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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 인물의 일생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서술하는 서사양식.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형식 중 가장 자연스럽고 대중적인 것이었다.

대부분의 신화와 위인전설이 이런 형식을 취하며, 그 형식은 후대의 소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인물이야기'인 전이 동양에서 하나의 서사양식으로 자리잡게 된 데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史記〉 열전(列傳)의 영향이 크다. 〈사기〉에서는 중국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하고 나서, '열전'이라는 부분을 따로 설정하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열전의 한 항목에서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다루기도 하고,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한데 묶어서 다루기도 한다. 전의 서술방식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데, 첫머리에서는 그 사람의 선조와 출생의 내력 및 성장과정을 서술하고, 다음으로 그가 남긴 업적이나 잘못 등을 열거하고 그 원인과 결과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에는 그 인물에 대한 저자 자신의 견해와 평가를 밝히는 동시에 어떤 교훈을 제시하고자 했다.

사마천 이후 열전의 형식은 인물이야기의 전형이 되었고 서사문학에서도 이를 하나의 문학양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 〈삼국사기〉 열전, 〈고려사〉 열전 등의 공식 역사서는 물론이고 개인의 문집에도 이런 형식을 따라 지은 전들이 적지 않게 실려 있다. 전의 대상은 대체로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겼거나 남다른 일을 하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끈 사람들이었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전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었으나, 주된 대상은 공적을 세우거나 선행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전의 작자나 대상인물 또는 전의 서술방식 등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고려시대 이전의 전은 저자·대상인물·서술방식 등이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의 저자는 학자·문인·승려 등이었고, 대상인물은 승려·장군·효자·열녀·예술가·기능인 등에 걸쳐 다양하게 취택되었다. 전의 양식도 〈삼국사기〉 열전의 〈김유신전〉처럼 장편 형식도 있고, 설총·강수 등의 전과 같이 단편 형식을 취한 것도 있다. 조선시대로 들어오면서 이런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전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전의 저자는 문자를 아는 유교학자에 국한되었고, 전의 대상인물도 주로 유교적 도덕률의 실현자인 효자·열녀·충신·학자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같은 정통적 전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조선 후기에 이르면 정통에서 벗어난 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교적 도덕률의 실천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신선이나 도인 같은 인물들의 전이 등장하고, 또 화가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와 기능인, 그리고 시정의 건달과도 같은 협객들을 대상으로 한 전이 등장한다.

더 나아가 유교적 도덕률을 거스른 부정적 인물들의 패륜행위를 다루는 전도 나타나게 되는데, 여기서는 어떤 교훈을 얻기보다 남다른 그들의 생애가 독자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의 형식은 역사를 서술하는 데뿐만이 아니라 문학의 양식으로서도 널리 이용되었다. 그결과 조선 후기의 소설들은 대부분 전이라는 표제를 붙이고 나타나게 된다. 〈허생전〉·〈양반전〉·〈예덕선생전〉·〈장생전〉 같은 한문으로 된 전은 물론이고 〈춘향전〉·〈심청전〉 같은 국문소설도 그런 예에 속한다.

전의 정통에서 벗어나서 그것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이용한 것 가운데 하나로 가전(假傳)이 있다. 이것은 전의 대상을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 또는 무생물로 하면서 그것을 통해 인간세상의 한 면을 이야기한다. 이런 전의 형식이 서민소설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비교적 단조롭고 자연스러운 서술방식과 신화시대 이후부터 친근하게 접해왔던 소재 등이 그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