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음계주의

반음계주의

다른 표기 언어 chromaticism , 反音階主義

요약 온음계의 7개 음에 5개의 반음을 삽입하여 사용하는 것.

선율에 색채감을 주고 화성에 표현력을 더하기 위해 온음계 또는 선법에는 없는 음들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음악에서는 4음 중 반음이 2개인 4음 음계 테트라코드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였다. 그후 유럽에서는 '반음계적'이라는 말은 7음 음계로 이루어진 온음계나 선법을 보충하는 음들을 지칭했는데 이것은 기본음계의 구성음들에 대해 '반음'관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 음계는 온음계의 온음들에 새로 반음들이 추가됨으로써 전체가 12개의 반음으로 구성된다.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에서는 반음계주의는 반음의 사용을 허용한 무지카 픽타와 관련된다(당시 교회 선법에서는 대체로 반음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음). 16세기와 17세기초, 특히 이탈리아의 세속음악과 영국의 마드리갈에서는 표현력을 강조하고자 반음계주의를 빈번히 사용했으며 더이상 전통적인 선법에 얽매이지 않았다(→ 무자카 픽타).

16세기는 고대 그리스에 몰두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고대음악의 반음계적 특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소위 '모노디 혁명'이라 불리는 당시 음악 양식의 개혁은 반음계주의와 관련된 일련의 발전을 주도했고, 그 결과 17세기 중반에는 장·단조 온음계의 기초가 되는 이른바 기능화성(functional harmony)이 서양음악을 구성하는 기본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반음계주의를 기능화성에 적용시키면 순간적인 표현력뿐 아니라 광범위한 조바꿈(modulation)을 할 수 있다.

고전주의 작곡가(예를 들면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The Creation〉의 도입부 〈혼돈의 묘사 The Representation of Chaos〉)들과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극적 묘사나 생생한 회화적 묘사를 위해 반음계주의가 갖고 있는 표현력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6세기에 반음계주의가 선법과 상충되었던 것처럼, 19세기에 음악은 점차 지나치게 반음계주의에 의존하게 되어 기능화성 자체의 존립이 위태롭게 되기에 이르렀다. 바그너의 일부 작품에서는 이미 반음계주의가 지나치게 사용되어 조성감을 즉각 파악하기 어렵게 되었고, 세자르 프랑크와 막스 레거 등 바그너파 작곡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음의 안정성보다 반음계주의적 화음들에 의한 조성의 모호성을 더 중시하기에 이르렀다. 20세기초 아르놀트 쇤베르크를 비롯한 일부 작곡가들은 장·단조 음계 대신 어떤 음표도 특별히 중시되지 않은(음들 간의 위계구조가 없는) 12음음악을 선호했다.

한편 온음계와 반음계를 자유롭게 구사한 작곡가들로는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