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농민

다른 표기 언어 peasant , 農民

요약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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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존재형태
  2. 성격
  3. 농민층의 분해

농민은 기본적으로 가족노동을 기반으로 하여 자가소비를 일차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를 말하며, 농업경제의 측면에서 보면 가족을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를 결합하여 농업경영을 해 나가는 사람이다. 또한 가족을 기본단위로 하면서도 일정한 규모의 공동체(마을) 속에서 다양한 사회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농민은 국가사회에 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개인과는 구분되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농업기업가나 농장경영인(farmer)과도 구분된다.

존재형태

역사적으로 농민은 전체사회 속에서 특정한 생산관계에 편입되어 살아왔다. 즉 직접생산자로서의 농민은 노예제사회에서는 노예로, 봉건사회에서는 농노로 살아왔다. 물론 계급으로 나뉜 사회 속에서 보통 소규모 경지를 소유 내지는 보유하고 자급자족적 경영을 하는 농민층(독립자영농)이 있긴 했지만, 이러한 생산방식(소농경영양식)이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것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농민층도 그 사회의 지배계급이 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농민은 전체사회 또는 지배계급과의 특정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그에 따라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봉건사회에서는 농민은 자급자족경제의 틀 속에서 봉건지배층에게 지대를 납부하고 일정한 경제외적 강제 속에서 농업을 경영하였다. 봉건사회 내에서 상품화폐관계가 확대되고 자본주의화가 진전됨에 따라 농민의 성격도 점차 변해갔다. 그럼에도 농민은 자본주의적 계급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사회경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성격

농민은 가족을 기본단위로 하여 생산 및 생활(소비)을 영위한다. 농민가족은 가족노동력 구성의 특성에 따라 농업경영을 다양화해나갈 수 있으며, 또한 농업경영의 유지를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기도 한다.

농민가족의 형태는 해당 농업생산의 특징과 관련되며, 특히 농업생산의 공동성과 관련하여 확대가족의 형태를 취하기도 하고 또한 공동체 내에서 동족집단을 이루기도 한다. 이처럼 농민가족은 친족관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 들어간다. 그러나 농민의 사회적 관계는 일정한 공동체를 경계로 아주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한국에서는 자연부락(마을)을 그러한 공동체 단위로 볼 수 있다. 마을 내에서는 농민은 생산 및 생활의 공통성을 유지한다.

가족을 중심으로 소생산·소경영을 해나가고 있는 농민들은 생산수단(농구·농기계 등)의 유치함, 생산과정의 계절성으로 인한 노동력 수요의 일시적 집중, 일정한 내부적 노동분업 등으로 공동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마을 단위에서 품앗이두레 등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의 노동력조달로 공동작업을 하며, 마을 단위에서 작업일정이나 작업방식 등이 조정되기도 한다. 또한 농민은 개별 가족의 독립적인 생활의 기초 위에서 농가간에 각종 형태의 공동생활(협동생활)을 해 나간다.

결혼·장례, 기타 마을놀이 등에서 마을 단위 내에서 서로 돕는 방식이 이루어진다. 나아가 각종 조직 및 의례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려는 농민들의 노력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농민은 일정한 공동체 내에서는 긴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공동체 외부와의 관계는 시장과의 관련 및 정치적인 측면이 강하다. 가족을 기초로 공동체적인 삶을 영위하면서도 전체사회와의 관련을 맺는 농민은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다양한 조직관련을 갖는다. 농민들은 각종 노동조직을 비롯하여 기계작업조직·유통조직·수리조직 등 생산관련 조직들을 대개 마을 단위 내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여나가고, 각종 행정조직을 축으로 한 조직들에 의해 국가와 연결된다.

농민은 다양한 의례나 종교 등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은 상징체계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공동체 단위에서 보통 의례용 자금을 비축해둔다. 이러한 의례나 공동체적인 활동은 농민에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게 하고, 일정한 행동규율, 즉 어떤 일은 해서는 안 되고 어떤 일은 해도 된다는 것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체계들이 단순히 농민들을 현실에 고착시키지는 않는다. 이들 이념체계는 공동체와 전체사회를 연결시켜주기도 하며, 또 전체사회나 외부와 공동체 간의 긴장이 그 이념체계에 반영되기도 한다. 특히 현실사회의 모순구조와 관련하여 농민들의 의식은 현존 사회를 바꾸고 새로운 미래상을 만들려는 농민운동의 이념으로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즉 농민은 추곡수매가 인상, 소작료 인하, 농산물수입반대, 부당 세제의 개혁 등을 통해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려는 주체적인 노력을 하기도 한다.

농민층의 분해

농민이 지닌 이상과 같은 성격은 자본주의화가 진전되면서 변화한다. 먼저 자본주의화는 농업생산기반 및 생산체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농업 이외의 산업부문이 급속히 성장하고 많은 노동력이 결집되는 한편, 농촌의 수공업이 도시공업으로 이전됨에 따라 농업생산도 상품생산으로 전환된다.

자급자족을 위해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던 방식에서 몇 가지 작목을 선택하여 판매를 위해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식으로 변모한다. 이 과정에서 광범한 이농현상으로 노동력의 부족이 나타나고 그와 더불어 농업기계화가 진전되며, 농업생산은 자본주의하에 편입되어간다.

소생산자인 농민은 자본주의적인 상품화폐관계 속에 편입되면서 경지규모 및 고용·피고용 관계를 통해 볼 때 가족노동력으로는 감당하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경지를 지녀 항상 고용노동에 의존하는 부농, 가족노동력으로 적절한 경지를 보유하고 있는 중농, 충분한 경지를 갖고 있지 못하여 고용노동에 종사하는 빈농으로 분화된다. 물론 이러한 농민층의 분해는 내부적 차별화에 그칠 뿐만 아니라 많은 농민층이 도시의 노동자 및 다른 계급, 계층으로 분해되어간다. 그리하여 농민은 전체 사회구성에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농민들은 이러한 자본주의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자기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농민들은 더욱 전문적인 생산을 지향하거나 아니면 경종 뿐만 아니라 축산이나 원예 등과 같은 것을 함께 해 나가는 복합영농을 추진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농민들 사이에는 계층적 차이가 나타나고 부농과 빈농으로의 계층분화가 진전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전농민층이 몰락하는 가운데 농민층 내부의 미약한 분화가 나타난다. 전체사회에서 차지하는 농민의 계급적 위치는 점차 하강한다. 농업의 자본주의화에 따라 기존의 농민은 그 성격을 달리해가고 있다. 농민경영은 여전히 소경영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상품생산을 지향하며, 농민가족도 농업생산기반의 변화와 이농에 따라 단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