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셴버그

그의 초기작품은 팝 아트 운동의 등장을 예고해준다. 그는 미국 해군에 복무하던 1942년 미술관으로 그림을 구경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미술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다. 1946년에 캔자스 시립 미술학교에서 처음으로 그림을 배웠고, 이듬해 파리의 쥘리앙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1948~50년 조지프 앨버스가 교수로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블랙마운틴대학과 뉴욕 시의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라우셴버그는 1950년대초에 처음으로 전시회를 가졌는데, 여기에 출품한 작품은 구겨진 신문지를 밑에 깔고 온통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표면을 칠한 연작이었다. 그뒤 그는 생활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 미술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다이즘과 입체파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 콜라주와 아상블라주 기법을 터득하고 코카콜라 병과 교통을 차단하는 바리케이드 및 새 인형 같은 3차원적 물체들을 뒤섞어서 그것을 '콤바인 회화'라고 불렀다.

이 시기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침대 The Bed〉(1955)는 그가 덮는 누비 이불과 베개에 페인트를 몇 겹씩 뚝뚝 떨어뜨려놓은 것이다. 〈모노그램 Monogram〉(1959)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봉제 인형인 앙고라 양의 허리에 타이어를 감은 것이다. 1955년 라우셴버그는 머스 커닝햄 무용단을 위해 처음에는 의상과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나중에는 기술 감독이 되었다. 또한 작곡가인 존 케이지와 공동으로 연극을 제작하기도 했다.

1950년대말부터 그는 신문과 잡지에 실린 사진을 그림에 이용하는 실험을 시작했고, 용해제를 사용하여 사진의 영상을 캔버스에 직접 옮기는 방법을 개발했다. 1962년경에는 사진의 영상을 좀더 커다란 캔버스에 옮기고 영상을 강화하는 한편 추상표현주의 양식의 붓놀림을 연상시키는 대담한 필치와 영상을 조직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앤디 워홀에게서 실크스크린 스텐슬 기법을 차용했다. 이 작품들은 미국 근대사와 대중문화를 주제로 다루었는데, 그 안에 묘사된 대상들의 세련된 구도와 공간 관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가 이 시기에 제작한 그림은 초기의 콤바인 회화보다 평면적인 미술이 되었다(예를 들면, 1963년 〈자전거 Bicycle〉).

1964년에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1등상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석판화를 비롯한 판화 기법에 몰두하여 많은 판화를 제작했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상업적인 인쇄 매체로부터 영상을 받아들였지만,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더 많이 의존하기 시작했다. 1981년에 〈라우셴버그 사진집 Rauschenberg Photographs〉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