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

상동

[ homology ]

상동성(homology)은 그리스어의 homos (same, 같은)와 logos (relation, 관계) 두 단어의 조합에서 유래된 말이다. 생물학에서 상동성이란 진화 과정에서 형태적, 분자적 형질이나 유전자, 단백질 서열이 보존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보존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를 통해 공통 조상의 형질이나 서열 중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을 말하며 상동성의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종간의 진화적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히스톤 H1 단백질의 종간 서열 상동성 (출처: )

목차

분자적 상동성

유전학에서 상동(성)은 단백질이나 그것을 코딩하는 유전자 서열의 유사성을 의미한다. 형태학적 구조의 상동성과 마찬가지로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서열 상동성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발산(divergence) 진화를 통해 나타난 것이며, 공통 조상에서 유래하지 않았지만 수렴(convergence) 진화를 통해 나타난 서열상의 유사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두 DNA가 종 분화 또는 복제로 인해 공통 조상을 갖는 경우 각각을 'ortholog'와 'paralog'라고 한다. 단백질이나 DNA의 상동성은 일반적으로 서열의 유사성으로 판단하며 유사성이 높은 것은 두 서열이 공통 조상의 발산 진화와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다중서열정렬(multiple sequence alignment, MSA)은 세 개 이상의 서열의 어느 영역이 상동인지를 나타내기 위해 수행된다.

  • Ortholog: 종 분화 과정에서 진화적으로 공통 조상을 갖는 유전자이며 서로 다른 종간의 상동 유전자를 말한다.
  • Paralog: 동일 종 내에서 유전자의 중복(duplication)을 거치며 발산 진화를 통해 획득한 상동 유전자를 말한다.

또한, 수평적유전자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 HGT)을 통해 이종의 유전자가 들어온 뒤 발산 진화를 통해 획득한 상동 유전자를 'Xenolog'라고 한다. Ortholog의 대표적인 예로 모든 생물체에 필수적인 리보좀RNA (rRNA), 시토크롬 c (cytochrome c), 티오레독신(thioredoxin, Trx)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paralog의 대표적인 예로는 호메오상자(homeobox), 헤모글로빈(hemoglobin), 미오글로빈(myoglobin) 유전자군이 있으며 이들은 유전자 중복 과정 후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 독립적인 변화를 통해 다른 유전자 형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Paralog 유전자는 유전 정보의 큰 변화가 없이 유사한 단백질을 코딩하고 하나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 나머지가 보상 작용을 하여 개체 수준에서의 기능 상실을 막을 수 있다.

형태적 상동성

발생학이나 진화학적으로 비교 대상 생물들 간에 기관(organ) 등이 형태학적으로 보존된 특징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상동(성)이라고 한다. 진화적으로 유연관계가 가까울 수록 상동성을 많이 보인다. 형태적 상동성의 대표적인 예로 박쥐의 날개, 영장류의 팔, 고래의 지느러미를 들 수 있다. 각 기관은 형태가 유사하거나 동일한 기능을 갖지 않지만 유전적으로는 마지막 공통 조상의 동일한 구조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상동 기관으로 간주된다. 이들의 골격 구조를 보면 많은 골격 요소들과 전체적인 연결 형태가 상동성을 띔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확장하면 양서류, 조류, 파충류, 포유류의 앞다리도 모두 상동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지류 동물의 네 다리가 공통조상으로부터 유래한 형태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생 생물학 연구를 통해 배아발생(embryogenesis) 단계에서 동일한 조직(tissue)으로부터 상동성 구조를 구별할 수 있게 한다. 뱀의 성체에는 다리가 없지만 초기 배아에는 뒷다리에 해당하는 다리 돌기(limb bud)가 있으며 배아가 발달하면서 사라진다. 이 사실은 백악기에 서식한 뱀의 조상 화석에서 엉덩이뼈, 넓적다리뼈, 다리뼈, 다리로 이루어진 사지(tetrapod) 형태가 발견되면서 명확해졌다.

또한, 분자생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도 형태학적 상동성을 나타내는 기작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지류의 척추동물 간에는 분자적 상동성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체내의 앞과 뒤를 조절하는 호메오상자(homeobox)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유사하며, 생성된 앞다리 돌기의 생장이 공통적으로 소닉헤지호그(Sonic hedgehog)와 뼈형성 단백질(Bone Morphogenetic Protein) 신호전달체계에 의하여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상동성과 상사성(analog, analogy)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상동성과 달리 상사성은 형태나 기능적으로 유사하지만 가장 가까운 공통 조상이 동일하지 않고 발생과정에서 형태나 기관이 형성되는 분자생물학적 기작과 연관 신호전달체계의 유사성도 낮다. 예를 들어, 박쥐와 조류의 날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지류 전체를 고려할 때는 상동 형질이지만, 가장 가까운 조상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상동성의 중요한 기준인 공통 조상 공유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조상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이기 때문에 상사성 형질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상동성과 상사성은 종이나 형질을 어느 수준에서 비교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도롱뇽(120), 바다거북(121), 악어(122), 새(123), 박쥐(124), 고래(125), 두더쥐(126), 사람(127)의 팔골격 구조 비교 (출처: )

관련링크

수평적유전자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 HGT), 다중서열정렬(multiple sequence alignment, MSA), 티오레독신(thioredoxin, Trx), 리보좀, DNA, 유전자, 진화, 조류,

집필

김민규/한국원자력연구원

감수

최경희/원광대학교

참고문헌

  1. Koonin, E.V. 2005. Orthologs, paralogs, and evolutionary genomics. Annu. Rev. Genet. 39, 309–338.
  2. Wagner, G.P. 2014. Homology, genes, and evolutionary innova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pp. 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