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법의학은 법치국가에 존재하는 응용의학으로 의학의 모든 분과가 대상이 된다.

서유럽에서는 1249년 이탈리아의 외과의사 후고 V. 루카가 재판관의 명령으로 법의감정(法醫鑑定)을 행한 것이 시초이다. 1532년 카롤리나 형법전에는 의사에 관계된 재판에 의사의 입회가 규정되고 있다. 1575년 프랑스 외과의 앙브루아즈 파레가 최초로 법의학에 관한 저서를 펴냈다. 그리고 1598년 이탈리아의 포르투나투스 피델리스가 최초로 체계적인 발표를 했다고 전해진다.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이르러 유럽에서 다수의 법의학자가 배출되었고 법의학은 전문과학으로 독립해 발달하고 있다.

법의학의 연구·검사의 대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생체(生體)이다. 자(子)의 인지청구사건에서의 친자감별, 강간·임신·분만·낙태 등의 생체검사, 피해자의 상처부위, 성상(性狀) 정도의 판정 및 흉기의 종류·용법에서 범행 상황의 추측, 때로는 질병을 사칭하는지의 여부 등을 보기도 한다(독물학). 현재와 범행 당시의 피의자의 정신상태나 각종 능력을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정신의학).

둘째, 사체(死體)이다.

여기에는 사체의 외표로부터의 검사로 병사·변사 여부를 명확하게 하는 검시(檢屍)와 해부로 사인 등을 밝히는 부검(剖檢 autopsy)이 있다(부검). 해부검사에는 행정해부와 사법해부가 있는데, 행정해부는 수중사체, 수면제·가스 등에 의한 자살 및 재해사의 사체, 의사의 진료중에 있지 않은 환자의 사체 등에 행해진다. 사법해부는 범죄 내지 그 의심이 있는 사체에 대해 검찰청이나 사법경찰관의 감정촉탁, 재판소에 의한 감정명령에 따라 행해진다.

해부검사에 의해 사인, 상처와 상처를 입은 시기, 병변(病變), 흉기의 종류와 용법, 사후경과시간, 혈액형, 약물사용 유무와 용법 등을 밝혀낸다(병리학). 최근에는 형사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분쟁에서도 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즉 교통사고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해명, 병변을 합병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한 역할과 그 정도의 판정이 요구된다. 의료와의 관계에서는 의료사고에 의한 사망과 과실에 의한 의료과오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행위와 사망 사이에 의학상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영아사체에는 생산(生産)·사산(死産)의 식별 및 성숙도, 생존능력의 유무 등의 판정이 필요하게 되며 사후변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성별·연령·개인식별 등이 문제가 된다.

셋째, 물체이다.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볼 수 있다. 피해자 또는 피의자 등 인체에서 나오는 분비물, 착의(着衣) 또는 이로부터 유래하는 것, 중독의 원인이 된 약품류, 지문·족문·족적 등 기타의 물건 등이다.

넷째, 각종 서류이다. 수사기관에서의 조서나 의사가 쓴 차트·진단서 등으로부터 사건발생 당시의 피해자의 상태를 추정하거나 감정서, 기타 자료를 가지고 재감정을 행하기도 한다.

다섯째, 현장이다.

범죄현장이나 사고재해현장의 검색에 의해 사건의 양태가 한층 명확해진다. 사체가 있던 상황으로부터 자살·타살을 식별해내고 사망일시를 추정하며,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어 갔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그결과 범죄나 재해사례의 해명뿐만 아니라 이를 방지하는 데에도 유효한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