예술적 표현양식, 즉 제의적 동작과 춤, 시각 및 언어 예술에서의 이미지 등은 창조신화에 비추어 그 원형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창조신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몇 가지 기본 유형으로 분류된다.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있는 기본 유형 중의 하나는 세계 창조 이전에 이미 존재하면서 창조 계획을 가지고 있던 전지전능하고 지고한 창조자가 있었다는 믿음이다. 이와 대비되는 또다른 우주 창조의 관점에서는 마치 태아가 자라나서 태어나는 것처럼 세계도 여러 단계를 거쳐 점차적으로 생겨난다고 본다. 지고의 신을 상정하는 신화 유형과는 달리 이 출현신화(emergence myth)에서는 지구의 잠재적 힘과 그 구성요소를 강조한다. 3번째 유형의 우주 신화는 세계를 태초의 부모가 낳은 것으로 간주한다.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세계의 부모는 창조 이야기에서 대체로 늦게 나타났다. 이 유형과 관련된 4번째 유형으로 우주 알에서 창조가 일어났다는 신화가 있다. 이 알은 세계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합일을 상징하지만 분리나 창조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5번째 유형의 창조신화는 어떤 동물이나 악마가 신의 명령에 따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태초의 물로 뛰어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부분 종교적인 공동체에서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교리는 창조신화를 해석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했다. 창조가 최고 신의 말씀과 행위에 의해 일어났다는 신화에서는 창조자의 초월성(인간과의 이질성 또는 질적인 차이)이 신학적인 사변과 논쟁의 주제가 된다. 어떤 경우에는 신의 초월성이란 반드시 세계 내에서 신의 내재 또는 임재와 관련되어야 한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가 모두 이러한 문제를 다루었다.

출현의 우주를 주제로 한 신화는 동일한 원리의 발현을 통한 창조라는 교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개념은 이른바 원시 종교(예를 들면 폴리네시아의 종교)나 도교에서 발견된다. 창조 교리에 덧붙여 세계 기원의 인식에 대한 회의주의를 몇몇 종교적 전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신이 세계를 창조한 후에 사라졌다는 신화들에서 보듯, 이러한 불가지론이 창조의 계획과 목적에 국한되기도 한다. 세계의 영원성과 유한성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않으려 한 석가모니의 태도 역시 이러한 회의주의의 한 종류이다. 그리고 이러한 회의주의는 다른 종교적 공동체에서도 발견된다.

세계의 궁극적 기원에 대한 회의주의로 말미암아 어떤 신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계시에 의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 계시라는 개념은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관계를 전제하는 것이므로 창조 교리를 내포하는 것이다.

한국의 창조신화

천지창조신화는 인간세계의 생성과정을 설명하는 신화이다.

한국의 민담과 무속신화에 남아 있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천지창조신화라고 하기 어렵다. 제주도의 설문대할망과 강원도 삼척지역의 마고할미는 각 지역의 산천 형성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천지창조신화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제의(祭儀)와의 상관성을 알 수 없고 신성성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 때문에 신화적 흔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신화라고 하기 어렵다.

신화와 제의와의 상관성에 있어서 한국의 천지창조신화는 무속제의 도중 무당에 의해 구송(口誦)되는 신화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천지창조와 관련된 내용들은 주로 굿의 시작에서 언급되는데, 본토에서는 이 부분을 치국잡기 또는 지두서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베포도업침이라 한다.

베포도업침은 우주창조에 관련된 많은 신들을 모시고 베풀어지는 '초감제'라는 굿에서 구송되는 것인데, 인간세계의 생성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기간 구전되어오는 동안 그 내용이 부분적으로 변모하여 전승되고 있지만 매우 구체적이다. 따라서 여러 자료를 종합하고 재구성하여 본래적 모습이었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적기로 한다.

세상의 처음에는 천지가 혼합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가운데가 갈라지며 분리되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서 물이 나오고, 물 속에서는 (귀)신과 인간, 그리고 동물과 식물이 생겨난다. 땅은 백사지땅이고 하늘은 점점 높아졌다. 천황닭·지황닭·인황닭이 울자 하늘 사방의 문이 열리고 동서남북과 중앙에는 5개의 큰별이 생긴다. 지상의 인간들이 어두워 살 수 없다 하자 하늘궁 수문장이 동쪽과 서쪽의 별이 결합하여 낳은 아이의 앞눈 2개를 따서 해 둘을, 그리고 뒷눈 2개를 가져다가 달 둘을 만든다. 그러자 인간들이 낮에는 타서 죽고 밤에는 얼어죽게 되었다.

하늘의 천지왕이 해와 달을 하나씩으로 조절할 아들을 얻을 꿈을 꾸고 지상으로 내려와 부인을 얻어 잉태를 시킨 후 하늘로 돌아간다. 부인은 쌍둥이 형제를 낳는다.

쌍둥이 형제는 천지왕이 남겨준 박씨를 심어 그 줄기를 타고 하늘에 올라 천지왕을 만나 무쇠활과 화살을 받는다. 형인 대별왕은 해를 하나 쏘아 동쪽의 큰별(샛별)을 만들고, 동생인 소별왕은 달을 하나 쏘아 밤하늘의 수많은 뭇별들을 만든다. 그래서 세상에는 해와 달이 각각 하나씩만 남게 된다.

두 형제는 수수께끼를 하여 이승과 저승 차지 시합을 벌이는데 형이 이긴다. 시합에 진 동생은 다시 꽃피우기 시합을 제의하고 속임수로 형을 이긴다. 형은 동생이 속임수로 이승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승에는 죄가 만연할 것이라 예언하고 저승으로 간다. 그래서 이승은 죄가 많고 저승은 맑고 청랑하게 된다.

천지왕이 꿈을 꾸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부분으로부터 여기까지는 따로 〈천지왕본풀이〉신화로 말해지기도 한다.

앞의 내용에 이어서 지상의 땅이 정리되고 나라가 생기는 과정과 인간들의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들이 마련되는 과정이 설명되는 것이 베포도업침의 내용이다.

베포도업침으로 미루어 한국의 천지창조신화는 천지혼합, 천지개벽, 생명의 출현, 일월의 생성, 일월의 조정, 인세차지경쟁, 지상의 정리정돈, 문화의 출현 및 기원 등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일신적 존재가 천지를 창조했다고 보기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천지가 자생되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것은 창조신화라고 하기보다는 창생신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생명의 시원을 물과 관련하여 인식한 원수(原水)관념과 세상을 천·지·인의 3분체계로 나누어 인식했던 것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