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감염병

인수공통감염병

다른 표기 언어 zoonosis , 人獸共通感染病

요약 사람과 척추동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질병의 총칭. 인류가 가축 등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적응하거나 진화한 병원체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다. 전체 감염병의 약 75%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탄저병, 페스트, 브루셀라증,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개요

동물과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질병. 처음에는 가축에게서 인간에게 옮을 수 있는 질병을 가리키는 것이었지만, 다른 척추동물로부터 전염되거나 다른 동물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는 인간의 모든 질병을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공수병(광견병)(개·여우·박쥐·설치류 등과 같은 작은 동물들로부터 전염), 야토병(토끼나 야생 설치류로부터 전염), 앵무병(앵무류의 새로부터 전염), 비저(말로부터 전염), 탄저병(반추동물·말·돼지 등으로부터 전염), 브루셀라증(가축으로부터 전염),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가축 및 애완동물로부터 전염) 등의 질병으로,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 고시로 10종이 지정되어 있다. 매년 7월 6일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정한 ‘세계 인수공통전염병의 날’이다.

명칭

인수공통감염병은 척추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으로, 영어로는 'zoonoses'라고 하는데, 어원인 그리스어 'zoo'는 '동물', 'noses'는 '질병'을 의미한다. 척추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고 사람에게서 척추동물에게는 전파되지는 않는 전염병은 'anthropozoonoses'인데, 'anthropo'는 '사람'을 뜻하며, 좁은 의미의 인수공통전염병은 이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사람에게서 척추동물에게 전파되고 동물에게서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 전염병은 'zooanthroponoses'라고 하며,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병원체가 서로 전파되는 전염병은 'amphixenoses'라고 한다.

역사

동물과 사람의 전염병은 공통의 기원을 가지고 진화해 왔다. 단백질 섭취를 위한 목축, 농경 생활에 필요한 노동력과 운송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소와 양, 말과 같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사람과 동물 사이에 병원체를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짐에 따라 인수공통감염병의 발생 환경이 조성되었다. 인류 생활 환경이 바뀔 때마다 병원체가 적응, 진화하면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출현했으며, 예측하지 못한 신종 감염병이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매우 큰 영향과 피해를 받았다. 인류 역사상 인류의 집단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전쟁이 아니라 페스트와 같은 감염병이었는데, 사람 전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와 돼지 등 가축을 숙주로 삼는 병원체가 사람에게 감염된 질병이 홍역·결핵·천연두·백일해 등으로, 지금은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여 거의 절멸되었으나 그 이전에는 감염률과 치사율이 높은 치명적인 질병이었다. 20세기 들어 확산된 선천성면역결핍증은 아프리카의 야생원숭이에서 기원했으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도 박쥐나 낙타와 같은 척추동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것이다.

1952년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회의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척추동물과 사람과의 사이에 자연적으로 전파하는 질병 또는 감염”이라고 정의를 내렸으며, 현재까지 약 250종의 인수공통감염병이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전파력이나 치사율이 높아 집중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질환은 약 100여 종이다. 오랫동안 탄저병, 브루셀라증,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공수병, 일본뇌염, 변이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소해면상뇌증(BSE) 등이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보고되어왔으며, 20세기 후반 이후 웨스트나일열, 니파바이러스감염증, 헨드라바이러스 감염증, 조류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새로운 감염병도 계속 발생해왔다.

전파 방식

인수공통감염병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된다. A형 간염의 경우 사람의 질병이 동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파되었으며, 말라리아는 모기 등의 절족동물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만 전파되는 경우이다. 자연적 감염이 아닌 실험적으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으며, 척추동물에서 전파된 독성물질에 의한 감염의 경우도 있다.

분류

인수공통감염병은 병원체, 병원체의 생활사와 전파 경로, 감염 예후의 중증 여부 등에 의해 분류할 수 있다.

병원체에 의한 분류

감염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바이러스성, 클라미디아성, 리케치아성, 세균성, 진균성, 원충성, 기생충성, 프리온성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분류된다.

병원체의 생활사와 전파 경로에 의한 분류

직접 인수공통전염병(Direct Zoonoses, Orthozoonoses)은 병원체가 한 척추동물종을 숙주로 삼는 경우로, 인간에게는 감염된 동물에서 직접 전파되거나, 인간이 매개체에 접촉하는 등의 물리적 전파로 이루어진다. 공수병, 렙토스피라증, 탄저병, 브루셀라증 등이다. 순환 인수공통전염병(Cyclozoonoses)은 병원체가 2종 이상의 척추동물을 숙주로 삼는 경우로, 포낭충증 등이다.

메타 인수공통전염병(Metazoonoses)은 병원체가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을 함께 숙주로 삼는 경우로, 다른 척추동물에 감염될 때까지 무척추동물에 잠복했다가 인간에게 전파된다. 황열병, 페스트, 주혈흡충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복합 인수공통전염병(Saprozoonoses)은 병원체가 척추동물과 비동물성인 토양이나 식물 등을 통해 증식하다가 인간에게 전파되는 경우로, 히스토플라즈모시스, 내장유충이행증 등이 있다.

경중도에 따른 분류

사람과 동물에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치는 감염증은 공수병, 탄저병, 페스트 등이 있다. 동물에는 중증이 나타나지만 사람에는 미미한 증세를 보이는 감염병은 구제역, 뉴캐슬병 등이 있는데, 대개 인수공통감염병이라기보다는 동물감염병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으며 사람을 전파매개체로 간주한다. 동물에는 증상이 가벼우나 사람에게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감염병으로는 브루셀라증, 큐열 등이 있다.

현황

WHO 에 의하면 최근 30년간 크리미안콩고출혈열, 필로바이러스(에볼라, 마버그), 고병원 코로나(사스, 메르스), 라싸, 니파, 리프트계곡열, 치쿤구니야열, 지카 바이러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40여 종의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했으며, 20세기 이후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고되었다.

한국의 주요 인수공통감염병

한국에서 법정감염병으로 정해 관리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탄저병, 브루셀라증,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공수병, 일본뇌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큐열, 결핵 등이다. 이중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큐열 등은 최근 사람에 대한 감염의 사례가 많지 않다.

탄저병

1907~1929년의 대유행기 이후 몇 번의 유행기가 있었으며, 1970년대 들어 혼합백신이 사용되면서 가축 소에서의 발생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나 외국에서 수입한 동물가죽이나 모피를 가공하는 작업자나 감염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 등에서 간혹 발병하고 있다.

브루셀라증

소에서 발생하며, 사람에게는 2000년대 이후에도 살균하지 않은 우유를 먹거나 접촉한 경우에 간혹 발생한다. 대부분 농·축산업 관련 종사자에게서 발병한다.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

소와 같은 동물에서는 미미하게 발생하지만 사람에게서는 2000년 이후 점차 증가추세이다.

공수병(광견병)

1990년대 야생 너구리와 접촉한 개에게서 발병한 바 있으며, 사람에게서는 경기도 연천군, 화천군, 포천군, 파주시와 같이 공수병 위험지역에서 주로 야생 너구리와 직접, 간접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 매년 1~2명 발생한다.

일본뇌염

주로 돼지를 통해 매개되며, 왜가리나 백로 등 야생 조류에 의해서도 전파된다. 유행할 때에는 발생률이 높았으나 최근 환자 발생률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

2012년 중동에서 낙타를 매개로 발생하여 2015년 한국의 최초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186명이 감염되어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2019년 중국 우한에서 박쥐를 매개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0년 전세계로 전파되었고 한국에서도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참고문헌

  • ・ 질병관리본부, 2019년도 인수공통감염병 관리지침
  • ・ 관계부처 합동, 국가 인수공통감염병 관리계획(2019~2022), 2019
  • ・ 박기동, 인수공통전염병의 현황과 관리대책,질병관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