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학

운율학

다른 표기 언어 prosody , 韻律學

요약 언어의 운율적인 측면.

문학비평에서는 주로 시의 운율구조와 그 구조에 대한 연구를 가리킨다.

'전통적인' 운율학은 16~19세기에 영시를 지배한 운율을 가리키지만 이미 제프리 초서(1340경~1400)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운율학은 음절 강세로 측정되는 시행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것을 때로는 강세음절 운문이라고도 부른다. 시의 각 행은 '음보'(音步)라고 불리는 기본단위로 이루어지며, 하나의 음보에는 2~3개의 음절이 있다. 이 음절들은 발음되는 방식에 따라 '약음절'이거나 '강음절'이 된다.

예를 들어 'forget' 이라는 낱말은 강세가 없는 음절(약음절) 뒤에 강세가 있는 음절(강음절)이 나온다. 영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4가지 주요음보에는

약강격

강약격

강약약격

약약강격

이 있다.

하나의 시행이 1개의 음보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그 시행을 1보격(步格)이라고 부른다. 2개의 음보로 이루어져 있으면 2보격, 3개의 음보로 이루어져 있으면 3보격, 4개의 음보로 이루어져 있으면 4보격, 5개의 음보면 5보격, 6개의 음보면 6보격이라고 부른다.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영시에서 1행의 음보 수가 6개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행들이 하나의 완전한 단락을 이룰 때, 그것을 (聯)이라고 하며, 연은 그 연을 이루고 있는 시행의 수(2행연·3행연·4행연·6행연·8행연 등)와 그 시행이 따르고 있는 운율(약강 5보격, 강약 2보격, 강약약 3보격 등)에 따라 정의된다.

이러한 연들이 완전히 모임으로써 시의 형식(예를 들면 소네트·송가·서정시 등)이 결정된다. 반면에 고대 영어와 중세 영어로 씌어진 시들은 모두 강한 강세 보격(strong-stress metre)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시의 행은 '음보'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강한 강세를 가진 자음의 수로 측정된다. 각 행에 나오는 강세의 수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 변함이 없지만, 강세가 없는 음절의 수는 변할 수 있다.

시행은 중간휴지를 뜻하는 '시주라'(caesura)에서 뚜렷이 구분되며, 이 시주라의 양쪽에는 2개의 강세음절이 나온다. 19세기말에 영시는 월트 휘트먼과 제러드 맨리 홉킨스의 혁신적인 시작의 영향을 받아, 고대·중세 영시 같은 유형의 운율구조로 되돌아갔다. 이 운율구조는 20세기에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W. H. 오든 같은 시인들이 더욱 발전시켰다.

로망스어 운문은 음절 보격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로망스어 운문의 시행은 고정된 음절 수로 결정되는 반면에 강세와 휴지는 변할 수 있다. 영시에서 이런 종류의 운문구조를 실험한 결과, 청각보다는 시각에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운율학이 생겨났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시의 운율은 양적 보격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모음의 길이(음량)를 지배하는 규칙이 엄격한 문법적 관례로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어에서는 이런 규칙이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리스어·라틴어는 모두 굴절어로서, 어형변화를 통해 화법·격·시제·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들 언어는 장모음(어근 모음의 특징)과 단모음(어형 변화가 일어난 음절의 특징)이 번갈아나오기 때문에 복잡한 보격 유형과 길고 느린 시행이 발달했다. 영어는 15세기에 이르러 대부분의 어형변화를 잃어버렸다.

반면 어형변화를 아직도 지니고 있는 독일어는 고대의 고전적 보격을 받아들여 영어보다 적용하기가 더 쉽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 영시 운율학 용어를 확립한 사람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이론가라는 점이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어와 로마어의 운율 규칙을 영어의 일상어 형태에 적용시키려고 애썼지만, 기존의 음절 강세 보격요소를 고전적 용어로 다시 정의하는 데에만 성공했을 뿐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어떤 종류의 보격도 채택하지 않고 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보격을 갖추지 않은 운율은 근대시의 특징이다. 심상주의(心象主義) 운동에 참여한 시인들과 e. e. 커밍스 같은 실험 시인들은 시각적 운율을 시도했는데, 이들은 일부 형이상파 시인들의 관행을 되살려 인쇄할 때 그 시에 알맞게 시행을 배열하는 방법으로 시의 '형상'을 만들었다. 운율학에는 보격 이외에도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포함된다.

압운(押韻) 형식도 시의 전체적 '음향 의미'에 영향을 주는 두운(頭韻)과 모운(母韻)을 비롯한 다양한 음향효과 가운데 하나이다. 운율학은 흔히 시의 리듬이 갖는 섬세하고 치밀한 조화, 즉 그 시의 '흐름'을 찾으려고 애쓴다. 시의 흐름은 강세·보격·템포 등의 요소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들과 똑같지는 않은 독특한 자질이다.

운율학은 또한 그 시가 속한 역사적 배경, 시의 장르, 시인 개인의 독특한 표현양식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운율이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구조의 의미를 둘러싸고 전개되어온 이론적 논쟁도 함축한다. 예컨대 주제에 따라 적합한 보격이 있다고 규정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적격률'(decorum), 근대 운문을 고전적 기준에 따라 제한한 르네상스 시대의 '규칙'(laws), 소리와 보격의 율동성은 그것들이 담아내는 행동을 표현해야 한다는 알렉산더 포프의 사상에 대한 18세기의 철저한 규명, 낱말의 자연스러운 강세를 바탕으로 한 G. M. 홉킨스의 이론으로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돌발 리듬'(sprung rhythm) 이론 등이 있다.

1906~10년에 조지 세인츠버리의 위대한 저서 〈영시 운율의 역사 History of English Prosody〉가 출판된 뒤, 운율학은 문학 연구의 일부로 존중받게 되었지만, 운율이론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