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력

그레고리력

[ Gregorian calendar ]

그림 1. 그레고리 13세가 제안한 달력 개정안이 발표된 인터 그라비시마스(Inter gravissimas)(1582년 2월 24일 공표).()

태양의 위치를 기반으로 하여 정해진 역법체계인 태양력(solar calendar)의 하나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준 달력이라고 할 수 있다. 1582년 10월에 당시 사용되던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을 개정하여 새로운 달력을 제안한 교황 그레고리 13세의 이름을 따라 그레고리력이라고 부른다(그림 1 참조). 1582년 10월 4일 교황 그레고리 13세(Pop Gregory XIII)는 태양이 실제로 춘분점에 오는 날과 당시 사용되던 율리우스력의 춘분날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달력상의 날짜 10일을 삭제하고, 4년마다 있던 윤년체계를 개정하여 400년의 배수는 윤년으로 하되 100년 단위의 해는 평년으로 정하여 400년 동안 윤년이 97회가 되도록 만들었다.

목차

양력의 개정

그림 2. 그레고리력의 설계자인 크르스토퍼 클라비우스.(출처: )

지구의 공전 주기가 하루의 정수 배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오차가 누적되어 달력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는 오차가 발생하였다. 로마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세(Constantine I)가 1차 니케아 공의회(First Council of Nicaea)에서 부활절을 '춘분이 지난 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후 첫 번째 일요일'로 정하였는데, 이에 따라 춘분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1차 니케아 공의회가 열렸던 서기 325년 춘분날이 3월 21일이었지만, 128년마다 발생한 하루의 오차가 1200년 동안 누적되면서 1582년에 이르러서는 오차가 10일이나 되었다. 다시 말하면, 실제로 태양이 춘분점에 도달했지만 당시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에 의하면 3월 11일이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로마 가톨릭 교회는 달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45년부터 1563년까지 진행된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ent)에서 교황 바울 3세(Pope Paul III)에게 역법을 개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수학자인 릴리우스(A. Lilius)가 초안을 연구하고 후에 클라비우스(C. Clavius)가 달력의 개정 방식을 정하게 된다(그림 2 참조). 드디어 1582년 10월 4일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1582년 10월 4일 목요일의 다음 날을 10월 15일 금요일로 정하여, 날짜 10일을 삭제하였다. 또한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초래한 윤년 체계를 개정하기 위해 4년마다 1번씩 윤년을 설정하는 방법에서 128년마다 발생하는 하루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400년마다 100번 있던 윤년을 97회로 줄이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즉, 4년마다 한번 있던 윤년을 400년의 배수는 윤년으로 하되 100년 단위의 해는 평년으로 정하였다.

그레고리력의 정확한 윤년 규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연수가 4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한다.(예, 1992년, 1996년, 2004년, 2008년, 2012년, 2016년, 2020년, 2024년, 2028년 ...)
  • 연수가 4, 1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평년으로 한다.(예, 1700년, 1800년, 1900년, 2100년, 2200년, 2300년, 2500년...)
  • 연수가 4, 100,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윤년으로 둔다.(1600년, 2000년, 2400년...)

정확도

그림 3. 400년동안 하지날의 날짜. 태양이 하지점에 위치하는 시간을 그레고리력의 달력상 날짜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하면 1년의 평균 길이가 365.2425일이 되어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인 1 회귀년(tropical year)인 365.24219일과의 차가 0.00031일, 즉 약 26.784초로 줄어든다. 종전에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에서 128.19년마다 하루의 오차가 발생하던 것이 약 3000년마다 하루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 경우 10000년마다 약 4일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므로 4000년의 배수마다 돌아오는 윤년을 평년으로 하자는 제안을 천문학자인 허셸(W. Herschel)이 하기도 하였다. 이 경우 실제와 달력의 차가 0.00006일이 되어 약 16667년에 하루의 오차가 발생하는 정도로 정밀도가 향상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수정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레고리력이 시행된지 500년 정도 지났기 때문에 달력을 수정하는 것이 시급한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어차피 지구의 공전주기가 매년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공전주기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천문학이 발전한 현대에는 필요할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더 좋은 방법이 제안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구의 자전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수천년의 기간을 보면 그레고리력이 천문학적 날짜보다 뒤쳐지게 된다. 그림 3은 태양이 하지점에 위치하는 때를 그레고리력의 달력상 날짜를 보여주고 있다. 가로축은 년도이고, 세로축은 그레고리력의 달력상 날짜이다. 오차는 매년 약 6시간에 해당한다. 태양이 동지점에 위치할 때는 12월 23일인 1903년이 가장 느리고 12월 20일인 2096년이 가장 이르다.

그레고리력의 도입

그레고리력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제정한 역법이었지만 16세기가 끝나기 전 대부분 서유럽 국가들은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였다. 스코틀랜드가 1600년에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는 등, 당시 개신교의 교세가 강하던 독일과 덴마크는 1700년대 초에 그레고르력을 도입하는 등 그레고리력으로 공식 달력을 바꾼 시기는 나라마다 다르며, 이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날짜 역시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을미개혁의 일환으로 그레고리력을 도입하였는데, 김홍집은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역법 개정을 선포하고 건양이라는 연호를 제정하였다. 일본은 1872년 12월 3일을 1873년 1월 1일로 정한다는 조칙을 내렸지만, 완전한 그레고리력으로의 치환을 하지 못해 1898년에 추가로 칙령을 내려 문제를 보완하였다.

역사상 로마 가톨릭과 대립 관계에 있던 동방정교 국가들은 그레고리력을 늦게 채택하였다. 러시아는 1918년 러시아 혁명 직후인 1918년 1월 31일 다음날을 2월 14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였다. 시간이 흘러 오차가 더 커졌기 때문에 달력에서 삭제한 날짜 수가 10보다 더 많게 되었다. 하지만, 교회력은 정교회의 전통 달력인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에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12월 25일 아니고 1월 7일이다.

이처럼 나라마다 역법이 달랐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건이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 규명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러시아의 역사에서 2월 24일 발생한 2월 혁명과 10월 25일에 발생한 10월 혁명의 기념일은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현대 각각 3월 8일과 11월 7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