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Ia형초신성

제Ia형초신성

[ supernova type Ia ]

제Ia형초신성은 초신성의 한 종류이다.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하인 항성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한 뒤 동반성의 가스를 급격히 흡수하면서, 폭발하여 일시적으로 매우 밝게 빛나는 초신성이다. 제Ia형초신성의 최대 밝기는 은하 한 개의 밝기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매우 밝다. 이것은 제II형 초신성보다도 1등급(약 2.5배) 정도 더 밝다. 가벼운 별들이 백색왜성이 되려면 꽤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약 10억 년 내외), 제Ia형초신성은 활발한 별생성 없이 나이 많은 별들로만 이루어진 타원은하에서도 자주 관측이 된다. 제Ia형초신성은 최대밝기가 대략적으로 일정하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은하의 거리를 재는 도구로 사용되며, 그를 통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밝히는 데 기여하였다. 역사적으로는 1604년에 나타났던 케플러 초신성이 제Ia형초신성으로 알려져 있다. 케플러 초신성에 대한 상세한 광도변화는 조선왕조실록에 잘 기록되어 있어, 이 초신성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목차

폭발 기작

그림 1: 제Ia형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제안된 세가지 모형.(a) 백색왜성-적색거성 쌍성계;(b) 백색왜성-주계열성 쌍성계;(c) 백색왜성-백색왜성 쌍성계(출처: 한국천문학회)

일반적으로 초기질량이 태양의 10배 이하인 수준의 질량을 가진 비교적 가벼운 별들은 초신성 폭발이 없이 차츰차츰 식은 후 중심핵이 전자의 축퇴압(degenerate pressure)으로 그 크기가 지탱되는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두 개의 가벼운 별들이 함께 있는 쌍성계(binary star system)에서는 백색왜성으로 진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신성 폭발이 별 진화의 종착역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가벼운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에서 나타나는 초신성을 제Ia형초신성이라고 부른다.  

제Ia형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쌍성계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그림 1). 백색왜성과 적색거성로 이루어진 쌍성계, 백색왜성과 보통별(주계열성)로 이루어진 쌍성계, 그리고 백색왜성 두 개로 이루어진 쌍성계가 지금까지 제안된 제Ia형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쌍성계로 제안되고 있다. 이 중 천문학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백색왜성과 적색왜성의 쌍성계에서 일어나는 제Ia형 폭발을 먼저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그림 1a). 별은 질량이 클수록 더 빨리 진화하기 때문에, 태양만한 크기의 별들로 이루어진 쌍성의 경우 쌍성을 이루는 두 개의 별들 중 무거운 별이 먼저 진화하여 산소 또는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백색왜성이 된다. 그 후 느리게 진화한 동반성은 항성대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밀도가 낮으나 그 크기는 매우 큰 적색거성(태양의 경우 적색거성이 되면 지구궤도 이상으로 그 크기가 증가한다)으로 변하는데, 부풀어 오른 적색거성의 항성대기는 백색왜성의 중력의 힘에 의하여 백색왜성 쪽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질량유입 현상이라고 부른다. 적색거성 대기의 질량유입이 급속하게 일어나면, 백색왜성은 질량증가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면서 폭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제Ia형초신성이다. 제Ia형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면 백색왜성은 산산조각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쌍성을 이루는 두 개의 별들이 충분히 가까이 있을 경우에는 가벼운 쪽 별이 적색거성으로 변하지 않더라도 백색왜성으로의 질량유입이 이루어지면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즉 주계열성 단계의 동반성을 가진 백색왜성도 제Ia형초신성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림 1b). 그 뿐만 아니라 두 개의 별이 모두 백색왜성으로 변한 뒤 그들이 충돌하면서 제Ia형초신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림 1c). 최근 관측 연구결과에 의하면 제Ia형초신성의 대부분은 주계열성과 백색왜성 또는 백색왜성 두개의 충돌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제Ia형초신성은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의 쌍성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원과 광도곡선

제Ia형초신성이 밝게 빛나기 위한 에너지원은 초신성 폭발 시 만들어지는 철보다 무거운 방사선 동위원소, 특히 니켈(Ni)과 코발트(Co)의 방사선 붕괴에서 기인한다[1,2,3]. 초신성 폭발초기에는 니켈의 붕괴에 의하여 빛나다가, 후기에 가면 니켈의 붕괴로 생겨난 코발트가 방사선 붕괴가 에너지원을 대체한다. 이러한 밝기 변화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시간에 따른 천체의 밝기변화를 그래프로 그린 것을 광도곡선이라고 한다. 제Ia형초신성의 광도곡선 모양은 폭발직후부터 서서히 밝아지다가 폭발 후 약 10일에서 2주 후에 최대밝기를 기록한 다음 다시 서서히 어두워지는 모양을 띤다(그림 2a).   

제Ia형초신성과 우주의 가속팽창 연구

그림 2: 제Ia형초신성의 광도곡선.(a) 여러가지 제Ia형초신성의 광도곡선. 제Ia형초신성은 다양한 최대밝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b) 밝을수록 광도곡선의 폭이 넓다는 점에 착안하여 광도곡선의 폭을 사용하여 초신성 광도곡선에 대한 보정을 하면 제Ia형초신성의 보정된 광도곡선은 거의 일정한 모양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보정된 광도곡선을 사용하면 우주팽창에 대한 정밀측정이 가능하다(출처: )

제Ia형초신성은 그 최대밝기가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은하의 거리를 재기위한 표준촉광으로 사용이 된다. 최대밝기가 왜 비교적 일정한지는 아직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일단 백색왜성의 최대 질량이 태양의 약 1.4배(찬드라세카르 한계라고 부른다)를 넘어서는 순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최대 밝기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광도곡선의 최대밝기는 제Ia형초신성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것은 백색왜성의 이루는 탄소원자의 함량이나 동반성의 특성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도곡선의 폭과 최대밝기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최대 밝기에 대한 보정을 하게 되면 더욱 정밀한 표준촉광으로 사용이 가능해진다.  

천체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래 밝기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천체의 겉보기 밝기로부터 그 천체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따라서 멀리 있는 천체를 연구하는 관측 우주론에서 표준촉광은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그림 2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그림 2a는 여러 개의 제Ia형초신성 광도곡선을 보여준다. 이 그림으로부터 제Ia형초신성 광도곡선은 다양한 최대밝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얼핏 보면 제Ia형초신성은 표준촉광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림 2a를 자세히 살펴보면 광도곡선의 폭이 넓을수록 초신성의 최대밝기가 더 크다는 경향성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을 한 결과 최대밝기와 광도곡선의 폭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대밝기와 광도곡선의 폭에 대한 상관관계 보정을 한 후 광도곡선을 그린 것이 그림 2b이다. 놀랍게도 이 보정 후에는 제Ia형초신성의 다양한 최대밝기가 한 값으로 통일됨을 알 수 있다. 즉 제Ia형초신성은 표준촉광으로는 사용이 부적합하더라도 표준화된 촉광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제Ia형초신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법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제Ia형초신성들까지의 거리 측정에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구한 거리 정보와, 스펙트럼 관측으로부터 따로 구한 은하의 후퇴속도 정보를 종합한 결과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알아낼 수 있었다.  

제Ia형초신성을 좀 더 잘 표준화하여 멀리 있는 천체까지의 거리를 더 정밀하게 측정하려는 노력들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예컨대 초신성 주위의 성간먼지 때문에 초신성 빛이 가려져서 초신성의 정확한 밝기측정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근적외선에서의 관측이 이루어지게 되면 성간먼지 때문에 일어나는 소광효과를 최소화시킬 수가 있어 거리 측정의 정밀도를 더욱 높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근적외선에서의 광도곡선을 연구해보면 근적외선에서의 제Ia형초신성의 최대밝기는 광도곡선의 폭과 상관이 없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그 외에도 제II형 초신성을 표준촉광으로 사용하려는 노력들도 있으나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II형 초신성을 이용한 거리측정법은 제Ia형초신성을 이용한 방법만큼 정밀하지 않다. 

SN 1604(케플러 초신성)과 조선시대 기록

1604년 10월9일에 이태리 사람들에 의해 처음 발견된 초신성을 SN1604, 일명 케플러초신성이라 부른다. 우리은하에서 나타난 초신성 중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이며, 그 후에 발견된 초신성들은 모두 외부은하에서 나타난 것이다. 케플러 이름이 붙은 것은 케플러가 이 초신성에 대해서 상세한 관측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초신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케플러 못지 않는 관측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조선왕조실록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특히 케플러 초신성의 최대광도 부근에서의 밝기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는 조선시대 기록이 유일하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은 케플러 초신성의 광도곡선 모양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광도곡선 기록과 최근 엑스선 우주망원경이 초신성 잔해에 대해 연구한 결과로부터 케플러 초신성은 제Ia형초신성이었음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