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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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성서

요약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 고대 근동지역의 여러 민족들이 구성한 각각의 가계도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초기 중심 인물로, 비교종교학에서는 아브라함을 선조라고 생각하는 종교들을 '아브라함계 종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은 모두 유일신 신앙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간적으로 유대교와 기독교의 성서인 <구약성서> <창세기>에 최초로 등장했으며, 이후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서도 인용되고 있으나 기록된 인물의 세부 내용에는 서로 차이가 있다.

목차

접기
  1. 개요
  2. 아브라함의 '전기'에 대한 비평 문제
  3. 성서적 설명
  4. 성서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특징
  5. 창세기에 나타난 아브라함
    1. 아브라함 일가의 이동
    2. 데라의 죽음과 아브라함의 여정
    3. 아브라함의 이동 반경
    4. 아브라함의 신앙
    5. 아브라함의 위상
아브라함(Abraham)
아브라함(Abraham)

개요

근동지역에서 유래한 몇몇 종교 초기의 주요 인물. 기독교의 〈구약성서〉 〈창세기〉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자기를 통해 미지의 땅에 새 민족을 세우겠다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메소포타미아(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 미지의 땅인 가나안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하느님의 명령에 의심 없이 순종했으며, 하느님에게 그의 후손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되리라는 약속과 계약을 거듭해서 받았고, 그의 후손은 이스라엘 민족이 되었다. 한편, 이슬람의 <코란>에서는 기독교의 아브라함과는 아버지가 다른 동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후손이 이슬람의 조상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전기'에 대한 비평 문제

통상적인 의미에서 아브라함 전기(傳記)란 있을 수 없으나, 전기를 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성서 자료를 현대 역사의 발견 결과를 가지고 해석하여 그의 생애에 일어난 사건들의 배경과 유형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족장 시대(BC 2000년대 초반 아브라함·이사악·야곱·요셉의 시대)를 재구성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 대해서는 지난 19세기말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고, 또 결국 알 수 없을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가설적인 성서 자료들의 연대를 추리해볼 때, 성서에 나오는 족장들의 이야기는 훨씬 후대(BC 9~5세기)의 정세와 관심사를 투영한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역사적 가치는 모호했다.

그 이야기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족장들은 신화적인 존재들이거나, 종족을 '의인화'한 것이거나, 여러 사회·법률·종교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전설적 인물이나, 인과관계를 말해주는 존재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뒤 고고학 탐사로 기념비와 문서들이 발굴되면서 족장 연구는 본궤도에 올랐는데, 그 발굴자료들 대부분이 전승에 따른 족장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유프라테스 강변에 자리잡은 고대 도시 마리의 왕궁 발굴작업으로 수천 점의 쐐기문자 서판들(공문서, 편지, 종교 및 법률 문서들)이 빛을 보게 되어 성서 해석에 새로운 근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오늘날 BC 2000년 초반의 것으로 알려진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며, 그 이후의 시기와는 불완전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한 발굴 자료들을 사용했다. 1940년대의 성서학자들은 그러한 결과를 '〈구약성서〉의 재발견'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족장 아브라함이라는 인물을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자료는 주로 다음 2가지가 있다. 첫째,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의 족보와 그가 우르에서 하란으로 떠난 일이 기록된 〈창세기〉 11장부터 아브라함의 죽음이 언급된 25장까지에 해당하는 자료와 둘째, 성서 이야기들이 발생한 지역과 시대에 해당하는 최근 고고학 발굴 자료와 그에 따른 해석들이 그것이다.

성서적 설명

성서 이야기에 따르면, 훗날 아브라함('열국의 아버지'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는 아브람('아버지[하느님]가 드높여지다'라는 뜻)은 메소포타미아 우르 출신으로, 하느님(야훼)으로부터 고향과 동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가서 새 민족의 설립자가 되라는 명령을 받는다. 75세에 아브라함은 이 명령에 의심 없이 순종하여 아직 아이를 낳지 못한 아내 사래(후에 '왕비'라는 뜻의 '사라'라는 이름을 갖게 됨), 조카 롯, 그리고 그외 일행들과 함께 시리아와 이집트 사이에 있던 가나안 땅으로 간다(→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종교).

그곳에서 아직 자녀가 없던 70대의 아브라함은 하느님에게 그의 후손이 그 땅을 차지하고 큰 민족이 되리라는 약속과 계약을 거듭해서 받는다. 그는 아내의 몸종 하갈에게서 아들 이스마엘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100세에 사라에게서 약속의 상속자가 될 적자(嫡子) 이사악을 낳았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려고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했고, 아브라함도 기꺼이 순종할 마음을 가졌지만, 하느님이 숫양을 대신 준비해둠으로써 실제로 아들을 제물로 드리지 않아도 되었다.

아브라함, 사라, 하갈
아브라함, 사라, 하갈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은 헤브론 근처에 있는 막벨라 굴과 그 주변 토지를 사서 가족 묘지로 삼았다. 이곳이 그와 그의 후손들이 최초로 소유한 약속의 땅 가운데 일부였다. 그는 생애 말년에 아들 이사악을 가나안 여자와 혼인시키지 않으려고 메소포타미아로 보내 자기 동족 출신의 여자와 혼인하게 했고, 175세에 죽어 막벨라 굴에 사라와 나란히 묻혔다.

성서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특징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은 여러 특징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순종하는 의인, 조카 롯과 경계선 다툼에서 양보하는 온화한 사람,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하느님과 논의하고 교섭하는 인정많은 사람, 자기를 찾아온 세 천사를 환대하는 친절한 사람, 롯과 그의 가족을 침략군의 손에서 구해낸 신속히 행동하는 전사이기도 했다. 한편 자기 한 몸을 살리려고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여 사라를 누이라고 속여 이집트 파라오의 후궁이 되게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영적인 깊이와 능력을 지닌 위대한 인물이면서도 연약하며 부족한 평범한 인간으로 등장했다.

창세기에 나타난 아브라함

아브라함 일가의 이동

아브라함의 무용담은 데라의 가족 혹은 씨족이 '갈대아 우르'(우르카스딤)를 떠난 일과 막벨라 동굴을 '매입한'(혹은 그 안에 묻힌) 일 사이에 전개된다. 전승은 이 점에 관해서는 확고한 듯하다. 사실상 히브리 본문은 출발 장소를 구체적으로 우르카스딤으로 밝히는데, 카스딤은 바로 마리에서 발굴된 쐐기문자 본문에서 전해지는 '칼두'이다. 그것은 분명히 한 부족이 중심이 된 이민으로 그 지도자는 데라이고, 그의 인도를 따라 아들 아브라함, 또다른 아들인 하란의 아들 롯, 그리고 그의 아내들(이 가운데 아브라함의 아내 사래가 가장 잘 알려짐)이 따라나섰다.

또한 데라에게는 나홀이라는 또 하나의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후에 언급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우르카스딤이 수메르의 도시 우르였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 도시는 오늘날 메소포타미아 남쪽에 있으며,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300㎞가량 떨어져 있는 탈알무카야르(혹은 무하이르)로 1922~34년에 큰 성과를 거두며 발굴되었다. 수메르 조상들의 발상지였던 이곳은 열정적인 다신교 숭배 중심지였으며, 그 신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 가운데 주신은 수메르-아카드인들의 달신인 '난나'(혹은 '')였던 것이 분명하다.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는 세겜에서 이들의 후손에게 "조상들은…… 다른 신들을 섬겼다"고 말했다. 우르를 떠난(BC 2000경) 뒤 다른 곳은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맨 처음 머문 중요한 장소는 하란이며 이곳에서 데라 일행은 한동안 머물렀다. 이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북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발리크 계곡에 자리잡았던 것이 분명하며, 오늘날 터키의 하란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자들은 하란이 '신'(Sin) 숭배의 중심지였고, 따라서 우르의 달신 숭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순례도시였다고 주장해왔다. 마리 서판으로 족장 시대, 특히 도시 하란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마리의 왕궁에서 발견한 수천 점의 서판들 중에는 놀라운 것이 많이 있었다. '하피루'(히브리인들)뿐만 아니라 더욱 놀랍게도 '바누 야미나'(베냐민 사람들)가 언급된다. 후자는 야곱의 아들 베냐민 가문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BC 18세기의 성서와 무관한 자료에 성서 인물과 비슷한 이름이 나타났는데, 이 베냐민 사람들('오른쪽의 아들들', 혹은 그들의 지향 습관에 따라 '남녘의 아들들')은 언제나 마리 북부 사람이나 '신'(Sin)의 신전에 있는 하란 사람들을 가리킨다. 성서에는 우르와 하란 사이에 진행되었던 여정에 대한 기록이 없다.

데라의 죽음과 아브라함의 여정

학자들은 데라 일행이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하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발리크 계곡으로 간 것으로 생각한다. 성서는 기간은 밝히지 않은 채 그들이 하란에서 머물렀다는 사실과, 거기서 데라가 205세의 나이로 죽고, 아브람이 75세의 나이에 가족과 재산을 거느리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는 사실만 말한다. 이들은 먼저 유프라테스 강 상류 쪽을 따라 가다가 물이 빠지는 시기에는 쉽게 건널 수 있는 칼케미시에서 강을 건넌 뒤 이번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다시 마리 문헌들은 참고사항을 제공하는데, 강 오른편 둑 즉 '얌하드'(알레포)·'카타눔'(카트나)·'아무루' 땅에 베냐민 사람들이 있었다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고대의 길은 신전들로 표시되었기 때문에 알레포 근처 '나이랍'이 하란이나 우르와 마찬가지로 '신'숭배의 중심지였다는 점과, 알레포 남쪽 하마로 가는 길에는 베냐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오늘날도 있다는 점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아브라함 일행은 여행의 목적지인 '가나안 땅'을 향해 갔다. 이들이 '세겜'(Shechem, Sichem)에 정착했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도중에 방향을 약간 틀어 다마스쿠스를 통과했다고 가정한다면, 다마스쿠스 사람 엘리에젤이라는 외국인이 아브라함의 전체 가산을 관장하는 '종', 즉 가령이나 청지기가 된 경위가 설명되는 셈이다.

아브라함의 출발 모습을 그린 그림
아브라함의 출발 모습을 그린 그림

그러나 엘리에젤('내 하느님은 도움이시다')이라는 이름의 뜻이 너무 명확한 이 청지기의 기원 문제는 본문에 신뢰성이 없으므로 불확실하다. 만일 아브라함 일행이 다마스쿠스에 잠시 머물렀다면, 바산(지금의 하우란) 땅을 지나 먼저 야뽁 강을, 그다음에는 요르단 강의 '다미야' 개울을 건넜을 것이며, 그뒤에는 사마리아 지역 한가운데 도착하여, 마침내 그리짐 산과 에발 산 기슭에 자리잡은 오늘날 '발라타'에 해당하는 세겜 평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세겜은 당시에 정치와 종교 중심지로 최근의 고고학 발굴의 결과 그 중요성이 더욱 뚜렷이 밝혀져왔다.

BC 13세기 중엽부터 BC 11세기 중엽까지 세겜은 가나안 신 '바알베리트'(계약의 主)를 숭배하는 중심지였으므로 이 지역에서 거대한 '마체바'(신성한 돌기둥)가 발견되었다. 그곳에는 아브라함의 세겜 여행기에 나오는 '모레의 상수리나무'도 있었는데, 이 나무는 그 지역 셈족의 의식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건축물 가운데 적어도 왕궁은 BC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며, 그곳에는 세겜에 살던 족장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다음에 머문 지역은 베텔로 오늘날 예루살렘 북부 바이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 도시 이름 '베트'(집 혹은 신전) '엘'(하느님)이 말해주듯이 베델은 가나안의 주신(主神) ''을 숭배하던 종교 도시였다. 최소한 〈창세기〉의 야훼 문서 기자의 전승을 믿는다면, 족장들은 그 가나안인의 성소를 주저없이 차지하여 그곳에 제단을 쌓고 그것을 야훼에게 봉헌했다. 이스라엘 민족의 마음에 이 기억이 남아 있어서 베델은 여러 세기 동안 그들의 대표적인 성소가 되었다. 야곱은 하란으로 가는 도중에 베델에서 하늘에 닿은 층계를 보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은 이곳을 아브라함보다는 오히려 야곱과 연관짓는다. 그러나 야곱이 베델에서 하룻밤을 자고 갔다면, 그것은 이곳이 조상 아브라함이 과거에 머물렀던 곳임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브라함의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겜과 베델 사이에서 50㎞가량 더 갔는데, 그것은 베델에서 헤브론, 좀더 정확히 말해서 '헤브론에 있는'(〈창세기〉 에 따르면) 마므레의 상수리나무까지에 해당하는 거리였다. 마므레의 위치는 분명하지 않다. 그곳은 헤브론에서 북서쪽으로 2.4㎞ 떨어져 있는 오늘날의 '라마 알칼릴'로 본다. 라마 알칼릴은 '친구의 고지(高地)'라는 뜻의 아랍어이며, 성서는 아브라함을 하느님의 친구라 했다. 아브라함은 상수리나무(상수리숲이 아니면)가 있는 마므레에 진을 쳤지만, 네겝 방향으로 그랄과 브엘세바로 여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브라함의 이동 반경

아브라함의 이동 반경은 그당시의 경제 상황, 즉 두루 다니며 찾아야 하는 목초지와 함수 관계에 있었다. 당시 족장들은 가나안과 나일 강 삼각주 사이를 오르내렸다. 그들은 유목민으로 남아 있었고 결코 농경민이 되지 않았다. 아브라함이 자기 종족이 영원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곳도 마므레였고, 조카 롯이 포로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은 곳도 역시 그곳이었다. 후자는 사전 준비 없이 갑자기 돌출한 수수께끼 같은 일화이다. 족장의 삶에 갑자기 다음과 같은 여러 중요한 인물들(왕들)이 등장하는 역사 한 부분이 끼어든다.

즉 시날 왕 아므라벨, 엘라살 왕 아룍, 엘람 왕 그돌라오멜, 고임 왕 티드알의 역사이다. 이전 시대의 학자들은 아므라벨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로 보는 등 이 이름들을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과 일치시키려고 했지만, 오늘날 학자들은 이러한 추정을 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 〈창세기〉 14장 전체는 앞 장과 다음 장이 완전히 다르다. 이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세속 자료에 속한 연대기 일부에서 발췌한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는 살렘 왕이자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엘 엘르욘)을 섬기는 사제 멜기세덱과 아브라함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브라함의 신앙

왕이며 사제인 그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아브라함을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맞으면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었다. 이 장면에서 족장은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때 그가 보인 종교적 행동을 어떻게 특징지을 수 있을까?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야훼', 즉 '야훼'와 '엘 엘르욘'의 이름으로 맹세를 한다. 사람에 대한 야훼의 계시 문제는 성서 전승에 따라 다르다. 학자들이 모세5경(성서의 처음 5권)에서 야훼 문서 기자의 자료(J)라고 부르는 전승에 따르면, '야훼'는 아담 때부터 알려져왔고 예배되어왔다고 한다. 제사문서(P)에 따르면 '야훼'라는 이름은 오직 모세에게만 계시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브라함을 포함한 족장들이 알고 있던 이름은 '엘'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족장들은 메소포타미아에 있을 때 '다른 신들'을 섬겼다. 가나안 땅에서 그들은 가나안의 최고 신 '엘'을 만나 그를 받아들여 오직 부분적으로 그리고 이름만 받아들여 그에게 다른 모든 신과 구별되고 그들보다 뛰어난 속성을 부여했다. 그러므로 이 신은 '엘 올람'(영원한 하느님), '엘 엘르욘'(지극히 높은 하느님), '엘 샤다이'(산지[山地]의 하느님), '엘 로이'(이상[異像]의 하느님) 등이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아브라함의 신은 영원성·초월성·권능·지식을 소유했다. 이것은 유일신교가 아니라 진정한 보편주의를 기초로 하는 일신숭배(많은 신 가운데 한 신을 숭배하는 것)였다.

아브라함의 위상

아브라함의 신은 개인과 직접적인 관계를 지닌 개인 신이기도 했지만, 가족 신 나아가 부족 신이기도 했다. 그 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이 된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이다. 이 혈육의 끈이 위대한 조상들을 가족 묘실, 즉 막벨라 굴에 묻은 뒤에도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장소는 오늘날 이슬람교 사원이 세워진 헤브론 '하람알칼릴'(친구의 성지)로 지금도 숭배되며, 그 모든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느님의 친구' 아브라함은 약속의 영원한 보관자였으며, 모리아 산에서 이사악 대신 드려진 숫양의 제사로 인(印)을 친 계약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쿠란>에서는 아브라함을 이슬람 신자를 말하는 '무슬림'으로 간주하면서, 아브라함이 그의 부인 하갈과 이스마엘을 메카에 남겨두었으며, 이후 이스마엘을 여러 번 찾았다는 내용으로 기록했다. <쿠란>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기독교의 성서에 기록된 사실과는 아버지의 이름이나 여정의 내용 등에서 차이가 많으나, 이슬람에서는 기독교의 아브라함과 동일 인물일 것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비교종교학에서는 족장 시대의 다양한 가계의 기억을 공유하는 근동지역 종교의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으면서, 아브라함을 신앙의 선조라고 주장하는 종교들을 '아브라함계 종교(Abrahamic religions)'라고 부르고 있다. 아브라함계 종교에는 유대교, 기독교, 가톨릭, 이슬람교, 바하이교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