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물

성물

다른 표기 언어 relic , 聖物

요약 종교에서 좁은 의미로는 성인의 유해, 넓은 의미로는 성인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가리키는 말.

성물(relic)
성물(relic)

주요종교에서도 그리스도교와 불교는 성물 숭상을 강조해왔는데, 여기서 말하는 그리스도교는 전적으로 가톨릭에 한정된다.

그리스도교의 성물 숭상은 그것이 성인의 영예를 높이는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성물 숭상에는 그로 인한 은총을 기대하는 면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리스도교에서 성물에 관한 최초의 언급은 병자를 치유하기 위해 바울로의 몸에서 손수건을 가져왔다는 이야기이다.

2세기에 씌어진 〈폴리캅의 순교 Martyrdom of Polycarp〉에 보면, 순교자 스미르나 주교의 유해는 "보석보다도 귀중하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리스도교 역사를 통해 성물 숭배는 그후로도 계속되었을 뿐 아니라 증가되었다. 일반적으로 중세시대에는 기적에 대한 기대가 늘어난 반면, 십자군 전쟁으로 동양의 성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들어옴에 따라 그것들이 과연 진정한 성물이고 윤리적으로 정당하게 획득된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위대한 로마 가톨릭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거룩하게 죽은 사람의 유해를 보존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성물 앞에서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키는 한에서 성물을 숭상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1563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규정했고 그후에도 계속해서 확증했던 것처럼 성물 숭상을 허용한다고 주장했고, 성물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금전수수 관행을 배제하기 위해 종규(宗規)를 마련했다.

그리스도교의 성물 가운데 가장 숭앙받는 것으로는 예수의 십자가(True Cross) 파편을 들 수 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성직복에 항상 성물이 부착되어 있지만 성물보다는 성화(聖畵)를 더욱 숭상했다.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들의 성물에 대한 입장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고, 지금까지 개신교에서는 성물 숭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도 그 창시자 및 성인들과 관련된 성물 숭상 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성물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재가한 적은 없다. 사실 이슬람교 신학자들은 성물을 숭상하고 그와 관련하여 성인의 무덤을 방문하는 관습은 예언자 마호메트가 순수하게 인간적이고 비신적인 속성을 유지했던 것과는 상충되며 마호메트가 우상을 숭배하거나 신 이외의 어떤 것을 섬기는 일체의 행위를 엄격하게 정죄한 것과 모순된다고 비판해왔다.

불교에서는 성물 숭배가 초기부터 종규로 확립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성물을 나누어달라는 요청에 따라, 석가모니의 사리(Sarῑra : 신체 성물)는 인도의 8개 부족에게 똑같이 분배되었다. 그리고 이 성물과 유해를 담았던 용기와 시신을 태운 장작더미의 재를 모아서 그 위에 사리탑을 쌓았다(탑파). 아소카 왕(BC 3세기)은 그 성물 가운데 일부를 그가 세운 여러 사리탑에 재분배했다고 전한다. 그러한 사리탑들은 많은 순례자가 찾아오는 중요한 성지가 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7개의 뼈(4개의 송곳니, 2개의 쇄골, 전두골)는 처음의 배분 때 제외되었는데, 이들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아시아 전체에 이들을 모시는 사원이 지어졌다.

이들 사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스리랑카의 칸디에 있는 '이의 신전'(Temple of the Tooth)에 있는 왼쪽 송곳니이다. 다른 사람들도 석가모니의 지팡이나 보시 주발 같은 소지품을 간수했다고 한다. 특히 보시 주발은 낭만적인 순례의 전통과 관련되어 있고, 시대에 따라 페샤와르 또는 스리랑카에 있다고도 전해져왔다.

그밖에 위대한 불교 성인과 영웅의 유해나 물건들도 숭배되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조심스럽게 보존된 죽은 사제왕(달라이 라마)들의 시신에 대해 예불을 올리는데, 그들은 생시에는 천상적 존재의 화신인 관세음보살로 여겨졌다. 불교의 성물 숭배의 1차적 목적은 신앙의 증진과 정신적 공덕의 획득이었지만, 성물과 그것이 놓여 있는 장소 주변에는 기적과 관련된 민간전설이 형성되어왔다.

힌두교에서는 신적 존재의 형상이 대중의 신앙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리스도교·이슬람교·불교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성물 숭배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은 2가지 사실 때문인 것 같다. 즉 힌두교는 다른 세 종교와 달리 창시자가 없다는 점과 힌두교는 육체적·역사적 존재의 세계를 궁극적으로는 환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힌두교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영웅 혹은 성인들의 유해나 소지품이 특별한 영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