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력

율리우스력

[ Julian calendar ]

그림 1.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그가 생존했을 때 만들었던 두상. 이탈리아 투린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태양의 위치를 기반으로 하여 정해진 역법체계인 태양력의 하나이다. 그레고리력(Gregory calendar)의 기초가 되는 역법 체계로서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가 기원전 46년에 제정해 기원전 45년부터 시행한 역법이다(그림 1 참조). 1년을 365일로 정하고 4년마다 윤년(leap year)을 두도록 정하였다.

세계적으로 그레고리력을 널리 사용하는데 비해 동로마제국의 전통을 잇는 정교회의 교회력으로는 아직도 율리우스력이 사용되고 있다.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은 율리우스력 12월 25일로, 이는 (2020년 기준) 그레고리력으로 1월 7일이다.

목차

제정

고대 로마에서는 1년을 355일로 정한 태음력이 사용되고 있어서 계절과 달력의 불일치가 심하였다. 윤달을 넣는 것도 체계적이지 않고 제사장이 임의로 정해 계산에 혼란이 있어서 대대적 개정이 필요하였다. 특히 기원전 47년은 1년이 445일이나 되어 '혼란스러운 해(last year of confusion)'라고 불리울 정도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 선진 문명의 중심이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하던 소시게네스(Sosigenes of Alexandria)의 자문을 받아 율리우스는 이집트의 달력과 로마의 고대 달력을 합쳐 새로운 달력을 만들었다.

율리우스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달력은 태양의 움직임과 일치하며 결과적으로 1년의 길이가 일정해야 했다. 한달의 길이는 최대한 일정해야 했으며 윤년을 정하는 규칙은 쉽고 간단해야 했다. 로마에서 날짜를 세던 기존 방식과도 충돌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런 원칙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달력은 2월을 제외한 나머지 11달을 모두 30일 혹은 31일로 고정하였고, 4년마다 2월에 하루를 추가하는 윤년을 두어 평균적으로 1년의 길이가 365.25일으로 고정되게 하였다(그림 2 참조). 실질적인 지구의 공전 주기인 회귀년(tropical year)보다 0.0078일이 길어 128년마다 1일의 편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 정도 오차가 크다면 크지만, 그 당시로서는 견딜 수 있는 오차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림 2. 한달의 길이를 외우는 방법.(출처: 장헌영/이지원/한국천문학회)

월별 명칭과 일수

1년을 시작하는 달인 1월이 야누아리우스(Januarius)가 되었다. 야누스의 달이라는 뜻으로 누마 폼필리우스(Numa Pompilius)가 붙인 이아누리우스(Ianuarius)에서 유래하였다. 페브아리우스(Februarius)는 정화의 달이라는 뜻으로 누마가 붙인 이름이다. 1년의 길이를 맞추기 위한 마지막 달이었는데 야누아리우스가 첫 번째 달이 되면서 두 번째 달이 되었다. 마르티우스(Martius)는 마르스(Mars)의 달로서 봄이 되어 전쟁을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에 전쟁의 신인 마르스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 원래 10개월만 달력에 있던 시대에는 1년이 시작되는 달이었다. 아프릴리스(Aprilis)는 땅이 씨앗을 받을 수 있게 열리는 달이라는 의미이다. 마이우스(Maius)는 성장의 여신 마이아(Maia)에서 유래했다. 이유니우스(Iunius)는 젊은이를 뜻하는 단어 혹은 로마의 여신 주노(Juno)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7월은 원래 다섯 번째 달이라는 뜻의 퀸틸리스(Quintilis)였지만 율리우스가 죽은 후 그를 신격화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율리우스(Julius)라고 부르게 되었다. 8월 역시 여섯번째 달이라는 뜻의 섹틸리스(Sextilis)였지만 아우구스투스의 이름 따라 아우구스투스(Augustus)로 바뀌게 되었다. 아우구스투스가 자신과 율리우스가 태어난 달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9월(September), 10월(October), 11월(November), 12월(December)이 원래 숫자 7, 8, 9, 10을 하는데 이 두 사람이 7월과 8월을 중간에 넣어 뒤로 밀렸다는 설도 있지만, 이미 언급한대로 고대 로마 달력이 10개월로만 구성되어 있던 것을 누마 시대에 겨울에 해당하는 두 달을 넣으면서 두 달씩 밀린 것이다. 달의 이름이 고정되기 전에는 황제들이 즉위하면서 달력에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달의 이름을 고치기도 하였지만 죽은 후에 원래의 이름으로 환원되어 현재의 이름으로 확정되었다.

라틴어 기원전 46년 이전(일) 기원전 45년 이후(일)
1월 야누아리우스(Januarius) 29 31
2월 페브아리우스(Februarius) 28 28(29)
3월 마르티우스(Martius) 31 31
4월 아프릴리스(Aprilis) 29 30
5월 마이우스(Maius) 31 31
6월 이유니우스(Iunius) 29 30
7월 퀸틸리스(Quintilis) 혹은 율리우스(Julius) 31 31
8월 섹틸리스(Sextilis) 혹은 아우구스투스(Augustus) 29 31
9월 셉텀버(September) 29 30
10월 옥토버(October) 31 31
11월 노벰버(November) 29 30
12월 디셈버(December) 29 31
- 윤년(Intercalaris) 22 혹은 23 (폐지)
합계 355(377 혹은 378) 365 혹은 366

율리우스력 이전 달력

이집트력

엄밀한 의미에서 이집트력은 태양력이 아니다. 특이하게 고대 이집트인들은 1년을 정할 때 태양이 아닌 시리우스(Sirius)별을 기준으로 정하였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고대 이집트인들은 주기적으로 나일강이 범람하는 과정을 관찰하여 1년을 범람기를 의미하는 아케트(Akhet), 성장기를 의미하는 페레트(Peret), 수확기를 의미하는 셰무(Shemu)로 나누었다. 각각은 현재로 따지면 6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10월 중순부터 2월 중순, 2월 중순부터 6월 중순에 해당한다. 이들을 다시 4달로 나누고 1달은 3주, 1주는 10일로 정하였다. 이렇게 고대 이집트에서는 1년이 360일과 특별한 5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오시리스(Osiris), 이시스(Isis), 호루스(Horus), 네프티스(Nephthys), 세트(Set)의 탄생일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 왕조 시대에 4년에 한번씩 윤년을 정하는 콥트력(Coptic calendars)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추가의 윤일 없이 단순하게 축제일을 변경하는 것으로 달력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였다.

페르시아력

기원전 500년에 아케메네스(Achaemenids) 왕조의 다리우스 1세(Darius I)가 이집트에서 수입하어 사용한 달력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30일로 구성된 12달과 추가의 5일로 구성되어 있어 달력과 계절의 차이가 발생한다. 1079년에는 33년마다 8번의 윤년을 두은 방식이 제안되었다. 이렇게하여 실제 회귀년과의 차이가 0.000234일인 정확한 달력이 되었다. 1925년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과 호환되도록 개정되었으며 현재도 이란 등에서 공용으로 사용된다.

로마력

고대 로마에는 농사를 짓는 기간에만 사용되는 달력이 있었다. 즉, 달력의 길이가 304일이었는데 실제 1년을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고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은 달력에 넣지 않았다. 기원전 710년 경 누마 폼필리우스 시대부터 1년을 355일로 하는 달력을 사용하였으나 그 후에 율리우스력이 도입되기 전까지 1년을 355일, 378일, 355일, 377일이 되풀이되도록 개정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마야력

고대 달력 중에 마야인들이 사용하던 달력은 매우 독특하다. 1년을 1달이 20일인 18개월과 나머지 5일로 정하였다. 18개월로 정의된 360일을 하압(Haab)이라고 부르고 나머지 5일을 와옙(wayeb)이라고 불렀다. 360일에 해당하는 촐킨(Tzolkin)이라는 단위가 있어 하압과 촐킨의 마지막 날이 일치하게 되는 52 하압이 마야 달력의 주기가 된다. 이 주기가 29번 반복되는 1508하압은 대략 1507 태양년이므로 이로써 마야인들은 1년의 길이가 365.242203일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매우 정확해서 약 75000년에 1일 정도의 오차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 태양력

프랑스 공화력

1793년에 제정된 달력이다. 1806년 나폴레옹이 폐지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각각의 달은 30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년의 마지막 5일은 축제일로 정하였다. 4년에 한번씩 혁명일이 윤일로 추가되었다. 특이하게 프랑스 공화력의 시작은 추분날인데, 이유는 프랑스 공화정이 성립한 날이 추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프랑스 공화력은 파리 자오선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1주일도 7일이 아닌 10일로 정하였는데, 다른 물리량에 적용된 10진법 체계에 맞추려는 의도였다. 휴일인 주말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일째를 반휴일로 정하고, 10일째를 완전 휴일로 정하였다.

소비에트력

스탈린이 정권을 얻은 1929년 1월부터 1940년 6월까지 소련에서 사용된 달력이다. 1주일을 5일로 정하였고 요일의 이름에 색을 넣어, 황요일, 도요일, 적요일, 자요일, 녹요일이라고 하였다. 1931년에 1주일을 6일로 바꾸고 숫자로 요일을 부르도록 개정하였으나 1940년 주 7일제로 되돌아 갔다.

세계력과 국제고정력

세계력에서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에 존재하는 복잡성을 제거하기 위해 제안된 역법체계이다. 세계력에서는 12개월을 모두 30일로 통일하고 3개월마다 4일을 더한 후 남는 하루를 세계 공휴일로 지정한 달력이다. 날짜와 요일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매년 같은 달력을 쓴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고정력에서는 1년을 13개월로 나누고 1달을 모두 28일로 고정하였다. 남는 1일을 세계 공휴일로 지정하였다. 세계력보다도 인류의 관습과 충돌이 심해 사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