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부동

유전자 부동

[ Gene drift ]

유전자 부동은 병목현상(Bottleneck effect)이라고도 부르며, 특히 개체수가 적은 소집단에서 돌연변이나 자연선택의 결과가 없이도 자연재해 등의 우연한 사건에 의해 개체군 안에서 유전자 빈도에 변화가 일어나 집단의 유전자 풀(pool)이 단순해지는 진화의 한 기작이다. 미생물 집단에서 유전자 부동은 임의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자 부동이 일어나면 유리한 돌연변이 또는 해로운 돌연변이를 집단 내에 유지되고 이를 고정시킬 수 있다. 이러한 집단은 다시 유전자 부동이 일어나게 되면 다른 집단으로 변화되며 진화하게 된다.

그림 1. 유전자부동의 개념. 유전자 부동은 환경변화에 의해 우연하게 유전자의 빈도수가 단순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제작: 박우준/고려대)

목차

미생물학에서의 유전자 부동 의미

미생물은 진화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많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세균 유전체의 다양성은 돌연변이, 자연선택, 유전자 부동 등의 결과로 나타난다1). 진핵생물에서의 유전자 밀도(gene density: 유전체에서 유전자를 가지는 비율)와 달리 세균의 경우 유전체의 크기는 유전자 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진핵 생물에서는 많은 유전체의 부분들이 유전자발현 전사조절 및 신호전달 등에 사용되어 유전체의 크기와 유전자의 수가 비례하지 않지만 원핵생물에서는 대체적으로 유전자의 크기가 크면 유전자수가 많다. 진화 과정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자연선택에 의해 유지되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손실된다. 즉,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는 보존되고 이득을 주지 않는 유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게 된다. 미생물 유전자 부동의 정도는 얼마나 많은 유전자들이 잘 유지될 지를 결정하게 한다. 유전자 부동의 경우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을 따르게 되는데, 이는 큰 집단에서 우연히 뽑은 표본의 평균이 처음 집단에 가깝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유전체의 크기(genome size) 또는 개체군의 크기(population size)가 크면 클수록 유전자 부동에 의한 영향은 적지만 유전체 크기와 개체군의 크기가 작은 경우 유전자 부동으로 인한 변화의 영향이 크다. 집단 내에서 유전자풀이 무작위적으로 변화되어 단순해지는 것을 유전자 부동이라고 한다. 표본 오차가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집단의 크기가 작을 때 표본 오차에 의한 유전형질 발현빈도의 변화가 다음 세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부동에 의한 진화는 병목 효과(bottleneck effect)나 창시자 효과(founder effect)에서 잘 관찰된다(그림 2).

그림 2. 병목효과 또는 창시자효과를 통한 유전자 풀의 변화 (제작: 박우준/고려대)

미생물의 유전자 부동 측정

자연선택이 특정 환경에서 유리한 유전자 또는 개체가 선택되어 유지되는 것과 달리 유전자 부동은 선택적이 아닌 우연히 일어나는 결과로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집단에 환경변화에 불리한 유전자도 축적될 수 있다. 미생물 유전체의 크기와 유전자 밀도는 유전체 염기서열을 통해 쉽게 측정 가능하지만 유전자 부동의 측정은 그렇게 쉽지 않다.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일어난 기능 유전자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염기서열이 하나 바뀌는 돌연변이(비동의치환, nonsynonymous substitution)의 경우 종종 치명적이기 때문에, 아미노산 치환이 되지 않는 동의치환(synonymous substitution 또는 silent mutation) 비율 보다 덜 발견된다. 비동의치환의 비율을 Ka라고 하고 동의치환의 비율을 Ks라고 했을 때 Ka/Ks 비율은 일반적으로 1보다 훨씬 적다. 1보다 큰 경우 개체에 이로운 돌연변이가 일어난 경우이다. 개체군의 수 또는 유전체의 크기가 적은 상태에서 유전자 부동이 많이 일어났다고 하면, Ka/Ks 비율이 처음 집단 또는 유전체와 같지 않고, 달라지게 된다. 유전자 부동에 의하여 돌연변이의 비율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부동의 결과 Ka/Ks 비율이 조금 더 증가하게 된다. 즉 유전자 부동에 의한 우연히 일어난 선택에서 비동의치환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Ka가 이로운 자연선택 때문에 더 증가될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은 특정유전자 하나에 국한되지, 유전체 전체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유전체가 크기가 작은 경우와 유전자 부동의 수준과는 긍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유전자 부동의 생태적 의미

높은 음성적 선택(negative section 또는 purifying selection)을 가지게 되면 Ka/Ks 비율이 적어지게 된다. 유전자 부동의 결과 곤충 등에 존재하는 많은 절대 내부 공생세균의 경우 아주 작은 유전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생물의 경우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아주 적은 수준의 유전자부동을 겪게 된다. 따라서 Ka/Ks 비율이 아주 낮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작은 집단에서 유전자부동의 효과는 매우 크다. 일반적으로 기주에서 병원균의 감염은 아주 작은 집단의 크기로 시작한다. 병원균의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은 병원균이 기주에서 병을 일으키고 살아남는데 매우 중요하다2). 자연선택, 돌연변이, 유전자부동이 이들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일으킨다. 이들 요인간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복잡하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 여러가지 모델을 통하여 대부분 자연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병원균의 생존과 달리, 기주의 환경 및 다양한 변화에 따른 유전자 부동이 때로는 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되어진다2).

관련용어

유전자 발현, 원핵생물, 진핵생물, 미생물학, 돌연변이, 미생물, 유전자, 유전체, 병원균, 진화, 공생균, 감염, 병목효과, 창시자효과, 자연선택, 동의치환, 비동의치환

집필

박우준/고려대학교

감수

이하나/고려대학교

참고문헌

1. Kuo, C-H., Moran, N.A., and Ochman, H. 2009. The consequence of genetic drift for bacterial genome complexity. Genome Res. 19, 1450–1454.
2. Kennedy, D.A. and Dwyer, G. 2018. Effects of multiple sources of genetic drift on pathogen variation within hosts. PLoS Biol. 16, e200444. doi: 10.1371/journal.pbio.2004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