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화

목판화

다른 표기 언어 woodcut , 木版畵

요약 나무판에 새긴 그림을 채색하여 천이나 종이에 옮겨 찍는 기법 또는 그 작품.

5세기부터 중국에서 직물을 장식하는 수단으로 이용된 이 기법은 부조의 양각으로 무늬를 찍는 가장 오래된 방법의 하나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화는 중국 당나라 때 간행된 〈금강반야바라밀경 金剛般若波羅蜜經〉(868, 영국 영국박물관 소장)의 변상도(變相圖)이다. 이는 종이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달이 앞서 있던 중국에서 목판화 기법 역시 유럽에 비해 앞서 발달했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14세기초부터 직물에 목판화를 찍는 방법이 알려졌지만, 14세기말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종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까지는 이 기법이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헤로데 앞의 그리스도 Christ Before Herod〉(영국박물관 소장)를 비롯해 윤곽선이 굵고 음영이 거의 없는 몇몇 목판은 1400년 무렵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지만, 제작연도가 확정된 유럽 최초의 목판은 독일의 장크트크리스토프출판사가 1423년에 만든 것이다.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 및 보헤미아에서 15세기초에 처음 만든 성화와 트럼프는 목판으로 찍었고, 활판을 이용한 인쇄술이 개발되자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에서도 목판 삽화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16세기에는 알브레히트 뒤러와 그의 제자들인 루카스 크라나흐 및 한스 홀바인의 작품에서 검은 선으로 나타내는 목판화가 그 절정에 달했다.

네덜란드의 뤼카스 반 레이덴과 이탈리아의 야코포 데 바르바리 및 도메니코 캄파뇰라는 뒤러와 마찬가지로 동판화가였지만 목판화도 제작했다. 목판술은 값싸게 삽화를 만드는 수단으로 17세기에 널리 쓰였지만, 주요화가 중에 이 기법을 채택한 사람은 없었다. 19세기초에는 목판 인그레이빙이 목판화를 완전히 대신하게 되었는데, 목판 인그레이빙은 목판보다 더 쉽고 정확하게 그림과 조각을 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에 사진제판술이 개발되자, 목판 인그레이빙도 인기를 잃었다.

거의 같은 무렵 주요화가들은 목판화의 잠재된 표현기법을 개발했다. 옛날부터 목판화에 사용된 나무는 결이 고운 경질목재였지만, 노르웨이의 미술가 에드바르트 뭉크는 그대신 연질목재를 채택했고,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은 나무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새로운 색조와 질감을 얻었다.

독일에서는 목판이 표현주의자들의 중요한 표현수단이 되었는데, 이들은 중세 목판화의 생명력에서 영감을 얻어 그들이 원하는 강렬한 효과를 얻기 위해 나무를 끌로 파내 거칠게 잘라냈다. 미국에서는 1920, 1930년대에 록웰 켄트의 삽화와 공공사업 진흥국에서 일한 미술가들을 통하여 목판화의 중요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시 콘과 레너드 배스킨, 캐롤 서머스가 미국의 목판화 기법을 더욱 발전시켰다.

목판화는 일본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16, 17세기에 일본에서는 우키요에[浮世繪]라는 풍속화 양식이 부각되었다(우키요에).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목판화는 값싼 우키요에 그림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편리하고 실용적인 수단이 되었다.

우키요에 목판화를 창안한 사람은 히시카와 모로노부[菱川師宣 : 1618~94]로, 통속문학에 삽입된 그의 삽화는 당장 성공을 거두었다. 우키요에의 특수한 한 갈래는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한 '스리모노'[刷物]라는 소형 판화였다. 이 그림에는 대개 시가 적혀 있었고, 금가루나 은가루로 장식한 특수 종이에 찍어냈다.

18세기에 우키요에는 호쿠사이[北笑] 히로시게[廣重]의 풍경화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19세기말에는 많은 우키요에 목판화가 서양으로 전해져 현대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에 이르러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 히라쓰카 운이치[平塚運一], 마에카와 센판[前川千帆], 온치 고시로[恩地孝四郞] 같은 일본 판화의 거장들이 목판화 기법을 부흥시켰다.

한국의 목판화

한국에 판화의 원리가 도입된 것은 7세기 후반 불인 등이 사용되면서부터였으며, 이 기법이 종교화에 도입되면서 판화의 시초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목판화 중 가장 오래된 예는 1007년(고려 목종 10)에 제작된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인다라니경 一切如來心秘密全身舍利寶篋印陀羅尼經 책머리에 있는 변상도이다. 이후 고려 후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의 불화가 목판화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종교화는 조선시대의 목판화에서도 주종을 이루었는데, 불경의 변상도나 탱화 외에 〈삼강행실도 三綱行實圖〉·〈오륜행실도 五倫行實圖〉 등의 유교판화가 그 예다.

이밖에 〈일성록 日省錄〉·〈진찬의궤 進饌儀軌〉 등의 도서에도 목판화 기법을 이용한 많은 삽화가 실려 있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목판화의 도입은 6·25전쟁 이후인 1950년대 후반에 이루어졌다. 1958년에는 한국판화협회가 창설되었으며, 이후 1960, 1970년대를 거쳐 목판화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판화 활동이 전개되었다. 특히 1980년대초부터 이른바 '민중판화'라는 이름 아래 펼쳐진 목판화 운동은 특기할 만하다.

오윤·이철수·김봉근 등이 주축이 된 이들의 판화는 목판화가 지니는 간단명료한 선과 이미지의 압축으로 기층민중의 건강한 정서를 표출해왔다. 한편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김상구 등의 목판화 활동도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