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이단

다른 표기 언어 heresy , 異端

요약 이단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오염되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사도시대부터 내려온 신앙의 규율을 강조했으며, 교리에서 이탈했는지를 시험하는 기준을 정해 이단을 정죄했다. 이후 12~13세기 교회는 종교재판소를 세웠고,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는 로마 가톨릭 교회만이 중세의 이론을 충실하게 유지했다. 20세기에는 종교적 관용이 점차 확대되어 이단의 개념을 과감히 고쳐나갔고 다른 견해를 주장하더라도 이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단은 분파와 다르다. 이단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리상의 오류를 범하면서도 때로 교회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분파주의자들은 교리상으로는 정통이면서도 교회에서 갈라져나간다. 영어 'heresy'는 그리스어 '하이레시스'(hairesis)에서 파생되었는데, 원래 특정한 철학 사상을 주장하는 것을 뜻하는 중립적인 용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 그리스도교가 이 단어를 쓴 뒤로는 '승인하지 않은 것'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교회가 처음부터 하느님이 주신 계시를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해석할 권한을 가진 유일한 수호자로 자처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인 해석과 다른 해석에 붙은 '이단'이라는 용어는 경멸적인 뜻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종교 서적들
다양한 종교 서적들

이단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인 태도는 <신약성서>에 분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바울로는 자기가 전하는 복음이 '12사도들'의 복음과 동일하다고 주장하며, <신약성서> 후반에 속하는 책들에서는 승인된 교리들과 이단설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더 예리하게 대조된다.

2세기 그리스도교 교회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오염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자각하여, 교리에서 이탈했는지를 시험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사도들을 계승한 교부들과 2세기 그리스도교 저자들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을 권위있는 교리의 원천으로 삼았으며, 이레나이우스와 테르툴리아누스는 사도시대부터 전해내려온 본질적인 그리스도교 신조들을 대충 요약해놓은 '신앙의 규율'을 크게 강조했다. 후에 성직자들이 중심이 된 교회와 교회공의회는 정통을 정의하고 이단을 정죄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후 서방교회에서는 공의회가 내린 교리적 판단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황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처음 몇 세기 동안 그리스도교 교회는 많은 이단을 다루었다. 다른 이단들도 많지만, 대표적인 것들로는 가현설·마르키온주의·몬타누스주의·양자론·사벨리우스주의·아리우스주의·펠라기우스주의·영지주의가 있다(→ 도나투스파). 역사적으로 교회가 이단들과 싸울 때 사용한 중요한 수단은 그들을 파문하는 것이었다. 12, 13세기에 교회는 종교재판소를 세웠다. 교회에서 재판을 받은 후에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단들은 세속 재판소에 넘겨졌고, 대개는 처형되었다.

중세 유럽에서의 마녀사냥을 표현한 그림
중세 유럽에서의 마녀사냥을 표현한 그림

16세기 종교개혁과 함께 새로운 상황이 조성되었다. 종교개혁은 이전에 서구 그리스도교가 누려온 교리적 통일을 무너뜨렸다. 오류가 없는 권위로 무장한 참된 교회로 자처한 로마 가톨릭 교회만이 이단에 대한 고대와 중세의 이론을 충실히 유지했으며, 이단으로 판단되는 교리나 견해를 단죄하기도 했다.

프로테스탄트의 거대교단들도 대부분 그들의 특정 교리들이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진리를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했으므로 그들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이단으로 단죄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종교적 관용이 점차 확대되고 20세기에 시작된 에큐메니컬 운동이 영향을 끼치면서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은 대부분 종교개혁 이전 교회에서 생각되던 이단 개념을 과감히 고쳐나갔다. 이제 그들은 자기 교파의 교리들을 엄격하게 유지하면서도 다른 견해들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단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이런 태도를 모순으로 보지 않는다.

로마 가톨릭 교회도 자기의지로써 잘못된 교리를 고집하는 사람들과, 다른 신앙 전통에서 자라난 결과 아무 잘못 없이 잘못된 교리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구분해서 다룬다. 유대인들도 이단이라는 말을 써왔지만, 그리스도교도들만큼 이단자들을 강력하게 단죄하지 않았다. 그리스도교에 비해서 불교·힌두교·이슬람교에서는 이단이라는 개념과 이단과의 싸움이 역사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