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

민족문학

다른 표기 언어 民族文學

요약 한 민족이나 한 나라 국민이 생산한 문학.

서유럽에서 국민문학이라는 개념이 근대적인 민족 또는 국가의 형성과 함께 자각되기 시작한 반면, 한국에서는 근대적 민족국가의 수립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민족분단의 비극을 경험하면서 민족 자주성의 회복과 통일된 근대국가의 수립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으며, 그에 걸맞게 문학을 비롯한 제반 문화운동에서도 민족적 과제와 근대문학의 수립문제가 첨예하게 인식되었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 속에서 양적인 국민문학 개념이 그다지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전민족의 역사적 과제를 내포하는 문학의 독자적인 이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민족문학의 개념은 이렇듯 한국민족의 독자적인 문학이념으로 제기·발전되기에 이르렀다.

한국문학사에서 민족문학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1920년대이지만 이때의 이론은 당시 강렬하게 제기되던 계급문학론에 반대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래서 진정한 민족의 역사적 과제와 결부되지 못하고 복고주의적·정신주의적 성격을 그려냄으로써 올바른 문학이념으로 정립되지 못했다.

이 무렵 한국민족의 역사적 과제와 문학운동을 올바르게 결합시키려 한 것은 오히려 계급문학론과 그에 입각한 프롤레타리아 문학(프로 문학)운동이었으나, 이 역시 사회주의 운동의 국제주의적 성격에 치우쳐 한국민족의 특수성에 맞는 올바른 문학이념으로 정립되지 못하고 1930년대 이후 객관적 사정이 악화되고 프로 문학운동이 퇴조하자 사라졌다.

그뒤 자기반성과 한층 과학적인 모습을 갖춘 민족문학론이 8·15해방 직후에 조직된 조선문학가동맹의 문학이념으로 제기되었다.

임화가 중심이 된 이 민족문학론은 제국주의와 봉건적 잔재의 청산을 통해 한국민족의 근대적 민주주의 개혁과 진정한 민족문학의 수립을 과제로 삼았다. 이처럼 민족문학론은 한국문학사 전개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차원에서 전개되었고, 나아가 양자를 민족문학 이념 속에 포함시키는 과학적인 수준에 접근했다. 그러나 이들의 민족문학론은 조국의 분단과 함께 남북한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해졌다.

한편 이 시기에 보수주의 문학의 입장에서도 민족문학론을 제기했으나, 복고주의와 추상적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데 머물렀고 조선문학가동맹의 민족문학론이 외적 힘에 의해 쇠퇴하자 지속되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민족문학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이다. 6·25전쟁과 민족분단으로 황폐화되었던 한국문단은 4·19혁명 이후 역사적 생명력을 회복해나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1960년대 참여문학론, 소박한 차원의 민중문학론, 농민문학론, 시민문학론, 리얼리즘 문학론 등을 거쳐서 1970년대에 높은 수준의 문학이념으로서의 민족문학론으로 종합되었다.

백철·김병걸·구중서·임헌영·김용직·염무웅 등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서 백낙청이 이를 체계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찍이 시민문학론을 제기했던 백낙청은 1974년 〈월간중앙〉 7월호에 〈민족문학 이념의 신전개〉를 발표하여 그 이전까지 산발적으로 전개되었던 민족문학론을 체계화하여 이념적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그는 〈민족문학의 현단계〉(창작과 비평, 1975. 봄호)에서 민족문학 발전의 현재적 수준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으며, 민족문학 이념의 역사적·현실적 근거와 구체적인 규정을 제시하고 그것이 그때그때의 구체적인 정세에 의해서 규정되는 역사적인 개념임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한국민족의 위기적 상황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민족분단이고, 민족분단의 극복과 이를 위한 민주주의의 성취를 민족문학의 현단계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해방과 민족문화운동〉(창작과 비평, 1978. 겨울호)·〈제3세계와 민중문학〉(창작과 비평, 1979. 가을호) 등에서는 제3세계 민족문화운동의 하나로서 민족문학운동이 지니는 세계사적 선진성과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해방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밝힘으로써 민족문학의 이념을 확고하게 다져나갔다(〈창작과 비평〉).

1970년대에 어느 정도 체계화된 민족문학론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계급론적 시각이 대두됨에 따라 변화를 겪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과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 그리고 변혁의 주체에 대한 성찰이 심화됨에 따라 문학운동에서도 그러한 사회과학적 인식에 발맞추어 민족문학 이념의 과학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어났다. 결국 1980년대 민족문학론은 민중문학론 또는 사회주의문학론과의 교섭을 통해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각기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족문학의 이념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민족문학이 진보적 문학운동의 이념으로 발전해온 과정에는 1970년대 이래 민족문학적 시각에서 한국문학의 역사를 재조명한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 통사적(通史的)인 정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연구에 의해 한국문학의 민족문학적 발전과정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민족문학의 근대적 전환이 반제·반봉건 의식이 뚜렷한 애국계몽기에 시작되었으며,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었던 1945년, 민족분단이 확정된 1953년, 새로운 민족적 자각과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된 4·19혁명이 일어났던 1960년 등을 기점으로 민족문학 역시 새로운 단계를 이루면서 발전해왔다. 1990년대의 민족문학은 민족분단의 극복과 사회의 진정한 민주적 변혁을 과제로 삼고 민족사의 현실문제를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적 실천을 방법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