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물

서부물

다른 표기 언어 western , 西部物

요약 대개 1850년대부터 19세기말까지의 미국 서부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영화, 텔레비전·라디오 프로그램 등의 독자적인 한 장르.

원래는 미국의 창작물이지만, 아르헨티나의 가우초 문학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일부 문화매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르가 발견된다.

20세기초에서 중반에 가장 큰 인기를 누렸으나 그뒤로 약간 쇠퇴했다. 서부물은 미국의 미시시피 강 서부지방, 특히 대평원과 남서지방에 있는 광대한 평원과 험한 고원 및 산악지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지역은 남북전쟁(1861~65) 이후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백인 정착지역으로 개발되었지만, 당시 대평원의 인디언들은 백인 이주자들과 미국 기병대에게 조금씩 정복당해 토지의 대부분을 빼앗기고 있었다.

백인 개척자들과 인디언들 사이의 충돌은 서부물의 기본 주제의 하나를 이룬다. 방목업과 광산업이 도시의 발전을 재촉하면서 서부물의 장르에서 주요 등장인물인 시보안관과 연방보안관이 그 개척지에 필요한 법 집행과 치안을 담당했다. 특히 그당시를 재현한 후기 작품들에서는 빌리 더 키드나 제시 제임스와 같은 악명 높은 무법자, 와일드 빌 히콕이나 와이엇 어프 등의 보안관 등 역사상 서부지방에 실재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했다.

서부물은 특히 영화 분야에서 수준 높은 형태의 예술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문학에서 서부소설은 남북전쟁 바로 전에 백인들이 서부지방으로 이주하면서 나온 초기의 모험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미국문학). 서부지방의 평원에 사는 주민과 정찰대원, 들소 사냥꾼 및 덫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는 동부지방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다. 초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소설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대평원 The Prairie〉(1827)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예술성은 매우 높지만 뒤의 소설들에 비해 짜임새는 별로 없었다. 서부지방의 모험이야기들이 누리는 인기에 편승한 초기 작가로는 네드 번틀라인이라는 필명의 E.Z.C. 저드슨이 있다. '값싼 소설의 아버지'로 알려진 그는 수십 편의 서부소설을 썼다.

가장 많이 읽힌 작품으로는 이전에 카우보이이며 정부 정찰대원이었던 유진 맨러브 로즈가 쓴 〈아르카디아의 브랜스퍼드 Bransford in Arcadia〉(1914)를 꼽을 수 있다. 앤디 애덤스는 소설 〈어느 카우보이의 여행기 Log of a Cowboy〉(1903)에서 자신이 경험한 많은 사건들을 썼다. 가장 많은 서부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작가는 〈붉은 샐비어 기수들 Riders of the Purple Sage〉(1912)로 유명해진 오하이오 주의 치과의사 제인 그레이이다.

그레이는 모두 80편이 넘는 소설을 썼는데, 그중 많은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서부단편소설들이 있다. 한때 카우보이였던 A.H. 루이스(1858경~1914)는 〈늙은 목동 Old Cattleman〉을 비롯한 일련의 통속소설을 썼다. 스티븐 크레인은 〈신부가 옐로 스카이로 온다 The Bride Comes to Yellow Sky〉(1898)라는 희극소설을 썼으며, 콘래드 리크터는 옛 남서지방에 관한 많은 장·단편 소설들을 썼다.

어니스트 헤이콕스(1899~1950)와 80편이 넘는 서부소설을 쓴 전직 애리조나 순찰대원 W.M. 레인, 사실적인 세부묘사에 뛰어나 많은 독자들에게 실제로 카우보이 생활을 한 것으로 오해받은 작가 B.M. 보어 등의 작가가 있다.

초기의 장·단편 서부소설들은 주로 이 장르의 작품들을 발표하기 위해 발간된 〈에이스 하이 웨스턴 스토리스 Ace-High Western stories〉·〈더블 액션 웨스턴 Double Action Western〉 등의 저속한 잡지에 실렸다. 몇몇 서부물 잡지들은 20세기 후반에도 계속 발행되었다.

서부영화는 에드윈 S. 포터의 〈대열차 강도 The Great Train Robbery〉(1903)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뒤 많은 영화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D.W. 그리피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몇 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서부영화들을 잇따라 제작했다. 1920~40년대에 제작된 수백 편의 서부영화는 대부분 통상적인 줄거리에 약간의 변화만을 준 제작비가 적게 든 영화들이었다. 그러나 제임스 크루즈의 〈포장마차 The Covered Wagon〉(1923)나 존 포드의 〈철마 The Iron Horse〉(1924) 같은 대작 서부영화나 서사적 서부영화가 갈수록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영화는 저명한 스타들을 기용하고 많은 경비와 현대적인 제작방법을 사용했다. 음대(音帶)에 대사를 삽입하는 최초의 서사적 서부영화는 래올 월시의 〈대로 The Big Trail〉(1930)였다. 초기의 다른 서사적 서부영화로는 〈시머론 Cimarron〉(1931), 〈데스트리, 다시 말타다 Destry Rides Again〉(1939), 존 포드의 〈역마차 Stagecoach〉(1939) 등이 있다.

〈역마차〉에서 주연을 맡은 존 웨인은 그뒤 많은 서부영화의 대표적인 주연급 배우가 되었다. 처음에는 진 오트리, 나중에는 로이 로저스가 유행시킨 '노래하는 카우보이'는 1930년대말과 1940~50년대에 제작된 몇몇 서부영화의 색다른 특징이었다. 1940~50년대에 제작된 서사적 서부영화로는 존 포드의 〈내 사랑 클레멘타인 My Darling Clementine〉(1946), 하워드 호크스의 〈붉은 강 Red River〉(1948), 마이클 커티즈의 〈샌타페이 가도 Santa Fe Trail〉(1940), 윌리엄 웰먼의 〈옥스보 사건 The Ox-Bow Incident〉(1943), 킹 비도의 〈백주의 결투 Duel in the Sun〉(1946) 등이 있다.

1950년대에는 다양한 주제들을 섬세한 극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다룬 새로운 형식의 매우 중후한 서부영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영화 중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헨리 킹의 〈총잡이 The Gunfighter〉(1950), 앤소니 맨의 〈윈체스터 73 Wincester 73〉(1950)·〈래러미에서 온 사나이 The Man From Laramie〉(1955), 프레트 진네만의 〈하이 눈 High Noon〉(1952), 프리츠 랭의 〈악당 란초 Rancho Notorious〉(1952), 조지 스티븐스의 〈셰인 Shane〉(1953), 니콜러스 레이의 〈조니 기타 Johnny Guitar〉(1954), 새뮤얼 풀러의 〈화살의 비행 Run of the Arrow〉(1956), 윌리엄 와일러의 〈빅 컨트리 The Big Country〉(1958), 하워드 호크스의 〈리오 브라보 Rio Bravo〉(1959) 등이 있다.

이 후기의 서부영화들은 보안관과 무법자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던 전통 양식에서 벗어나 주인공들을 복잡하고 실수가 많은 사람들로 묘사했다.

인간의 심리와 동기 부여에 대한 강조는 1960년대에 들어와서도 말론 브랜도의 〈애꾸눈 잭스 One-Eyed Jacks〉(1961), 포드의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1962), 샘 페킨파의 〈Ride the High Country〉(1962) 등의 영화에서 계속되었지만, 페킨파의 〈The Wild Bunch〉(1969)에서처럼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새로운 경향도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의 영화로는 포드의 〈샤이엔족의 가을 Cheyenne Autumn〉(1964), 아서 펜의 〈작은 거인 Little Big Man〉(1970) 등이 있다. 웨인이 마지막 영화 〈총잡이 The Shootist〉(1976)에 출연할 무렵 영화를 통해 옛 서부지방의 신화들을 파헤쳐보려던 과거의 시도들이 결국은 서부영화의 진실성과 타당성을 모두 잃게 했던 것처럼 서사적 서부영화도 명백히 생명을 다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캣 밸로 Cat Ballou〉(1965)·〈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1969)·〈불타는 안장 Blazing Saddles〉(1974) 등 몇 편의 매우 유쾌한 서부영화를 낳았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제작한 비용이 적게 든 서부영화들이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세르조 레오네는 이러한 영화들을 만든 주요감독이었으며, 〈한줌의 돈 A Fistful of Dollars〉(1964)·〈선한 사람, 악한 사람, 그리고 추악한 사람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7)에 주연배우로 출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무법자 조지 웨일스 The Outlaw Josey Wales〉(1976)·〈패일 라이더 Pale Rider〉(1986) 등 근래에 새롭게 제작된 몇 편의 유명한 서부영화를 감독하기도 하고,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 미국에서는 거의 서부영화가 제작되지 않았다.

또한 서부물은 라디오 매체가 전성기를 누리던 1930~40년대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연속물로 방송되기도 했다. 라디오 연속 서부극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론 레인저'라는 이름의 신비에 싸인 보안관이 주연으로 등장한 〈외로운 레인저 The Lone Ranger〉와 극서부지방을 배경으로 한 〈죽음의 계곡의 나날 Death Valley Days〉이 있다.

텔레비전에서도 일찍이 서부극을 방영했다. 〈건스모크 Gunsmoke〉·〈보난자 Bonanza〉 등 장수 연속물들과 6편의 연속물들은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에 걸쳐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지만 그후로는 인기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