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가전

다른 표기 언어 假傳 동의어 의인전기체, 擬人傳記體

요약 식물이나 동물을 의인화하여 그 일대기를 사전(史傳)의 형식에 맞추어 허구적으로 입전(立傳)하는 문학양식.

고려 중기 이후 일부 문인들에 의해 창작되었는데, 가전체 또는 의인전기체(擬人傳記體)라고도 불린다. 어떤 사물을 역사적 인물처럼 의인화시켜서 그 가계·생애·성품·공과를 기록하는 전기(傳記)의 형식을 빌렸기 때문에 실전(實傳)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가전이라 명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형식의 근원을 더듬어 가면 사마천의 〈사기 史記〉 열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으나, 당(唐) 문인 한유(韓愈)의 〈모영전 毛潁傳〉을 최초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사기(史記)
사기(史記)

우리나라에서는 8세기 설총(薛聰)의 〈화왕계 花王戒〉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고려 후기에 가전이 발달하게 된 까닭은 창작계층인 사대부들이 옛 귀족들과 달리 실제적인 사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했고, 그에 따라 사물과 관념을 긴밀하게 통합하여 파악하는 양식인 가전이 등장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전은 구체적 사물과 경험을 중시하되 그것들을 철저한 이념적 해석으로 걸러내려 하는 점에서 교술적이며, 그것을 단순한 지식 또는 이념으로 전달하지 않고 어떤 인물의 구체화된 생애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서사적이다. 때문에 가전은 서사적 갈래와 교술적 갈래의 성격을 통합시키고 있는 중간 갈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고려 후기에 지어진 작품을 살펴보면, 돈과 술을 의인화 한 임춘(林椿)의 〈공방전 孔方傳〉과 〈국순전 麴醇傳〉, 술과 거북을 의인화 한 이규보(李奎報)의 〈국선생전 麴先生傳〉과 〈청강사자현부전 淸江使者玄夫傳〉, 종이를 의인화 한 이첨(李詹)의 〈저생전 楮生傳〉, 지팡이를 의인화 한 식영암(息影庵)의 〈정시자전 丁侍者傳〉, 대나무를 의인화한 이곡(李穀)의 〈죽부인전 竹夫人傳〉이 〈동문선 東文選〉에 실려 전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수강(丁壽岡)의 〈포절군전 抱節君傳〉, 이덕무(李德懋)의 〈관자허전 管子虛傳〉, 유본학(柳本學)의 〈오원전 烏圓傳〉, 이이순(李頤淳)의 〈화왕전 花王傳〉 등이 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가전의 특징은 의인화된 서술의 방법을 본기체 형식에 확대·적용한 작품들이 출현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임제(林悌)의 〈수성지 愁城誌〉와 〈화사 花史〉, 김우옹(金宇顒)의 〈천군전 天君傳〉, 정태제(鄭泰齊)의 〈천군연의 天君演義〉, 정기화(鄭琦和)의 〈천군본기 天君本紀〉가 그것이다. 이들 작품은 식물세계를 의인화한 〈화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의 마음을 의인화한 것으로서, 심성가전(心性假傳)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가전과 그 확대형인 심성가전은 이처럼 오랫동안 유지되었는데도 가전과 몇몇 사대부 문인들 사이에서만 창작, 향유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들 작품이 극히 난삽한 전고(典故)와 소수 문인들끼리의 현학적 기상에 많이 의존했을 뿐 아니라, 현실 체험과 동떨어진 가공성과 고답적 관념을 추구하는 데 골몰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