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

오봉

다른 표기 언어 Obon , お盆
요약 테이블
위치 일본
행사시기 매년 8월 15일 무렵
장소 일본 전역
발생시기 7세기

요약 매년 8월 15일 무렵에 있는 일본의 전통 명절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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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2. 유래 및 역사
  3. 주요 행사
    1. 맞이하기
    2. 무카에비
    3. 봉오도리
    4. 보내기

개요

오봉
오봉

오봉(お盆)은 매년 8월 15일 무렵에 있는 일본의 전통 명절이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기간으로 일본 고유의 신도(神道) 신앙과 불교문화가 결합한 축제다. 전통적인 오봉 기간은 중국 중원절(中元節) 기간인 음력 7월 15일 무렵이다. 다만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 일본에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양력 8월 15일 전후로 바뀌었다.

오봉 기간은 지역마다 조금 차이가 있다. 도쿄(東京)·요코하마(橫濱)·시즈오카(靜岡) 등 일부 지역에서는 양력 7월 15일을 오봉으로 지낸다. 이를 7월봉(七月盆)이라 하며 오봉 전후의 주말을 오봉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양력 8월 15일 전후를 오봉 기간으로 본다. 이를 8월봉(八月盆)이라 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력 7월 15일 무렵을 오봉으로 지낼 경우 오래될 ‘구(舊)’를 써서 ‘큐봉(舊盆)’이라 한다. 오키나와(沖縄) 등의 일부 지역에서 큐봉을 지낸다.

조상의 영혼을 모시는 축제인 만큼 관련된 다양한 풍습이 있다. 오봉 기간 전부터 선조들의 영혼이 집으로 찾아올 수 있게끔 길을 다듬거나 제단을 정비한다. 또한, ‘맞이하는 불’인 ‘무카에비(迎え火)’를 켜 영혼이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집에 올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오봉이 끝날 때는 영혼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배웅하는 불’인 ‘오쿠리비(送り火)’를 피운다. 한국의 추석처럼 성묘하거나 사원 등에서 공양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 오봉 기간에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봉오도리(盆踊り)’ 등 다채로운 민속 행사도 진행된다.

유래 및 역사

오봉은 불교의 우란분회(盂蘭盆會)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란분회는 죽은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고 왕생을 기리는 불교의 영혼 천도 의식이다. 불교 경전인 <우란분경(盂蘭盆經)>에 근거한 의식으로 ‘우란분(盂蘭盆)’ 혹은 ‘우란분재(盂蘭盆齋)’라고도 한다. 같은 단어를 일본어로 하면 ‘우라봉(盂蘭盆)’과 ‘우라봉에(盂蘭盆齋)’가 된다. 오봉(お盆)의 봉(盆)은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일본어에서 봉(盆)은 그릇 혹은 조상의 영혼을 뜻한다.

막부 말기 오봉을 지내는 가족을 그린 그림
막부 말기 오봉을 지내는 가족을 그린 그림

<우란분경>은 효도에 관해 설파한 불교의 경전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목련존자(目連尊者)다. 그는 출가해 수행을 통해 육신통(六神通)각주1) 을 얻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죽은 어머니를 살펴보았다. 그의 어머니는 지옥에서 아귀(餓鬼)가 되어 거꾸로 매달린 채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목련은 탄식하며 음식을 가져갔지만, 어머니가 음식을 입에 넣으려 할 때마다 음식이 불타 사라져버렸다.

목련이 슬피 울며 부처님에게 청하자, 부처님은 어머니의 죄가 무거워 목련 혼자서는 구제할 수 없다며 음력 7월 15일에 공양을 하라고 일렀다. 음력 7월 15일은 승려들의 하안거(夏安居)각주2) 가 끝나는 날이자 스스로 잘못를 돌아보는 자자(自恣)가 열리는 날이다. 부처님은 승려들이 모두 모여 자자를 행할 때 백미오과(百味五果)를 공양하면 그 공덕으로 부모가 복락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백미오과란 백 가지 맛의 음식과 다섯 가지 과일을 뜻한다. 결국, 목련은 부처님의 말대로 공양해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제할 수 있었다. 이후 음력 7월 15일 백중(百中)날에 음식을 공양해 죽은 이를 구제하는 우란분회 풍습이 널리 퍼졌다.

일본에 우란분회가 전해진 것은 7세기 무렵이다. 처음에는 귀족들을 중심으로 시행되다 17세기 도쿠가와 시대(德川時代)에 무렵에는 민간에서도 흔히 행하는 풍습으로 자리잡았다. 현대 일본에서 오봉은 공식 휴일은 아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오봉 전후로 휴일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거리에서는 지역마다 오봉과 관련된 행사들이 열린다.

주요 행사

맞이하기

오봉 무렵이 되면 일본 사람들은 영혼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오봉이 있는 달의 1일은 ‘솥뚜껑 초하루’라는 뜻인 ‘마부타츠이타치(釜蓋朔日)’로 불린다. 이른바 지옥의 솥뚜껑이 열리는 날로, 이날부터 영혼들이 땅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성묘하거나 조상님 맞이를 준비한다. 그중 하나는 ‘봉미치츠쿠리(盆路つくり)’로, 산과 강에서 마을까지 풀을 잘라 정령이나 영혼들이 지날 수 있게 길을 닦는 것이다. 이 길은 ‘쇼료미치(精靈路)’라 부른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 시기에 연못이나 강과 같은 물이 있는 곳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오봉
오봉

가정에서는 조상이나 죽은 이의 영혼을 맞이할 제단을 마련한다. 제단은 ‘본다나(盆棚)’라 하며 일반적으로 대나무 틀을 사용해 만든다. 제단을 만들고 나면 주로 앞마당 등에 문을 향해 놓는다. 영혼이 문을 통해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오봉이 시작하기 전 꽃을 꺾어 묘와 제단에 바치는 행사도 진행한다.

오봉 기간이 되면 영혼을 맞이하기 위해 불단이나 묘소에 등(燈)을 매단다. 묘소에는 흰색과 붉은색으로 만든 등을 달며, 고인이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 맞는 오봉인 ‘하츠봉(初盆)’일 경우에는 흰색 등만 사용한다. 하츠봉에는 대개 스님을 불러 독경하고 함께 식사하며 오봉 기간 내내 제단에 식사를 올린다.

무카에비

무카에비(迎え火)는 영혼이나 정령을 ‘맞이하는 불’이다. 8월 15일이 오봉인 지역이라면 13일 이른 저녁부터 무카에비를 올린다. 영혼들은 이 불을 보고 집을 찾아온다고 한다. 불을 피우는 장소는 지역과 개인에 따라 다르다. 주로 묘소나 길가, 바닷가, 집 앞 등에 피우며 묘에서 집까지 불을 들고 가는 경우도 있다.

시즈오카 현의 무카에비 행사
시즈오카 현의 무카에비 행사

무카에비를 피운 후에는 대개 제단에 공양물을 올린다. 지역에 따라서는 ‘루스마이리(留守参り)’를 하는 경우도 있다. 루스마이리는 ‘부재중 참배’라는 뜻이다. 부재중 참배란 고인의 영혼이 자리를 비운 사이, 무덤에 가서 풀을 깎거나 청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별개로 오봉 기간에 조상의 묘나 유골을 모신 사찰에 찾아가 돌보는 것은 ‘하카마이리(墓參り)’라 한다.

봉오도리

봉오도리(盆踊り)는 다 함께 춤을 추는 행사다. 8월 15일이 오봉인 지역이라면 대개 16일 밤에 열린다. 여름 축제의 절정으로 사찰이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춘다. 저승에서 돌아온 망자들이 이승에서 기쁨에 겨워 추는 춤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대부분 사찰 경내에서 이뤄지는 종교적 의식이었지만 현대에는 일종의 거리 행사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등에서 주로 열리며 노점 등을 초청해 음식을 함께 즐기는 지역 축제로 행해지기도 한다. 먼 곳에서 살다 오봉 기간에 고향에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어 각 지역 출신이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가 된다. 신흥 주거 지역에서는 귀향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지방의 오봉 기간을 피해 봉오도리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봉오도리
봉오도리

봉오도리는 지역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오봉 행사다. 도쿠시마현(德島県)의 ‘아와오도리(阿波踊り)’는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 규모의 봉오도리로 유명하다. 아와오도리 행사에는 매년 130만 명 정도의 인파가 몰린다. 남자의 경우 전통의상인 핫피(半被)나 유카타(浴衣)를 입고 추는 두 종류가 있다. 모두 버선(たび)을 신으며 동작이 크고 해학적인 것이 특징이다. 여성은 나막신인 게다(下駄)를 신고 우아한 동작의 춤을 춘다. 도쿠시마현의 아와오도리와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열리는 ‘니시모나이의 봉오도리(西馬音内の盆踊)’, 기후현(岐阜県)의 ‘군죠오도리’(郡上おどり)’를 일본의 3대 봉오도리라 한다.

아와오도리에서 춤추는 여성들
아와오도리에서 춤추는 여성들
아와오도리
아와오도리
보내기

오봉이 끝나는 날에는 조상의 영혼을 돌려보내는 의식을 한다. 대표적인 것은 ‘배웅하는 불’인 ‘오쿠리비(送り火)’다. 오봉이 8월 15일인 곳이라면 16일에 재단을 정리하는 한편, 맞이하는 불(무카에비)을 피웠던 곳에 배웅하는 불(오쿠리비)을 피워 영혼을 배웅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15일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고잔오쿠리비
고잔오쿠리비

오쿠리비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교토의 ‘고잔오쿠리비(五山送り火)’다. 고잔오쿠리비는 매년 8월 16일 진행되는 전통 행사다. 다섯 개의 산의 정상 부분을 깎아 거대한 글자를 만들어 불태우는 것으로 ‘대문자오쿠리비(大文字の送り火)’라고도 한다. 다섯 개의 산에서 전부 불이 올라오면, 그 불이 죽은 사람의 영혼(お精霊)을 저승으로 인도한다고 여긴다. 고잔오쿠리비는 저녁 8시 시작해 5분 간격으로 점화한다. 불은 ‘대(大), 묘(妙)·법(法), 주(舟), 대(大)’의 순서로 맨 마지막에 ‘토리(鳥居) 모양의 불’이 붙는다. 토리는 신사(神社) 입구에 세운 기둥 문이다. 묘와 법은 실제로는 다른 산에서 피우지만 한 쌍으로 간주하며 점화도 동시에 일어난다.

도로나가시
도로나가시

오쿠리비와 함께 강에서는 ‘도로나가시(灯籠流し)’가 열린다. 도로나가시는 죽은 영혼을 안내하는 등불과 공양물을 바다나 강에 흘려보내는 행사다.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죽은 영혼이 산이나 강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도로나가시는 여름 축제나 불꽃놀이 등과 합동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후쿠시마나 요코하마, 교토 등 일부 지역에서 열리며 지역마다 시기는 다르다. 특별한 추모 행사에서 도로나가시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수질 오염 문제로 금지하는 지역도 있으며, 최근에는 행사 이후 강 하류나 해안에서 등불을 모아 회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