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법치주의

다른 표기 언어 legalism , 法治主義

요약 국가는 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는 주의.
legalism rule of law라고도 함.

목차

접기
  1. 의의
  2. 법치주의 사상의 전개
  3. 내용
  4. 한국의 법치주의

의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는 반드시 의회가 제정한 법률로 하여야 하고, 행정은 이러한 법률을 전제로 하여 그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재판도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법치주의가 '법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고 할 때 그 법은 2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적극적으로는 국가권력발동의 근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소극적으로는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법이 국가권력발동의 근거로서 기능한다는 의미에서, 법치주의는 전제군주국가나 전체주의 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법이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한다는 의미에서의 법치주의는 자유주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치주의는 후자의 의미에 보다 더 비중이 두어지고 있다. 즉 근대 입헌주의의 이념적 기초가 되는 법치주의의 전통적인 원리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률로 행정을 규제함으로써 그 자의를 막으려는 데에 근본취지가 있었다.

법치주의 사상의 전개

독일을 발상지로 하는 법치주의는 영미법상 법의 지배와 그 이념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 개념이 완전히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법치주의가 국가의 구조에 관한 정치적인 형식원리를 뜻하는 데 반해 법의 지배는 국가의 구조적인 면을 떠나서 인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작용의 지침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유·평등·정의의 실현을 그 내용으로 하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멀리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국가철학에까지 거슬러올라갈 수 있으나, 법치주의 사상의 발전에 가장 큰 사상적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18세기 중엽부터 칸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이상주의 국가철학이었다.

칸트는 그의 이성철학에 입각해서 이성국가에서는 국가의 목적이 오로지 인간의 자유·평등·자결을 보장하기 위한 이성법의 실현에 있기 때문에 국가활동은 이 국가목적의 한계 내에서만 허용되고 국가활동도 마땅히 이 이성법의 귀속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뒤이어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초까지는 법치주의의 개념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미 초기 자유주의 사상이 꽃을 피웠고, 그에 따라 입헌주의가 유럽 여러 나라의 정치현실에서 헌법국가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1829년 R. V. 몰에 의해서 처음으로 법치주의가 국법학의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그후 바이마르 공화국에 들어와서도 법치주의는 여전히 법치행정, 사법적 권리구제, 국가의 배상책임 등이 법치주의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개념상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러한 법치주의의 개념이 재정립되었다. 왜냐하면 나치 정권을 경험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법치주의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법치주의를 법률주의와 동일시하거나 법치주의를 단순히 비정치적인 영역의 행정기술상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법치주의의 실질적 내용이 강조되고, 외형적인 법률질서적 장식보다는 법률의 내용이나 목적을 중요시하고 인간생활의 기초가 되는 자유·평등·정의의 실현을 법치국가적 질서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해하는, 이른바 실질적 법치주의가 현대 국가의 중요한 기본원리로 된 것이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행정과 재판이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적합하도록 행해질 것을 요청할 뿐 법률의 목적이나 내용을 문제로 삼지 않는 형식적 합법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치주의에 대한 치명적인 위기를 의미하는 독재체제가 출현하자 법률을 개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수단에서 억압의 수단으로 악용하게 되었다. 이때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률을 도구로 이용한 합법적 지배를 의미할 뿐이었다.

오늘날에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의하거나 그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뿐만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에 합치하는 정당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실질적 법치주의란 법적 안정성 유지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이라든가 실질적 평등과 같은 정의의 실천을 내용으로 하는 법에 의한 통치의 원리를 말한다. 실질적 법치주의가 확립되려면 최소한 국민이 참여하는 행정통제와 사법적 권리구제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

내용

법치주의는 국가활동을 법 우선의 원칙에 입각해서 형성, 조절함으로써 자유·평등·정의를 실현시키려는 국가의 구조적 원리를 뜻한다. 따라서 국가작용이 명확성·특정성·가측성·예측가능성·객관성·안정성 등의 절차적·형식적 요건을 지켜야만 한다. 국가작용을 이처럼 절차와 형식면에서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게 하는 법 우선의 원칙은 법치주의의 중요한 절차적·형식적 내용이 된다.

그러나 법 우선의 원칙은 국가작용의 모든 부문을 빠짐 없이 법제화할 것을 요구한다기보다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국가작용의 행동지침을 그 내용으로 한다.

첫째, 국가생활에서 지켜져야 할 행동지침을 법제화하는 것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국한시키되 일단 법제화하는 경우에는 헌법에 나타난 인간의 존엄성, 자유·평등·정의 등의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존중하고, 위헌적 요소가 법제화 과정에 스며들지 않도록 헌법과 법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 둘째, 법치행정으로 일단 법제화된 국가생활의 영역은 언제나 평등의 정신에 따라 편파됨이 없이 법률에 근거를 둔 합법적인 국가작용을 할 것이 요구된다. 셋째, 효과적인 권리구제의 보장이다.

위헌적·위법적인 국가작용은 물론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의해서 발생하는 국민의 권리침해 또는 재산상손해에 대해서도 이를 구제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권리구제제도를 그 불가결의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이다. 넷째, 신뢰의 보호 및 소급입법의 금지이다. 신뢰보호의 정신에 따라 법률의 소급효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와 관련해서 죄형법정주의 내지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법제화하는 것도 법치주의가 요구하는 내용이다. 다섯째, 과잉금지의 원칙이다. 국가작용의 한계로서의 과잉금지나 비례의 원칙도 법치주의의 원칙에서 나오는 당연한 결과다. 즉 과잉금지 또는 비례의 원칙은 사항의 합당성, 방법의 적당성, 필요한 최소침해성, 수인(受忍)의 기대가능성 등이 국가작용에서 지켜질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법치주의

현행 헌법에는 법치주의에 관한 직접적인 명문규정이 없지만 여러 헌법조항에서 이미 보아온 법치주의의 구성요소와 그 구현방법이 규정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헌법은 성문헌법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기본권 보장을 선언하고 있으며, 권력분립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위헌법률심사제를 채택하고 있고, 행정부에 대한 포괄적 위임입법을 금지하고 있으며, 행정의 법률적합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독립적 지위를 가진 법원이 행정행위의 합헌성(合憲性)과 합법률성을 심사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모든 국가권력행사의 주체와 권력행사의 방법 및 그 범위가 성문법규로 규정되어야만 국민도 그 권력행사에 관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에 행정권과 사법권에 대한 규정을 두어 국가작용의 발동에 관한 예측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한국의 헌법은 법치주의 원칙을 광범위하게 채택하고 있지만, 국가가 위기나 비상사태에 처한 경우에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법치주의가 제한적으로 적용될 뿐이다.

헌법은 국가가 위기나 비상사태에 처할 경우에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비상조치계엄선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 법치주의의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사태 아래에서 법치주의 적용의 제한도 극히 한정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하고, 그것도 헌법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