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자리RR형변광성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

[ RR Lyrae variable ]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RR Lyrae variable)은 주기가 약 0.2 ~ 0.9일의 맥동변광성이다. 거문고자리RR별(RR Lyrae)이 이 변광성의 원형이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중원소함량이 낮고 태양보다 가벼운 별들이 수평가지 단계로 진화하여 불안정대(instability strip)에 놓일 때 나타나는 항성종족 II의 맥동변광성이다. 주로 구상성단에서 발견된다. 고유한 광도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안드로메다은하에 포함된 구상성단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쉽게 검출이 가능하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맥동현상은 모 항성집단의 물리적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리트머스시험지와 같은 역할을 하며, 천체까지의 거리측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차

연구의 역사

사실 거문고자리RR별은 가장 처음 발견된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이 아니다. 거문고자리RR별이 맥동변광성임이 알려지기 이전인 1890년 대에, 이미 피커링(Edward Charles Pickering)등이 우리은하 구상성단에서 다수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발견하였다. 켚타인(Jacobus Kapteyn)은 낱별(field star)인 토끼자리U별(U Leporis)이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알아내었다. 거문고자리RR별은 19세기 하버드 대학 천문대의 플레밍(Williamnia Fleming)이 처음 발견하였다. 거문고자리RR별은 다른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들보다 매우 밝기(V ~ 7.2등급) 때문에, 가장 자주 연구되었고, 이 변광성들의 원형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배일리(Solon Irving Bailey)는 1890년대로부터 1900년대에 걸쳐 사진건판 자료를 사용하여 구상성단을 연구하였으며, 다수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발견하였다. 그림 1은 남반구 구상성단인 NGC 6723에 존재하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들의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를 보여준다. 이처럼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주로 구상성단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1950년대까지 '성단 변광성(cluster variables)'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림 1. 구상성단 NGC 6723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밝기변화.(CTIO 0.9m 망원경 사용, 출처:이재우)

그림 2. 구상성단 NGC 6723의 색등급도. 항성진화의 주요 단계들과 변광성들을 표시하였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붉은색 : RRab형 변광성, 푸른색 : RRc형 변광성), 장주기 변광성 그리고 봉황자리 SX형 변광성은 성단의 일원인 반면, 녹색의 별로 표시한 변광성들은 성단의 배경에 놓인 변광성들이다. 구상성단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변광성은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이다. NGC 6723은 우리은하의 팽대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배경별도 함께 관측된다.(출처:이재우)

분류

1902년 배일리(Solon Irving Bailey)는 구상성단 센타우루스자리오메가에 존재하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들의 광도곡선을 연구하여, 광도곡선의 형태에 따라 이들 변광성을 a, b, 그리고 c형으로 분류하였다. 그후 a형과 b형은 통합되어 ab형과 c형으로 분류하게 되었는데, ab형은 기본방사진동모드(fundamental radial mode, RRab)로 맥동하며, c형은 첫 번째 상음방사모드(first overtone radial mode, RRc)로 맥동한다. 따라서 ab형을 RR0, c형을 RR1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이중 진동모드인 RRd형(또는 RR01, double-mode radial pulsation)과 두 번째 상음방사모드인(second overtone radial mode) RRe도 있으나, RRe형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RRab형 변광성은 비대칭적인 밝기의 변화를 보이며, RRc형은 대칭적인 밝기 변화를 보인다. RRc형의 밝기 변화 크기는 RRab형보다 작으며, 주기도 RRab형보다 짧아 사진건판을 사용하였던 초창기 연구에서는 RRc형을 검출하기 어려워 불완전성(incompleteness)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자 결합 소자(CCD)를 사용하는 현대의 연구에서는 이 문제가 많이 해결되어 보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도출할 수 있다.

그림 3. 구상성단 NGC 6723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광도곡선. RRab형(기본진동모드, fundamental mode) 변광성은 비대칭의 광도곡선을 나타내며 RRc형(첫 번째 상음모드, first overtone) 변광성은 정현파의 광도곡선을 보인다. 그림에서는 NGC 6723의 V02(RRab 형, 주기 = 0.504일)와 V07(RRc 형, 주기 = 0.308일)을 나타내었다.(출처:이재우)

맥동 원리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포함한 맥동변광성의 맥동원리는 1926년 에딩턴(Arthur Eddington)이 처음 제시하였다. 그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과 같은 맥동변광성을 열역학적 열기관으로 가정하여, 맥동주기는 별의 내부에서 음파가 별을 가로질러 갈 때 걸리는 시간에 대응한다고 생각하여 아래의 관계식을 유도하였다.

@@NAMATH_DISPLAY@@ P \propto \frac{1}{\sqrt{\rho}} \qquad (1) @@NAMATH_DISPLAY@@

여기에서 @@NAMATH_INLINE@@P@@NAMATH_INLINE@@는 맥동주기이며 @@NAMATH_INLINE@@\rho@@NAMATH_INLINE@@는 별의 평균밀도이다. 맥동을 하지 않는 보통의 별들은 정유체평형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감쇠진동을 하여 곧바로 정유체평형상태로 복귀하는 반면, 맥동변광성의 맥동은 수소와 헬륨이 부분 전리 영역(partial inoinzation zone)에서의 불투명도(opacity) 및 이에따른 복사플럭스 방출률의 변화로 이 영역의 온도와 압력이 변화하여 별의 표면온도와 크기가 주기적으로 변화하기 때문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림 2에 보인 것처럼 대부분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기본진동모드 또는 첫 번째 상음모드로 나타난다.

그림 4.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 맥동원리에 대한 모식도. 맥동변광성의 맥동은 관의 한쪽 끝이 막힌 파이프오르간에서 소리가 나오는 이치와 비슷하다. 아래 그림에서 화살표는 가스의 운동을 나타내며, 기본진동모드는 가스가 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며, 첫 번째 상음모드에서는 가스가 두 방향으로 움직인다. 기본진동모드의 경우 별의 중심에서는 정현파의 마디가, 표면에서는 배가 되며 정현파의 파장은 별의 반경의 4배가 된다. 첫 번째 상음모드는 별의 중간에 하나의 마디를 갖게되며, 첫 번째 상음모드의 정현파에 대응하는 파장은 별의 반경의 4/3배가 된다. 매질의 온도와 밀도등이 일정하여 음속이 일정한 1차원 관의 경우 기본진동수와 첫 번째 상음진동수는 1: 3이 되며 기본모드의 주기와 첫 번째 상음모드의 주기는 1: 1/3(= 1: 0.33)이 된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밀도가 일정한 1차원의 형태가 아니라 별의 중심으로부터 밀도가 변하는 3차원의 구이며, 기본모드의 주기(RRab)와 첫 번째 상음모드(RRc)의 주기는 약 1: 0.58가 된다.(출처:이재우)

부분 전리 영역의 별 내부에서의 위치와 조성은 맥동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특히 전리된 헬륨(HeII)이 두번 전리된 헬륨(HeIII)으로 전리되는 부분 전리 영역이 중요하다. 표면 온도가 낮은 별은 부분 전리영역이 별의 깊은 곳에 형성되고 기본진동모드로 맥동하며(RRab), 별의 표면 온도가 높은 별은 부분 전리영역이 별의 표면에서 얕은 곳에 형성되며(첫 번째) 상음모드로 맥동한다(RRc). 별의 표면온도가 RRab형 별보다 너무 낮으면 부분 전리영역이 너무 깊은 층에서 형성되며 또한 대류가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이동시키므로 맥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RRc형 보다 표면 온도가 너무 높으면 부분 전리영역이 너무 얕은 지역에서 형성되어 맥동을 유지할 만한 충분한 질량을 확보하지 못하여 정유체역학적 평형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맥동이 유지될 수 있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표면온도는 약 6000 K에서 7500 K 범위의 값을 갖는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비롯하여 세페이드변광성 등 맥동이 나타날 수 있는 색등급도에서의 좁은 영역을 '불안정대(the instability strip)'라고 부른다.

표준광원 및 거리측정

1918년 섀플리(Harlow Shapley)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이 매우 중요한 표준광원(the standard candle)이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인지하였으며, 여러 구상성단에 존재하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사용하여 우리은하에 속한 구상성단들 까지의 거리를 체계적으로 측정하였다. 그는 우리은하의 구상성단들이 태양에 대하여 비대칭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에 놓이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섀플리가 연구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는 성간소광의 존재 및 영향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으며,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 밝기에 대한 잘못된 원점을 적용하여 우리은하의 크기를 너무 과대하게 추정하였다.

바데(Walter Baade)는 안드로메다은하에 있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을 검출하려고 관측을 시도하였으나 매 번 실패하였는데, 이는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에게 너무 어둡게 보이므로 당시의 관측장비로는 검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등을 사용하여 국부은하군의 은하들과 그들 부속 구상성단에 존재하는 다수의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이 검출하였다.

그림 5. 세 개의 우리은하 구상성단에 존재하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과 우리은하 얇은 원반에 존재하는 세페이드형 변광성의 주기-광도관계. 가로축은 주기(일)의 자연로그이며, 세로축은 가시광 영역 절대 밝기이다. 구상성단 이름 옆의 괄호안의 숫자는 중원소함량(Fe/H)을 나타낸다. 세페이드형 변광성은 주기가 길어짐에 따라 절대밝기가 증가하는 주기-광도관계를 보이는 반면,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절대밝기와 주기는 서로 무관하게 보인다. 그림에서는  중원소함량이 감소함에 따라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절대 밝기가 밝아지는 현상인 중원소함량-광도관계를 잘 보여준다.(출처:이재우)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중원소함량이 낮고 매우 오래된 천체의 거리측정에 매우 중요하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질량은 약 0.6 ~ 0.8 @@NAMATH_INLINE@@M_{\odot}@@NAMATH_INLINE@@이 되며 태양보다 작은 질량을 가진 별이 진화하여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이 되기까지는 약 100억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태양보다 질량이 무거운 별이 매우 빠르게 진화하여 나타나는 세페이드변광성은 젊은 천체들의 거리 측정에 사용된다(그림 5 참조).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태양보다 약 50배 정도 밝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검출이 가능하며, 특히 비대칭적인 광도곡선을 갖는 RRab형 변광성은 다른 형태의 변광성들과 매우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그림 3 참조).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밝기는 중원소함량에 따라 아래와 같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5 참조).

@@NAMATH_DISPLAY@@ M_V(\mathrm{RR}) = \alpha \mathrm{[Fe/H]} + \beta \qquad (2) @@NAMATH_DISPLAY@@

위의 중원소함량-광도관계(metallicity-luminosity relation)에서 기울기 @@NAMATH_INLINE@@ \alpha @@NAMATH_INLINE@@와 영점 @@NAMATH_INLINE@@ \beta @@NAMATH_INLINE@@의 값은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중원소함량-광도 관계식의 기울기와 영점은 개별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에 대한 삼각시차 측정 또는 통계적시차 측정으로 구할 수 있다. 현재 @@NAMATH_INLINE@@ \alpha @@NAMATH_INLINE@@ = 0.21와 중원소함량이 [Fe/H] = -1.5에서 @@NAMATH_INLINE@@ \beta \approx @@NAMATH_INLINE@@ 0.5 등급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밝기를 사용하는 방법의 적용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영년 수평계열(zero-age horizontal branch)에서 많이 진화한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영년 수평계열보다 밝아진다. 특히 위의 중원소함량-광도 관계식을 정립하기 위하여는 낱별로 존재하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의 절대밝기를 측정하여야 하는데, 관측한 변광성이 많이 진화했을 경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위의 관계식은 오스터호프 I형과 II형 구상성단 무리의 경계인 [Fe/H] ~ -1.6에서 관계식이 불연속이 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이며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는 정적인 별이 아니므로 어떻게 정적인 별에서 관측되는 등급으로 환산하느냐에 따라 등급의 값이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상성단의 중심부는 별의 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주변별의 영향으로 변광성의 밝기가 실제 밝기보다 더 밝게 관측될 수 있다.거문고자리RR형변광성은 가시광선영역에서 세페이드변광성처럼 주기-광도관계를 갖지 않지만 적외선영역에서는 거문고자리RR형변광성 또한 주기-광도관계를 갖는것으로 알려져 있다.