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옥실산 회로

글리옥실산 회로

[ glyoxylate cycle ]

글리옥실산 회로는 시트르산 회로(TCA 회로; 크렙스회로)의 변형 회로로서 식물과 세균, 원생생물, 균류 등에 존재하는 동화(anabolic) 경로이다. 글리옥실산 회로에서 시트르산 회로와 차이가 나는 반응은 이소시트르산으로부터 숙신산과 글리옥실산이 생성되는 것과 아세틸-CoA 일부가 글리옥실산과 반응하여 말산이 생성되는 것이다. 글리옥실산 회로는 시트르산 회로의 탈탄산(decarboxylation) 반응을 우회하는 경로로서, 식물과 미생물이 아세트산으로부터 탄수화물을 합성하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경로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경우에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글리옥실산 회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글리옥실산 회로 (출처: modified from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lyoxylate_cycle.jpg)

목차

글리옥실산 회로의 기능

식물에서 글리옥실산 회로가 진행되는 장소는 글리옥시솜(glyoxysome)이라 불리우는 특별한 미소체 구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글리옥시좀 연관 발생 과정으로 종자의 발아 과정을 들 수 있다. 종자는 주로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중성지방의 기본 단위) 형태로 지방을 저장하고 있다가, 종자가 발아를 시작하게 되면, 저장 지방로부터 발아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와 탄소원을 공급하기 위한 일련의 대사과정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의 중심에 글리옥실산 회로가 존재한다. 광합성 등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종자가 발아해서 유식물로 생장하고 발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하여, 트리글리세리드가 분해되고, 글리옥실산 회로 및 포도당신생합성(gluconegenesis) 과정을 거치게 되면 식물이 직접 이용가능한 에너지원인 포도당, 설탕 등의 탄수화물이 생성되게 된다. 다음 각 항은 이러한 대사 경로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이다.1)3) 

지방의 가수분해

식물 종자떡잎 또는 배젖(배유)에 기름방울(oil droplets; 유체; 올레오솜; 스페로솜) 형태로 지방을 저장하고 있는데, 종자발아가 진행되는 동안 저장 지방은 가수분해되어 지방산과 글리세롤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은 기름방울 표면에서 리파아제(lipase) 활성에 의해 진행된다. 이때 생성된 지방산은 글리옥시솜으로 이동되어 베타-산화(β-oxidation) 과정을 통해 2개의 탄소 단위로 끊어져서 아세틸-CoA가 형성된다. 지방산과 함께 형성되는 글리세롤은 여러 중간 대사 산물을 거쳐 포도당신생합성 과정에서 이용될 수 있다. 

글리옥실산 회로와 시트르산 회로

글리옥시좀에서 진행되는 글리옥실산 회로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진행되는 시트르산 회로(TCA 회로; 크렙스회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진행된다. 우선, 글리옥시솜에서 아세틸-CoA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온 옥살로아세트산과 결합하여 시트르산을 형성하고, 이후 시트르산은 이소시트르산으로 전환된 후 한 분자의 숙신산과 글리옥실산으로 분해된다. 숙신산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서 시트르산 회로로 들어가게 되어 글리옥실산 회로를 계속 진행하는데 필요한 옥살로아세트산을 생성하게 된다. 글리옥실산은 아세틸-CoA와 결합하여 말산을 형성한다. 말산은 세포질로 이동되어 옥살로아세트산으로 산화된 후 탈탄산되어 포스포에놀피루브산(PEP)이 된다. 이 과정에서 글리옥시좀에 존재하는 2가지 효소의 활성이 시트르산 회로와 구분되는데, 이소시트르산을 숙신산과 글리옥실산으로 전환하는 활성을 가진 이소시트르산 분해효소(isocitrate lyase)와 아세틸기를 글리옥실산과 응축하여 말산을 생성하는 활성을 가진 말산 생성 효소(malate synthase)가 그것이다. 이 두 효소는 글리옥실산 회로 특이적인 효소들로서, 시트르산 회로에서 나타나는 이산화탄소의 손실을 우회하고, 탄소를 보존하여 식물이 이용가능한 탄수화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활성을 가지는 효소들이다. 

포도당신생합성

포도당신생합성 (출처: 한국식물학회)

글리옥시좀에서 생성된 말산이 세포질에서 옥살로아세트산으로 전환된 후, PEP 카르복시키나아제(PEP carboxykinase; phosphoenolpyruvate carboxykinase)에 의해서 탈탄산되어 PEP가 형성된다. PEP로부터 포도당이 형성되는 과정을 포도당신생합성(gluconeogenesis)이라 한다. 이러한 포도당신생합성 과정을 통해 포도당, 그리고 수송 가능한 설탕 형태로 전환되면 종자발아 과정에서 에너지원과 탄소원으로 이들 산물을 직접 이용하게 된다. 또한, 지방의 가수분해과정에서 생성된 글리세롤은 세포질에서 알파-글리세롤로 인산화된 후 디히드록시아세톤인산(DHAP)로 산화되는데, 이 DHAP도 해당과정의 역과정을 거쳐 설탕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전체 과정을 요약해보면 지방이 설탕 등의 탄수화물로 전환되는 과정으로서,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와 탄소원을 공급받을 수 없는 종자발아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원과 탄소원으로서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홍영남, 권덕기, 김재준 등 역 (2012) 식물생리학(제4판), 월드사이언스
2. Kondrashov FA, Koonin EV, Morgunov IG 등 (2006) Evolution of glyoxylate cycle enzymes in Metazoa: evidence of multiple horizontal transfer events and pseudogene formation. Biology Direct 1: 31
3. Berg JM, Tymoczko JL, Stryer L (2002) Biochemistry. New York: W. H. Free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