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별

공생별

[ symbiotic star ]

공생별(symbiotic star)은 질량손실이 일어나는 거성이 내뿜는 물질 일부를 동반성이 끌어들이면서 다양하고 복잡한 천체물리적 현상을 일으키는 쌍성계다. 공생별에서 거성의 물질을 끌어들이는 별은 주로 백색왜성이며, 간혹 중성자별이나 주계열성이다. 분광학적인 관점에서는, 온도가 낮지만 밝은 천체인 거성의 스펙트럼과 온도가 뜨거운 천체의 스펙트럼이 혼재하며 여기에 수소 발머선을 포함하는 방출선이 나타나는 천체를 공생별로 분류한다.

대표적인 공생별은 안드로메다자리Z별이다. 이 별은 실상 공전 주기가 759일인 거성과 백색왜성의 쌍성계이다. 공생별이라는 명칭은 1950년대에 미국의 천문학자 메릴(Paul Merrill)이 이 별의 스펙트럼을 연구하면서 붙인 것이다. 온도가 높은 별과 온도가 낮은 별의 특징을 한꺼번에 보여주기 때문에 ‘공생’이라는 생물학 용어에 빗대어 언급하면서 쓰이게 되었다.

그림 1. 대표적인 장주기 변광성인 미라(Mira) 고래자리오미크론별(omicron Ceti)의 허블우주망원경 영상. 실제로는 거성과 백색왜성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 공생별이다. 아래 왼쪽 영상은 가시광선, 아래 오른쪽 영상은 자외선 영상으로 거성 주위 원반 형태의 물질들을 보여주고 있다. 거성의 물질 일부가 백색왜성으로 유입되면서 다양하고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출처 : )

공생별은 특히 질량이 크지 않은 항성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나는 질량 손실 과정을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천체이다. 거성의 질량 손실은 초속 10-20km의 느린 항성풍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 중 일부에서 항성풍 물질이 동반성의 중력에 포획되는 부착(강착) 현상(accretion phenomenon)이 일어난다. 여러 공생별에서 공전면에 수직 방향으로 제트가 형성되고, 전파에서 엑스선에 이르는 전자기파 방출을 보인다. 특히 대마젤란은하에 위치한 공생별 산두리크별(Sanduleak's star) 에서는 10pc(파섹)보다 긴 항성 제트가 관측된다. 또한 장주기 변광성을 대표하는 미라(Mira, 고래자리오미크론별)도 백색왜성과 쌍성계를 이루는 공생별로 분류된다.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중요한 관측적 증거는 제Ia형초신성 관측 결과에서 나타난다. 백색왜성이 물질을 끌어들여 스스로의 질량이 찬드라세카한계를 넘으면 Ia형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공생별은 Ia형 초신성의 전 단계 천체 후보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목차

공생별의 관측적 성질

공생별 스펙트럼의 가장 큰 관측적 특징은 만기형 거성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산화티타늄(TiO) 분자의 흡수선들과 뜨거운 성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방출선이 같이 관측된다는 점이다. 항성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거성에서는 여러 가지 분자 혹은 먼지가 형성되고, 이들로부터 전파 혹은 적외선이 강하게 방출되기도 한다. 특히 일부 공생별에서는 일산화규소(SiO) 분자가 수증기 분자(H2O)의 유도복사 방출로 생기는 메이저(maser)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공생별을 구성하는 거성의 크기가 태양 크기의 수십 배 혹은 그 이상이기 때문에 공생별의 두 별 사이 거리는 수 AU보다 작지 않아야 한다. 또한 거성의 물질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공생별을 구성하는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수십 AU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공생별의 공전 주기는 수년에서 수십 년의 범위에 걸쳐 나타난다.

공생별은 적외선 영역의 성질에 따라 크게 S형(stellar type) 공생별과 D형(dusty) 공생별로 나눈다. S형 공생별의 거성은 평범한 거성인 데에 비해, D형 공생별의 거성은 적외선이 평범한 거성보다 훨씬 밝다. D형 공생별이 적외선 영역에서 밝은 이유는 거성 주변에 약 1000K의 먼지 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D형 공생별의 거성은 장주기 변광성인 미라형 변광성인 경우가 많다. S형 공생별은 대부분 거성과 백색왜성이 상대적으로 가깝게 위치하여 공전 주기가 수백 일인 데에 비해, D형 공생별은 거성과 백색왜성이 수십 AU의 거리를 두고 있으며 공전 주기도 수십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공생별은 엑스선을 방출하기도 한다. 백색왜성이 거성의 물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부착원반을 형성하면, 백색왜성 표면 근처에서 경계층을 형성하여 뜨겁게 가열되면서 엑스선이 방출될 수 있다. 또한 백색왜성이 뿜어내는 뜨겁고 희박한 항성풍과 거성의 느린 항성풍이 충돌하면서 충격파(shock) 현상이 일어나면 엑스선 방출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2. 공생별 물병자리 R별에서 거성의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부착원반과 제트가 형성되는 모습을 개략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출처 : )

공생별은 복잡한 변광 현상을 일으킨다. 공생별의 밝기 변화 요인으로는 거성 자체의 맥동에 따른 밝기 변화, 물질 부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안정성, 백색왜성 표면에서 일어나는 열핵반응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또한 격변변광성에서 나타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변광인 깜빡임(optical flickering) 현상도 일부 공생별에서 보고되었다.

공생별의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가장 독특한 특징은 전자 5개를 잃은 산소 이온에서 나온 파장 103.2 nm와 103.8 nm의 원자외선이, 수소 원자에 비탄성 산란을 일으키고 재방출되어 682.5 nm와 708.2 nm의 파장에서 형성되는 가시광 분광선이다. 이처럼 입사한 빛과 다른 파장의 빛이 산란되어 방출되는 현상을 라만산란(Raman scattering)이라고 일컫는다. 고분산 분광 관측 자료에 나타나는 라만산란선 분석으로 거성의 질량 손실률과 백색왜성으로 부착되는 물질 흐름에 대해 알아낼 수 있다.

공생별의 천체물리학적 중요성

공생별과 행성상성운은 강한 방출선을 낸다는 점에서 유사한 천체라고 볼 수 있다. 행성상성운은 거의 원에 가까운 형태부터 양극 방향으로 뻗은 나비 모양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반면, 공생별의 경우 대부분 나비 모양의 성운 형태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성운의 형태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성운의 중심별이 쌍성계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 남반구 하늘에서 관측되는 공생별인 He2-104의 허블우주망원경 영상. 양극 방향으로 활짝 펼쳐진 나비 형태의 성운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출처 : )

공생별은 거성이 내뿜는 느린 항성풍의 물질 일부를 백색왜성이 포획하여 엑스선 방출을 비롯한 다양한 현상을 일으키는 천체이다. 컴퓨터를 사용한 수치계산으로 거성으로부터 나오는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백색왜성 주변에 형성되는 부착원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생별로 분류되는 천체 가운데 땅군자리 RS 변광성(RS Ophiuchi)과 같이 밝기가 수백 배 이상 밝아져 신성으로 관측되는 공생 신성이 있다. 특히 RS Ophiuchi는 신성 폭발을 10년에서 20년의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있다. 이와 같이 짧은 시간 동안 신성 폭발이 반복되는 이유는 백색왜성의 질량이 백색왜성의 질량 한계인 찬드라세카한계 질량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신성 폭발은 거성으로부터 유입된 물질이 백색왜성에 표면에 축적되어 핵융합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천체는 제Ia초신성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