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노사관계

다른 표기 언어 勞使關係 동의어 노동자 사용자 관계, 산업관계, Industrial relations, 고용관계

요약 광의로는 산업사회에 있어서 사람과 조직체 사이에 형성되는 여러가지 관계를 말하지만, 보다 좁은 의미로는 그 관계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인 노동자와 사용자(혹은 경영자)의 사회관계.

그러나 노사관계라는 용어의 의미와 개념규정은 보편적인 합의가 성립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특히 노사관계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노사관계론은 새로운 학문체계로 성립되기에는 아직 역사가 짧다. 노사관계론은 노동법학, 사회정책학, 산업심리학, 경영학, 정치학 등의 여러 가지 학문을 바탕으로 다각적인 학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노사관계론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3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그 첫째는 노동자 계급의 지위향상과 산업민주주의의 발달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노동조합의 지위와 기능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 단체교섭제도가 널리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의 고용, 노동조건 등은 사용자나 경영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결과 노동조합의 승인, 조합보장, 단체교섭과 노사협의제, 노동협약, 노동쟁의, 노동조합 및 사용자 단체의 내부조직과 그 운영, 노사의 조직과 정치 등의 문제가 등장했고, 이것들을 산업사회의 다층화된 여러 계층과 이익 집단의 관계로서 분석할 필요가 생겼다.

둘째는 경영자의 우위 내지는 지배체제의 발전이다. 주식회사 제도의 발전에 따라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루어졌고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확보한 경영자의 우위가 인정되었다. 특히 대기업의 경영자는 자본가의 대리인이 아니라 자본가에 대해 우월한 입장에 서서 기업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 대기업의 경영은 고도의 지식, 기술, 경험, 지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담당하는 추세가 증대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고도산업 사회에서의 노사관계의 한쪽은 자본가가 아니라 경영자가 담당하게 되었다. 노동자측에서도 개개 노동자가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라 단체로서의 노동조합이 그 책임을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노사관계는 단순히 생산수단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착취하는 관계로 규정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세번째는 정부의 역할이 증대되었다는 것이다. 국민경제 내에서 정부가 담당하는 직접, 간접의 역할은 그 비중이 커지면서,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협의의 개념으로는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계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정부는 국민의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행정기관, 거대기업, 독점기업, 공익기업의 경영자로서 공무원, 지방공무원, 공공기업체의 사용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간섭은 전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다.

정부는 거대한 사용자임과 동시에, 노동에 관한 일반적인 행정과 입법을 통해 직접 통제하에 있는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와 나아가 민간부문 특히 비영리 기관의 노사관계에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볼 때 한 나라의 노사관계는 과거처럼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가 아니라 ① 노동자와 그 조직, ② 경영자와 그 조직, ③ 회사나 모든 노동사회에 관련하는 정부기관의 3그룹의 행위자로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일제강점기부터 8·15해방 이후에도 오랫동안 절대적·지배복종적 노사관계가 계속되어왔다.

해방 후 극도의 사회적 혼란, 낮은 생산수준, 방대한 실업자, 그리고 노동운동으로 인한 좌우익의 극한 대립으로 노사관계가 아주 열악한 상태였다. 1953년 노동조합법을 위시한 노동관계법이 제정되었으나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노사관계는 노동력 공급과잉, 수출지향적 성장제일주의, 정치사회면의 독재적·권위주의적 체제로 인한 지배복종적 관계로 일관되어왔다. 1971년말 '국가보위에 관한 임시조치법'으로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제약받아 노사관계에 있어 거의 사용자 독주의 시기가 다시 10년간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무권리상태는 임금상승의 최대한, 그리고 억제, 생산중단에 맞선 강압에 의한 산업평화조성이라는 정부의 노동정책, 그리고 그에 편승한 기업의 억압적 노무관리정책에 기인했다. 1980년말에 단행된 제5공화국의 노동관계법 개정은 이러한 정책노선을 견지하고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노사관계 개선요구를 더욱 억제했으며, 1987년 6·29선언 때까지 지속되었다.

6·29선언 이전의 노동자들은 경제성장의 성과에 대한 분배상의 불만, 정부 및 사용자의 전(前)시대적 노동억압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어 밑으로부터 심하게 저항했다(노동쟁의). 6·29선언 이후에는 노동조합이 폭발적으로 조직되었고, 노동조직의 확대, 노조의 강경한 투쟁, 임금의 획기적 인상, 기업 내의 각종 권위주의적 또는 차별대우적 노사관행이 시정되어 노사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

다만 너무나 짧은 시간 내에 노사간의 힘의 관계가 급속히 변화하여 과거의 오랜 구습·경험부족·인식부족 등으로 노사 양측 모두 상당한 일탈적 행동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사회전반의 민주화·자유화 물결과 함께 근대적인 노사관계의 정립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대세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지배복종적 노사관계를 동경하거나 그러한 시대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가진 일부 기업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정부도 대체로 과거의 개입·간섭적 노사관계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나 노사간의 마찰이 원만히 해결되도록 규칙의 제정자·감시자·조정자 역할에 머물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때때로 경제의 침체상을 회복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만을 편파적으로 보호하는 듯한 조치를 취하여 노동운동계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용자들도 대체로 새로운 노사관계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킨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지나치게 급진적인 운동이념이나 과도한 요구가 일반조합원이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점을 점차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용자의 책임있고 협조적인 자세만 있으면 협력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아직은 노사관계가 대결구도에서 협력구도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동조합 자체도 본격적으로 전개된 시기가 짧아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단체들도 이념상 온건·급진·중도 등으로 노선이 다양하며, 전환기적 현상으로 복잡한 내부적 재편과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그동안 기업별 노동조합(이하 노조) 조직을 바탕으로 기업별 단체교섭이 주축이 되면서 발전되어왔다. 기업별 노조형태는 잘못될 경우 소위 어용노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같이 집단 속에서 편안한 자신을 발견하는 집단주의적 성향과 전통적인 화(和) 사상, 유교적 전통 등이 있고, 기업이 과점적(寡占的) 형태를 취하고 있는 조건 속에서는 기업별 노조형태가 장점을 발휘하면서 성숙한 노사관계를 조성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주도적 역할은 사용자의 인식전환과 양보를 전제로 사용자측에서 담당해야 하며, 그렇게 될 때 노동조합도 사용자측과 협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