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상판석

교상판석

다른 표기 언어 敎相判釋

요약 중국에서 교상판석이 시작된 것은 남북조시대부터이며, 불교가 전래된 특성 때문에 확산되었다. 교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해왔던 인도와 달리 중국에서는 경론이 한꺼번에 소개되었고 여러 경전들 가운데서 서로 모순되는 가르침을 접하게 되자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해서 제시된 것이 교상판석의 방법이다. 이후 교판은 종파불교의 발달과 함께 각 종파의 소의경전이 갖는 우월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중국의 종파불교에서 발달된 교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천태종의 지의가 확립한 5시8교의 교판과, 법상종의 규기가 세운 3교8종의 교판, 화엄종의 법장이 세운 5교10종의 교판 및 종밀이 세운 5교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원효가 세운 4교판 등이 있다.

줄여서 교판(敎判)·교상(敎相)·판교(判敎)·교섭(敎攝)이라 한다.

교판은 중국불교의 특징적인 측면을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 교판이 시작된 것은 남북조시대부터이며, 이후 종파불교(宗派佛敎)의 발달과 함께 각 종파마다 소의경전(所依經典)을 중심으로 하는 교판체계를 제시하였다.

교판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불교의 중국 전래가 갖는 특성 때문이다. BC 6세기 무렵 석가모니(釋迦牟尼)를 교조로 하여 시작된 불교는 이후 부파불교(部派佛敎)·대승불교(大乘佛敎)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발전을 이룩하여왔다. 자연스러운 교리의 발달과정이 충분히 이해되고 있었던 인도에서는 따로 불교의 교리를 체계화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서력기원을 전후한 무렵부터 불교가 전래되기 시작하면서, 인도불교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 경론(經論)이 한꺼번에 소개되었다. 그리하여 불타가 설하였다고 하는 여러 경전들 가운데에서 서로 모순되는 가르침을 접하게 된 중국의 불교인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해서 제시된 것이 교상판석의 방법이다.

처음에는 불경의 체계적인 이해를 위하여 창출되었던 교판은 종파불교의 발달과 함께 각 종파의 소의경전이 갖는 우월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교판은 종파불교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중국의 종파불교에서 발달된 교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천태종(天台宗)의 지의(智顗)가 확립한 5시8교(五時八敎)의 교판과, 법상종(法相宗)의 규기(窺基)가 세운 3교8종(三敎八宗)의 교판, 화엄종(華嚴宗)의 법장(法藏)이 세운 5교10종(五敎十宗)의 교판 및 종밀(宗密)이 세운 5교판(五敎判)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원효(元曉)가 세운 4교판(四敎判) 등을 들 수 있다.

천태종의 지의가 확립한 5시8교의 교판은 다음과 같다. 5시(五時)란 석가모니가 설법한 시간적 순서에 따라 경전을 분류한 것으로서, ① 깨달음을 얻은 직후 21일 동안 〈화엄경 華嚴經〉을 설한 화엄시(華嚴時), ② 이후의 12년 동안 〈아함경 阿含經〉을 설한 아함시(阿含時), ③ 다시 8년 동안 〈유마경 維摩經〉·〈능가경 楞伽經〉·〈무량수경 無量壽經〉 등과 같은 방등부(方等部)의 경전들을 설한 방등시(方等時), ④ 뒤의 22년 동안 〈반야경 般若經〉을 설한 반야시(般若時), ⑤ 최후의 8년 동안 〈법화경 法華經〉을 설하고, 열반에 들기 직전에 〈열반경 涅槃經〉을 설한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를 말한다.

한편 8교(八敎)는 가르침의 방법에 따른 분류인 화의4교(化儀四敎)와 가르침의 성격에 따른 분류인 화법4교(化法四敎)로 이루어져 있다.

화의4교는 ① 돈교(頓敎), ② 점교(漸敎), ③ 비밀교(秘密敎), ④ 부정교(不定敎)를 말하며, 화법4교는 ① 장교(藏敎) 또는 소승교(小乘敎), ② 통교(通敎), ③ 별교(別敎), ④ 원교(圓敎)를 말한다. 8교는 다시 5시와 연결되어 있다. 화엄시는 돈교·비밀교·부정교·별교·원교를 포함하며, 아함시는 점교·비밀교·부정교·장교를 포함한다. 방등시는 점교·비밀교·부정교·장교·통교·별교·원교를 포함하며, 반야시는 점교·비밀교·부정교·통교·별교·원교를 포함한다.

법화열반시는 돈교나 점교도 아니고, 부정교나 비밀교도 아니며, 완전한 원교이다.

법상종의 규기가 세운 3교8종의 교판에서 3교(三敎)는 ① 〈아함경〉 등 소승의 가르침인 유교(有敎), ② 〈반야경〉과 삼론(三論)등의 가르침인 공교(空敎), ③ 〈화엄경〉·〈해심밀경〉·〈법화경〉 등의 가르침인 중도교(中道敎)를 말하며, 8종(八宗)이란 ①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 ② 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 ③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 ④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 ⑤ 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 ⑥ 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 ⑦ 승의개공종(勝義皆空宗), ⑧ 응리원실종(應理圓實宗)을 뜻한다.

화엄종의 법장이 세운 5교10종의 교판은 다음과 같다. 교상(敎相)에 따른 분류인 5교(五敎)는 ① 〈아함경〉 계통의 소승교(小乘敎), ② 〈해심밀경 解深密經〉 계통의 대승시교(大乘始敎), ③ 〈능가경〉과 〈승만경 勝鬘經〉 등의 여래장(如來藏)계 경전을 포함하는 대승종교(大乘終敎), ④ 〈유마경〉을 중심으로 하는 돈교(頓敎), ⑤ 〈화엄경〉을 포함하는 원교(圓敎)를 말한다.

그리고 종의(宗義)에 따른 분류인 10종(十宗)은 ① 아법구유종(我法俱有宗), ② 법유아무종(法有我無宗), ③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 ④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 ⑤ 속망진실종(俗妄眞實宗), ⑥ 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 ⑦ 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 ⑧ 진덕불공종(眞德不空宗), ⑨ 상상구절종(相想俱絶宗), ⑩ 원명구덕종(圓明具德宗)을 말한다.

5교와 10종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아법구유종에서 제법단명종까지의 6종은 소승교에 포함되며, 일체개공종은 대승시교에, 진덕불공종은 대승종교에 포함된다. 상상구절종은 돈교에 포함되며, 원명구덕종은 원교에 포함된다. 종밀의 5교판은 ① 삼세업보(三世業報)와 선악(善惡)의 인과(因果)를 가르치는 인천교(人天敎), ② 무아(無我)를 설하는 소승교(小乘敎), ③ 유식무경(唯識無境)을 설하는 유식학(唯識學)계통의 대승법상교(大乘法相敎), ④ 일체개공(一切皆空)을 설하는 중관학(中觀學)계통의 대승파상교(大乘破相敎), ⑤ 여래장·진여(眞如)를 설하는 일승현성교(一乘顯性敎)를 말한다.

표원(表員)의 〈화엄경문의요결문답 華嚴經文義要決問答〉에 인용되어 있는 내용에 따르면, 원효는 법공(法空)과 보법(普法)을 기준으로 하여 전체를 삼승(三乘)과 일승(一乘)으로 나누고, 다시 삼승을 별상교(別相敎)와 통교(通敎)로, 일승을 수분교(隨分敎)와 원만교(圓滿敎)로 나누는 4교판을 정립하였다.

① 삼승별교(三乘別敎)는 사제교(四諦敎)·연기경(緣起經) 등이고, ② 삼승통교(三乘通敎)는 반야교(般若敎)와 〈해심밀경〉 등이며, ③ 일승분교(一乘分敎)는 〈영락경 瓔珞經〉 및 〈범망경 梵網經〉 등이고, ④ 일승만교(一乘滿敎)는 〈화엄경〉과 보현교(普賢敎)를 말한다.

삼승이 함께 배우는 것을 삼승교라 하며, 그 가운데 아직 법공에 밝지 못한 것을 별상교라 하고 법공을 두루 설하는 것을 통교라 한다. 이승(二乘)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을 일승이라 하며, 그 가운데 아직 보법을 다 드러내지 않은 것을 수분교라 하고, 보법을 완전히 밝힌 것을 원만교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법공이란 객관적 세계가 불변의 실재로서 존재하지 않으며, 공(空)하다는 의미이고, 보법이란 모든 존재가 상입상시(相入相是)하는 것을 뜻한다.

원효의 사교판에서는 다른 교판과는 달리 〈영락경〉과 〈범망경〉 등 대승보살(大乘菩薩)의 실천윤리를 설하고 있는 경전을 〈반야경〉이나 〈해심밀경〉보다 위에 두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불교의 이론적인 측면과 더불어 실천적인 측면을 매우 중시하였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