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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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장식이나 실용적 목적을 위해 벽에 바르는 종이.

벽지(wallpaper)
벽지(wallpaper)

스텐실로 찍거나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설화적인 내용을 담거나 추상적인 도안이 된 긴 종이로 만들어진다.

벽지는 15세기 후반 유럽에 종이 제조법이 들어온 이후 빠르게 발달했다. 중국인이 벽지를 발명했다고는 하나 벽지가 유럽에 나타나기 전에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썼다는 증거는 없다. 잉글랜드와 프랑스에서 나타난 최초의 벽지는 손으로 칠하거나 형판으로 박은 것이다. 17세기 동안 장식 기법에는 목판 인쇄와 털 부스러기 입히기도 포함되었는데, 털 부스러기 입히기란 비교적 천천히 마르는 접착제나 니스로 도안을 그려놓은 종이 위에 양털 가루나 금속 가루를 뿌리는 과정을 말한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털 부스러기를 입힌 벽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잉글랜드의 우스터에 있는 것으로 1680년 무렵에 만든 것이다(실내장식).털 부스러기를 입힌 작품과 같은 시대의 것으로, 채색한 중국 종이가 있는데 17세기말에 처음으로 유럽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인도 종이라고 알려진 중국 종이는 특히 유럽 시장을 겨냥해서 생산되었다. 낱장들을 벽에 나란히 붙일 때 되풀이되거나 반복되는 모양이 사라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벽지 하나와 다른 하나 사이에 미세한 차이를 두어서 독특한 재질을 나타내게 했는데 이 특성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식각판이나 목판에 손이나 스텐실로 그림을 그려 제작한 유럽의 복사품들은 보통 원본보다 질이 떨어졌다. 중국 종이 원본은 아름답고 값이 비쌌기 때문에 많은 수가 보존되었고, 훌륭한 원본들이 노스요크셔의 노스텔 수도원과 베드퍼드셔의 워번 대수도원에 소장되어 있다. 18세기 동안 벽지 제조업은 초기 제작자들의 기대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발달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벽지는 태피스트리(무늬를 넣은 양탄자), 채색한 천, 가죽, 나무판의 대용물로 여겨져왔는데 초기 벽지는 값이 비싼 벽 가리개들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매우 솜씨있게 흉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높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뒤에 나온 도안들은 예술적 기법을 도입하여 벽지 자체에 포함된 고유한 장식적 기능성을 표현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에서는 새롭고도 다양한 양식들, 즉 사라사 무명천의 형태, 수자직(繡子織) 바탕, 줄무늬 등을 쓸 수 있게 되었고 기술 향상으로 벽지를 더욱 널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785년에 크리스토프 필립 오베르캄프가 벽지를 인쇄하는 기계를 처음으로 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이 로베르가 두루마리 종이를 제조하는 과정을 고안해냈다.

프랑스의 도안과 제작 기술은 매우 우수했는데, 장 바티스트 레베용이 털 부스러기를 입힌 종이와 수성도료를 칠한 종이를 만들고, 조제프 뒤푸르가 물결 모양의 장식을 만든 19세기 초반 동안 절정에 이르렀다. 이 무렵 프랑스 벽지는 풍경 도안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몰딩·기둥·주두(柱頭) 같은 건축 형태를 모방한 것과 설화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 도안도 사용했다.

잉글랜드 벽지의 생산과 도안의 향상은 19세기 중엽에 절정에 이르렀다.

1840년에 최초로 랭커셔의 한 인쇄업체에서 벽지를 인쇄하는 기계를 고안했을 뿐 아니라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과 미술공예운동으로 인해 벽지 도안에 혁명이 일어났다. 1862년에 처음 나타난 모리스의 벽지 도안은 단순하고 양식화한 자연주의 유형과 풍부하고 억제된 색이 그 특징을 이루었다. 바로 1860년대에 즈음해서 모리스의 작품과 월터 크레인의 진보적 도안은 이 시기까지도 보다 전통적인 취향을 고집하며, 고딕 양식과 로코코 양식으로 벽재를 도안한 A. W. N. 퓨진, 오언 존스, 제임스 헌팅턴의 작품과 공존했다.

다음 100년 동안은 벽지 산업에서 향상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50, 1960년대에는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벽지 도안과 제조에 큰 발전이 있었다. 도안가들이 사진 요판술과 고속 기법으로 벽지를 꾸밀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과정이 전통적인 스크린 인쇄와 목판법을 대신하여 개발되었다. 벽지 산업은 벽지 도안에서 현대적 추세를 따르면서, 종이의 생산에 있어서도 윌리엄 모리스의 원래 도안을 복사하는 수준에서 시각예술의 최근 유행을 반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수준을 향상시켰다.

벽지의 내구성과 보존도를 높이는 문제는 플라스틱으로 코팅하는 방법이 사용되면서 개선되었다(포토그라비어 인쇄).

한국에서는 대개 벽의 벽선·중방·하방 등 이음새 부분에 종이를 가늘게 잘라 바른 다음 초배를 하고, 벽지를 바른다. 벽지는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주로 사용했으며, 벽지를 사용할 수 없는 집에서는 붓글씨 연습종이나 책장을 뜯어서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 종류가 다양해져 모조지, 양지(洋紙)에 다양한 무늬를 넣은 것, 천을 염색 가공한 것, 직접 벽에 바르기 위해 짠 벽포(壁布) 등이 사용되고 있다. 점차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실내장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벽지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