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아

맹아

[ sprout ]

여러해살이 뿌리를 갖는 풀이나 목본식물의 눈이 발아하는 것으로 움싹이라고도 한다. 맹아 발생에 앞서 저온을 필요로 하는 종류들이 많다. 목본식물의 경우 줄기가 잘리거나 불에 타는 등의 교란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특히 나무의 지상부 줄기가 잘리거나 불에 타서 제거될 경우 남아 있는 뿌리나 줄기에서 새싹 줄기가 돋아나 자라는 데 이를 맹아 줄기라고 한다. 맹아가 발생한 나무들은 한 뿌리에서 지상부에 여러 줄기들이 함께 자란다.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에서 맹아로 재생중인 식생. 대부분의 목본이 맹아로 재생하고 있다. 소나무는 식재한 것이다. 산불피해지역은 식물의 맹아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재생하는 힘을 갖고 있다. (출처 :한국식물학회, 이규송)

목차

맹아의 정의

여러해살이 풀이나 나무의 뿌리 부위의 눈이 발아해서 새로운 줄기들이 추가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움싹이라고도 한다. 맹아라는 단어는 보통 풀보다는 목본에 대하여 사용한다. 나무의 지상부 줄기가 잘리거나 불에 타서 제거될 경우 남아 있는 뿌리나 줄기에서 새싹 줄기가 돋아나 자라는 데 이를 맹아 줄기라고 한다. 맹아가 발생한 나무들은 지상부에 여러 줄기들이 함께 자라는 모습을 가진다. 맹아로 형성된 개체들은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라메트들로 일종의 클론군이다.1)

강릉지역 소나무림에서 산불이 난 당해년도에 재생한 참나무의 맹아. (출처:한국식물학회, 이규송)

단일체 식물과 모둠체 식물

종자에서 발아해서 독립적으로 생장해서 다른 것들과 독립성이 유지되는 냉이소나무와 같은 식물은 단일체 식물(unitary plant)이다. 단일체 식물은 형태, 발육, 생장 및 수명이 확정적이다. 즉, 유성생식으로 발생한 식물 개체가 유전적으로 유일무이한 식물이 된다.1) 이에 비해 모둠체 식물(modular plant)은 일정 단위의 클론들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생장하는 속성을 가진다. 즉, 무성생식을 통하여 일정 클론들을 추가하거나 단절되거나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식물은 형태와 수명을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1) 모둠체 식물은 동일한 유전체를 갖는 클론군의 총합을 의미하는 제네트(genet)와 무성생식으로 추가된 개체인 라메트(ramet)로 개체의 개념을 구분한다. 라메트들의 집합을 보통 클론군이라고 한다. 자연계에는 단일체 식물보다 모둠체 식물이 훨씬 많다.

맹아의 형성은 무성생식의 한 수단이고, 맹아를 형성할 수 있는 식물들은 모둠체 식물에 속한다. 맹아줄기들은 클론군이다.

맹아림

원시림이나 성숙림이 자연재해나 인간에 의한 간섭으로 인한 교란 이후에 재생한 숲을 2차림이라 한다. 이러한 2차림의 재생에 맹아 형성능력이나 움싹 재생 능력을 가진 모둠체 식물들이 큰 기여를 한다.2)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역에서 조사한 사례에 따르면 산불피해지역의 식물들의 재생은 종자재생 전략보다 맹아재생의 일종인 그루터기 움싹재생이나 영양기관 움싹재생이 우세하였다. 종자재생 전략은 4–5% 미만이었다. 산불피해지역에서 숲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등의 대부분의 활엽수들이 산불 이후에 왕성한 맹아재생을 보여주었다.2)

1996년에 큰 산불이 있었던 고성 산불피해지역의 대부분은 조림으로 복원을 하였지만 장기생태연구를 위하여 일부지역을 자연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이 지역은 굴참나무와 신갈나무의 맹아림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인간의 간섭과 전란으로 황폐화되었다가 회복된 2차림들이 많다. 특히 6.25 동란은 우리나라의 높은 산지까지 훼손하였다. 백두대간의 숲을 거닐다보면 숲 전체에 지상부 줄기들이 여러 개가 뭉쳐서 자라는 맹아림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연재해이든, 인위적 교란이든 숲의 재생에 맹아재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곰솔-동백나무림에서 맹아재생하고 있는 동백나무의 모습. (출처 :한국식물학회, 이규송)

맹아의 자가솎음질

맹아능력을 가진 목본 줄기가 잘리거나 사망을 하면 매우 많은 맹아 줄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숲에서 교란 초기에는 매우 많은 맹아줄기들을 갖는 개체들이 자란다. 여러 종의 맹아 개체들이 자라는 숲에서는 공간, 빛, 수분, 양분에 대한 종간 경쟁, 종내 경쟁 그리고 맹아줄기들 간에 벌어지는 개체내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숲이 발달함에 따라 동일한 뿌리줄기에서 나온 맹아 줄기 개체간에는 공간과 빛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그 결과로 교란 이후의 천이 진행에 따라서 맹아줄기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어 일부 줄기들만 큰 키를 갖는 줄기로 자란다. 이와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체를 구성하는 맹아줄기간의 경쟁으로 인한 줄기의 감소를 자가솎음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산불피해지나 벌목지와 같은 교란지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림이나 성숙림에서도 일어난다. 실제로 수령이 높은 백두대간의 점봉산 신갈나무림에서도 맹아들의 자가솎음질이 관찰되고 있는데, 신갈나무림에서 맹아줄기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당단풍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점봉산 신갈나무 성숙림의 당단풍. 이 숲에서 당단풍 맹아들은 자가솎음질로 점차 당단풍의 개체당 줄기 수가 줄어들고 있다. (출처 :한국식물학회, 이규송)

참고문헌

1. 강혜순 등 (2016) 생태학 제 9판. 라이프사이언스
2. 강호정 등 (2004) 생태복원공학. 라이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